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가 3세’ 정문선 부사장, 창업으로 ‘홀로서기’ 나선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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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선 현대비앤지스틸 부사장이 경영 컨설팅 업체를 창업한 것을 두고, 재계는 ‘현대가 3세’의 홀로서기로 보는 시각이 많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3세들은 제조업과 유통, IT 등 다양한 사업영역에서 활동하면서 독자적인 사업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정문선 부사장은 형인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사장과 함께 현대차그룹 계열회사를 이끌고 있다. 이전까지 정 부사장이 독자적인 사업 영역이 없었던 만큼 창업을 통해 홀로서기를 추진한다는 관측이 설득력있다.

정 부사장은 지난달 14일 경영 컨설팅 및 투자자문 업체 현대엔터프라이즈를 설립했다.

현대비앤지스틸은 2001년 현대자동차그룹에 편입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2000년 현대그룹에서 자동차 계열사를 분리하면서 적극적인 인수합병(M&A)를 펼쳤다. 이 과정에서 삼미특수강(현 현대비앤지스틸)을 인수했다. 1997년 외환위기 직후 다수의 제조업체가 경영난으로 매물로 나왔고, 삼미특수강도 이중 하나였다. 현대차그룹은 정주영 회장의 숙원이었던 철강업에 진출했고, M&A를 통해 외형을 넓히는 중이었다.

현대비앤지스틸은 지난해 7300억원(영업이익 365억원)의 매출을 올린 대기업이다. 자산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6000억원을 조금 넘는다. 현대비앤지스틸은 현대자동차 등에 스테인리스 강판을 공급하고 있다. 사업구조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라는 캡티브 마켓이 있는 만큼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지만, 사업 영역을 넓히기가 쉽지 않다는 게 단점이다.

현대비앤지스틸은 고 정몽우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장남인 정일선 사장과 차남인 정문선 부사장이 회사를 이끌고 있다. 정몽우 회장은 정주영 명예회장의 4남이다. 현대가의 3세가 맡기에는 현대비앤지스틸의 규모는 크지 않고, 현대차 계열사라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현재 정주영 명예회장의 2~3세들은 각자 사업영역을 갖고 경영에 매진하고 있다. 정몽구 회장 장남인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영권을 사실상 승계했다. 정몽구 회장의 장녀와 차녀는 각각 이노션 고문과 현대카드 부문장을 맡고 있다.

정몽근 현대백화점그룹 명예회장(정주영 회장 3남)의 3세들도 그룹 경영 핵심에 있다. 3세는 현대백화점그룹 정지선 회장, 정교선 부회장이다.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의 장녀와 차녀는 계열사에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장녀인 정지이 현대무벡스 전무와 차녀인 정영이 현대무벡스 차장은 그룹의 IT와 솔루션을 맡고 있는 현대무벡스에서 근무하고 있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정계 활동을 시작한 이후 오랜 기간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3세인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이 스탠퍼드대학교에서 MBA를 마친 후 현대중공업그룹의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정주영 명예회장의 3세들은 각자 현대자동차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 등에서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3세들은 각자 사업영역을 갖고 있지만, 서로 별도 지분 관계도 갖고 있지 않다. ‘현대가’를 뿌리에 두고, ‘선의의 경쟁’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달리 정일선 사장과 정문선 부사장은 현대차그룹 계열사에서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비앤지스틸은 현대제철 계열사인 현대종합특수강과 합병 가능성이 거론됐던 회사다. 현대종합특수강은 현대제철 출신의 전문경영인인 임영빈 대표이사가 맡고 있다. 정일선 사장은 철강 부문의 대표이사를 맡아 왔지만, 정문선 부사장은 독자적인 사업영역이 없었다. 정 부사장이 현대엔터프라이즈를 창업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 부사장은 2018년 인공지능(AI) 및 빅데이터 업체 솔트룩스에 약 100억원을 투자한 것도 사업 가능성을 검토했기 때문이다. 솔트룩스는 이경일 대표이사가 이끌고 있다. 당시 정 부사장의 경영 참여 가능성도 거론됐지만 현실화되진 않았다.

정 부사장은 컨설팅업체 현대엔터프라이즈를 통해 신사업 및 지분 투자 등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사업가능성을 검토한 후 독자적인 사업 영역을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가 3세 중 정문선 부사장은 사업 영역이 없었다”며 “컨설팅업체를 통해 본인의 사업을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