[넘버스]이통3사 5G 휴대폰이 느려터졌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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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시작은 창대했습니다. 세계 최초의 5G 상용화를 외치며 지난해 4월 축포를 쏘아 올렸습니다. 정부의 부응에 기대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도 ‘5G 시대의 개막’을 마케팅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1년 5개월여가 지났습니다. 5G 기반의 다양한 혁신적 서비스가 소개됐지만, 막상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5G 서비스는 혁신과는 거리가 멉니다.

20Gbps, LTE(4G) 보다 최대 20배 빠르다는 5G의 데이터통신(다운로드 전송) 속도입니다. 실상은 어떨까요? 정부의 조사 결과, 이통 3사의 평균 5G 다운로드 속도는 최고속도의 3%대에 불과한 656.56Mbps였습니다. 업로드 속도는 64.16Mbps로, 이는 LTE 보다 각각 4배, 1.5배 빠른 수준에 그쳤습니다. 빨라졌다고는 해도 “우와~ 빠르다”라고 느낄 정도는 아닙니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의 조사에 따르면 5G 체감속도가 만족스럽지 않다고 답한 사람은 52.9%에 달합니다. 특히 서비스 지역인 커버리지가 좁다는 응답도 49.6%로 조사됐습니다. 심지어 커버리지 내에서 5G 대신 LTE로 전환된다는 불만도 41.6%로 적지 않았습니다.

자료=한국소비자원

이 정도 속도로는 미래 혁신 서비스를 지원해주기 벅차 보입니다. 정부와 이통3사의 대대적인 마케팅과 달리, 아직도 초라한 품질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복잡다단한 이유가 있겠지만, ‘표면적으로는’ 코로나19로 인한 5G 투자가 더디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5G 투자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19년 SK텔레콤의 설비투자(CAPEX) 비용은 전년 대비 37.1% 늘어난 2조9154억원이었습니다. 같은 기간 KT는 전년대비 65% 증가한 3조2568억원, LG유플러스는 전년대비 86.7% 증가한 2조6085억원으로 이통3사는 총 8조7807억원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을 쏟아 부었습니다.

가장 많은 초기 설비투자가 들어가는 첫 해 이후, 2020년 이후로는 전국 커버리지 확대와 인빌딩 최적화(건물 내 5G 인프라 구축) 작업, 품질 개선 등에 막대한 비용이 투자됩니다. 이러한 투자가 대략 4~5년 정도 이어지는 탓에 정부도 2022년 5G 전국망 조기구축이라는 정책 목표를 세웠습니다. 이는 통신사들의 지난 2012년부터 4년간의 LTE(4G) CAPEX를 비교하면 이해하기가 쉬울 것입니다.

표1. 4G LTE 망 구축이 한창이던 지난 2012년부터 4년간 투입된 이통3사의 4G CAPEX

그런데 올해초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지면서 5G 활성화에도 제동이 걸렸습니다. 올 상반기 이통3사의 5G 설비투자 비용은 3조4373억원입니다. SK텔레콤(SK브로드밴드 포함)이 1조4700억원, KT는 9673억원, LG유플러스가 1조원을 투자했습니다. 이는 정부가 기대했던 투자목표치인 4조원에 못 미치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나마 당초 이통사가 내비친 상반기 집행 금액 2조7000억원에서 7000억원을 더해 조기 투자했습니다. 정부의 독려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각 통신사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와 재무상황 등을 고려해서 상반기 설비투자를 미뤘던 상황입니다. 심지어 인빌딩 최적화 작업을 위해서는 모든 건물에 들어가는 대면 작업이 필수인데, 코로나19 확산으로 외부인 출입을 반기지 않아 차질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디지털 뉴딜’ 정책에 호응하는 통신사…3년간 25조7천억 투자키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부가 다시 나섰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국가 성장동력의 주축인 5G 인프라 구축에 차질이 생기자 적극적인 하반기 투자를 독려한 것입니다.

지난 7월 14일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한 하루 뒤에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구현모 KT 대표,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이 긴급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정부의 ‘디지털 뉴딜’ 정책의 근간인 데이터 고속도로의 중심인 5G 인프라 구축을 다짐하는 자리였습니다. 통신사들도 이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통신사들(SK브로드밴드 포함)은 5G 인프라 조기 구축을 위해 향후 3년간 무선·유선 통신 인프라 등에 약 24조5000억원~25조7000억원의 투자를 추진키로 했습니다. 이를 통해 빠르면 2022년 상반기까지 85개시 행정동·주요 읍면 중심부, 다중이용시설·공공인프라 등에 5G 전국망을 구축할 계획임을 밝혔습니다.

(왼쪽부터) 구현모 KT 대표,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올해 하반기에 통신사들은 5G 설비투자에 약 5조원을 투자할 것으로 보입니다. CAPEX 가이던스에 따라 SK텔레콤이 1조4000억원(추정), KT 2조1000억원, LG유플러스 1조5000억원 정도로 됩니다.

사실 통신사들은 일찌감치 5G 설비투자에 대한 계획을 세워놨을 것입니다. 5G 상용화 단계부터 전국망 구축까지는 ‘달리는 말에 채찍질을 해야’하는 법입니다. 앞서 <표1>에서 언급했듯이 통신사는 전국망 구축과 그 유지보수에 매년 수조원을 쏟아붓습니다. 이에 따른 망 투자계획도 잘 짜놓습니다.

5G 설비투자는 더하면 더했지 LTE 때 보다 덜하지는 않을 겁니다. 소비자들의 통신 속도 향상 뿐 아니라, 5G 자율주행, 데이터 댐 사업에 따른 AI 등 초저지연 통신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네트워크 투자가 더 활발해야 하기 때문이죠.

올해 상반기 실적은 어땠나?…5G 가입자 증가 + 오프라인 마케팅비용 절감

코로나19 사태라고 해도 5G 설비투자에 있어 뒷걸음 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올해 상반기 통신사들의 실적은 어땠을까요? 상반기 이통3사의 실적을 들여다 보겠습니다.

표2. 2020년 상반기 이통3사 매출 및 영업이익

이통3사의 1분기 실적을 보면, SK텔레콤은 매출 4조4504억원, 영업이익 302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동기대비 매출은 2.7%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6.4% 감소했습니다. 5G 가입자 증가효과로 매출은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5G 설비투자 비용 등으로 감소한 것입니다.

KT는 매출 5조8317억원, 영업이익은 3831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4.7% 감소했습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로밍과 단말 부문 수익이 줄었지만, 무선 서비스 매출은 2.2% 성장하면서 2년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LG유플러스는 매출 3조2866억원, 영업이익 2198억원으로 각각 11.9%와 11.5% 증가했습니다.

이통3사의 2분기 매출 및 영업이익도 코로나19 악재에도 불구하고 양호한 실적입니다. 특히 5G 가입자가 늘고, 오프라인 마케팅비용 지출이 줄어든 것이 그 원인이죠.

SK텔레콤은 매출 4조6028억원, 영업이익 359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7%, 11.4% 증가했습니다. KT는 매출 5조8765억원, 영업이익 3418억원으로 매출은 3.6%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18.6%가 증가했습니다. LG유플러스는 매출 3조272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397억원으로 무려 59.2%가 늘었습니다.

1분기와 2분기 실적에서 보듯, 통신사의 실적은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아니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을 놓고 보면 오히려 호실적이라고 할 수도 있죠. 5G 서비스 품질이 좋아지고, 높은 5G 요금제에 가입하는 이용자가 늘 수록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이 상승하기 때문에 하반기 실적 턴어라운드 기대감은 높아지고 있습니다.

결국 요금인하 압박 대응책인가?

다시 5G 설비투자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5G 설비투자에 적극 나서야하는 통신사들이 왜 상반기 설비투자를 주저했을까요. 하반기 정부의 디지털 뉴딜 정책에 극적인 효과를 더해주기 위해서 였을까요?

여기에도 복잡다단한 이유가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심리적 위축도 한 몫을 했을 겁니다. 그러나 이는 앞서 설명한 대로 적극적인 투자로 극복했어야 할 일이었죠. 물론 전년도 5G에 대한 투자와 각종 신사업 및 인수합병에 따른 재정적 요인도 있었습니다. 다만 매년 ‘수조원의 망 투자 → 투자비 회수 → 차세대 망 진화 투자’로 이어지는 비즈니스 구조상 충분히 예측가능합니다.

여기서, 정부차원의 요금인하 압박에 대한 통신사의 대응책이라는 시각도 있다는 것을 알아둬야 합니다. 매번 정권이 바뀔 때 마다 통신요금 인하 압박이 거셉니다. 이명박 정권 때는 20%에 달하는 요금인하 정책이 나왔고, 전 정권에서도 이번 정권에서도 통신요금 인하 정책은 대표적인 물가인하 정책으로 손꼽힙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정부는 5G 보편요금제(중저가 요금제)로 통신사들을 거세게 압박해 왔습니다. 통신사들의 저항 또한 만만치 않았고요. 그들에게는 향후 3년간 국가적 프로젝트인 데이터 고속도로 구축을 위해 25조원대에 달하는 5G 설비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요금인하 여력이 없다는 점을 부각시켜야 한다는 논리가 마련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무리한 억측이 아닙니다. 이러한 통신업계의 논리는 암암리에 존재해 왔습니다. 예를 들어 2011년 당시 정부가 ‘통신요금인하 TF’까지 꾸려서 압박이 심해지자, 연초도 아닌 5월에 통신사가 일제히 막대한 LTE 설비투자 계획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정부도 미묘한 입장의 변화를 보였습니다. 불도저 같이 밀어부치던 5G 보편요금제 추진 정책이 조용해 지고, 최근 알뜰폰 활성화 정책에 올인하는 분위기가 확산됐습니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알뜰폰 활성화 대책이 연달아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통신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통신사들의 설비투자 계획 강조는 정부의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 특히 요금인하 압박이나 망중립성 이슈에 대응하기 위한 성격이 계속 이어져 왔다”고 말했습니다.

9월 정기국회에서는 5G 통신 품질 문제와 가계통신비가 집중적으로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5G 커버리지 확대와 보편요금제 도입 압박은 여야를 막론하고 예견돼 있습니다. 과기정통부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겁니다. 그렇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정부와 통신사들은 좋은 핑계거리를 이미 마련해 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