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은 이들이 의아해했다. 시스코가 왜 전통적인 협력관계를 파기하면서까지 서버 시장에 뛰어드는 지. 네트워크의 강자로서도 충분히 먹고 사는 데 지장없는 시스코가 왜 서버를 중심으로 기업용 협업 시장에 그렇게 많은 투자를 단행하고, 회사의 수익 모델을 바꾸려 노력하는 지. 기회는 차치하고라도 과연 IBM과 HP의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넘어설 수 있을 지.
그런데 점차 시스코의 위력이 나타나고 있다. 오히려 클라우드 시대에 네트워크의 영향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범용 서버들을 대규모로 묶어 놓더라도 그 안에서 가동되는 애플리케이션이나 서비스는 복잡한 네트워크 망을 타고 서비스 이용자들에게 전달된다. 바로 이 부분에서 시스코는 확실히 경쟁사에 비해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시스코가 ‘데이터센터 3.0′을 강조하고 중단없는 네트워크 서비스를 이야기하고 있는 이유다. 많은 기업들이 가상화를 하고 수많은 장비들을 줄줄이 엮어 풀(Pool)을 만들어 놓고 있지만 정작 해당 애플리케이션이 어떻게 동작되고 어디를 향해 안전하게 날아가고 있는 지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예전 라우터가 밴드위스와 링크가 살아 있는 지 파악하고 연결에 초점을 뒀다면 최근엔 수많은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들의 가용성을 파악해서 처리한다. 똑같은 연결이라고 해도 그 안에 돌아다니는 데이터들의 가치를 파악해 반드시 연결돼야 하는 것과 조금은 지연되더라도 기업들이나 사용자의 서비스 이용에 문제가 없는 지 파악한다.
상황은 복잡해지고 있지만 관리를 단순화시키고 안전하고 중단없는 연결이 가능토록 하는 큰 그림 속에서 순차적으로 제품들을 하나씩 쏟아낸다.
성일용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 전무는 “시스코는 지금 아키텍쳐 싸움을 하고 있는 겁니다. 고객들이 업무를 보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어떤 아키텍쳐가 유리한 지 판단해 보자는 것”이라며 “왜 싱텔이 시스코의 아키텍쳐를 지지하면서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하나씩 선보이면서 앞서 나가고 있는 지 파악해 보면 좋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런 움직임을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영역은 데스크톱 가상화(VDI)다. 최근 많은 기업들이 데스크톱 가상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시스코는 VDI 분야에 강점을 가진 시트릭스와 손을 잡았다. 그런데 시트릭스는 이미 HP나 IBM, 델과도 긴밀히 협력해 왔다. 그럼 시스코와 시트릭스의 협력은 기존 업체들의 협력과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
VDI 분야의 한 전문가는 이렇게 귀띔한다.
“데스크톱 가상화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사용자 단말인 PC나 노트북 분야, 네트워크, WAN 가속, 스토리지 분야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간 고객들은 VDI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서버 업체들로부터 제안서를 받았죠. 그런데 시스코의 경우 단순 서버 판매가 아니라 이런 환경의 엔드 투 엔드 상황을 모두 파악해서 자사 전체 장비들과 시트릭스 제품을 긴밀해 통합해 놨습니다. 그간 VDI 협력을 단행했던 기존 서버 벤더들은 최근에서야 이런 형태로 출시하고 있죠. 그런 면에서 보면 시스코가 이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나름대로 준비는 많이 한 것 같습니다.”
물론 VDI는 시스코가 가는 방향의 아주 작은 일 부분이다.
시스코는 데이터센터를 위한 통합 아키텍처인 ‘시스코 데이터센터 비즈니스 어드밴티지(Cisco Data Center Business Advantage)’를 발표하고 이를 가능케 하는 유니파이드 네트워크 서비스와 유니파이드 패브픽, 유니파이드 컴퓨팅 등의 신제품도 출시했다. 또 중단 없는 네트워크를 위한 새로운 라우터와 스위치, 보안, 무선 제품과 컨설팅과 기술 지원 서비스도 보강했다.
수많은 가상 서버의 보안 문제를 속도 저하없이 해결하고, 수많은 가상 서버 머신간 이동되는 앱들도 회사의 보안 정책에 따라 관리가 손쉽도록 했다. 또 애플리케이션 가속 기능도 대폭 보강해 가속이 필요한 애플리케이션들만 찾아서 관리자들이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스위치에서 이더넷과 광채널 포트를 모두 수용할 수 있도록 해 기존 데이터센터의 LAN 스위치, SAN 스위치, FCoE 스위치 등 다양한 형태의 스위치를 구비할 필요 없이 하나의 스위치에서 1G/10G/FCoE/FC 등을 동시에 구성할 수 있게 됐다.
성 전무는 “데이터센터 구성 비용이 혁신적으로 감소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또 ‘넥서스 패브릭 익스텐더 2224TP(Nexus Fabric Extender 2224TP)’는 넥서스 5500/5000 시리즈들과 연동하여 데이터센터의 서버 스위치로 매우 경제적인 형태로 구성이 가능하게 된다. 특히 모든 관리는 넥서스 5500/5000 이 담당하고, 넥서스 패브릭 익스텐더는 데이터 처리만 담당하므로 가상화와 단순 관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중단없는 네트워크의 경우 모빌리티, 비디오, 업무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 등 개인과 기업 고객들이 시간과 장소, 자신들이 사용하는 기기에 상관없이 언제 어디서나 안정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모든 정보의 중앙 저장소인 데이터센터는 물론 이 센터와 연결돼 최종 사용자가 활용할 수 있는 분야까지 모두 단일 아키텍쳐로 다가서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
성일용 전무는 “많은 고객들이 타사 장비들을 선택해 몇개월에 걸친 프로젝트를 끝낸 후에 왜 시스코가 이런 아키텍쳐로 시장에 접근하는 지, 제품들이 왜 이렇게 통합돼 있는 지 이해를 하고 지지를 보내면서 오히려 신규 프로젝트를 할 땐 시스코를 선택하고 있다. 이미 국내서도 많은 고객들이 시스코를 선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시스코의 행보를 보고 있노라면 후발주자의 이점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앞선 선발 업체들이 기존 전략과 제품들로 인해 앞으로 나가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최신 기술들을 모두 통합한 신제품으로 가볍게 다가설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후발주자라고 해서 모두 이점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전세계 10대 IT 업체에 드는 시스코 정도 되는 업체가 전사적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고객들도 이들에게 주목하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물론 시스코의 행보가 장미빛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HP와 IBM도 네트워크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고, 모든 빈틈들을 채우기 위해 노력중이다. 이미 기존 고객들의 환경을 이해하는 내부 인력은 물론 수많은 파트너들도 보유하고 있다. 시스코가 40여 개의 독립소프트웨어벤더들과 협력중이라고 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또 북미와 유럽 이외 지역의 시스코 지사는 본사 차원의 빠른 혁신을 뒷받침해 줄 수 있을 만큼의 역량이 모두 갖춰져 있지 않고 그 역량도 천차만별이다.
오라클이나 IBM의 경우 수많은 자사 애플리케이션들을 자사 장비에 최적화시키면서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 때문에 HP도 향후 소프트웨어 사업 강화가 발등의 불처럼 떨어진 상황이다. 시스코는 아직 이런 애플리케이션들을 보유하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시장의 판도를 바꾸겠다는 시스코의 원대한 꿈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는 있지만 산업계 전반을 강타하기 까지는 여전히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시스코의 말대로 아키텍쳐의 싸움에서 과연 거대 경쟁사들을 물리칠 수 있을 지 무척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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