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컬쳐] 넷플릭스에 안착한 한국형 도시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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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오~컬쳐’는 게임, 드라마, 영화 등 국내에서 서비스되는 콘텐츠를 감상·체험하고 주관적인 시각으로 풀어보는 기획입니다. ‘스포일러’가 있으니 원치 않는 분들은 뒤로 가기를 누르시기 바랍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도시괴담’

가을 태풍과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더위도 한풀 꺾이나 싶더니 여전히 햇볕이 뜨겁다.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근 채 스마트폰으로 무서운 영화를 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에 사로잡힌다. 등골을 서늘하게 할 공포물에 대한 갈증이 심해질 때쯤 넷플릭스에 등장한 익숙한 이름. 바로 ‘도시괴담’이다.

넷플릭스가 선보인 도시괴담은 총 8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됐다. 에피소드마다 8분 가량의 단편 형태로 제작된 만큼 1시간 정도만 투자하면 시즌 전체 분량을 모두 감상할 수 있다. 각 에피소드는 항간에 떠도는 도시괴담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도시괴담의 포문을 여는 작품인 ‘틈’은 이른바 ‘콩콩이 귀신’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경쟁심에 눈이 멀어 전교 2등이 전교 1등을 죽였고, 이후 그 학교에서 머리만 남은 귀신이 뛰어다닌다는 도시괴담이다.

/사진=넷플릭스 도시괴담 영상 갈무리

틈에서는 ‘국화꽃’이 놓여진 책상을 통해 누군가 죽었음을 암시하며, 초조해 하는 박서희를 번갈아 보여주면서 어떤 사건이 있었음을 암시한다. 교내 경시대회 성적 우수자 1, 2위를 걸어놓은 액자 속 사진에서 1등 김지예의 눈이 화장실에 가는 2등 박서희 쪽으로 따라가는 장면은 복수의 대상임을 알려준다. 여기에 화장실이라는 폐쇄된 공간의 공포감은 무엇이 튀어나올 줄 모르는 발밑의 틈을 통해 극대화된다. 6분이라는 다소 짧은 러닝타임 때문에 복선과 상징성이 잘 드러나진 않지만 콩콩이 귀신 이야기를 공간적인 공포로 구현했다는 점이 색다르다.

2화 ‘목적지’는 ‘자유로 귀신’을 소재로 한 에피소드다. 한밤중 자유로를 달리던 차량에 묘령의 여인이 탑승했고, 목적지까지 가보니 공동묘지였다는 도시괴담이다. 자유로 귀신 괴담은 방송 등 다양한 채널에서 소개될 만큼 유명하다. 목격자들의 공통된 주장은 자유로 귀신이 여성이라는 점과 두 눈이 뚫려 있었다는 것.

/사진=넷플릭스 도시괴담 영상 갈무리

이 에피소드에서도 자유로 귀신을 상징하는 장치들을 엿볼 수 있다. 늦은 밤 도로에 등장한 묘령의 여인은 사실 눈이 없는 귀신이었고, 내비게이션에도 등장하지 않는 목적지를 향해 출발하는 점도 비슷하다. 다만, 목적지에 등장하는 귀신은 무척 잔인하니 고어물에 면역력이 없다면 마지막 장면은 패스해도 좋을 듯하다.

세 번째 에피소드 ‘합방’은 ‘손 없는 날’을 주제로 만든 작품이다. ‘손(損)’은 날수에 따라 동서남북 4방위로 다니면서 사람의 활동을 방해하고 해코지한다는 악귀로 알려졌다. 손 없는 날은 악귀가 없는 날로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길일을 뜻한다. 실제로 이사, 혼례, 개업일을 정하는 기준이 되며, 손 없는 날에 이사할 경우 평일보다 비싼 비용을 지불하기도 한다.

합방은 제목부터 불길한 징조를 보인다. 손 없는 날을 피해 이사한 1인 방송 크리에이터가 ‘랜선 집들이’ 콘셉의 방송을 한다. 그런데 가만히 있던 인형과 책이 떨어지는 기현상이 발생했고 공포에 떨던 크리에이터는 방송을 종료하기에 이른다. 알고 보니 이는 크리에이터가 조작으로 연출한 상황. 조작 방송 성공을 기념하기 위해 켠 셀프 카메라에는 크리에이터 외에 다양한 인물이 포커싱 되며 실제로 귀신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결국 엔딩신에서 등장한 또 하나의 크리에이터를 통해 귀신과의 ‘합방(합동방송)’이었음이 밝혀진다.

/사진=넷플릭스 도시괴담 영상 갈무리

4화 ‘장난’은 ‘사소한 장난이 화를 부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학교에 노트를 가지러 갔다가 친구의 장난으로 사물함 속 인형을 본 학생에게 일어나는 괴이한 현상을 담았다. 네 번째 에피소드는 도시괴담에 관심이 많아도 쉽게 알아차리기 어렵다. 인형의 저주인줄 알았던 이야기는 갑자기 등장하는 귀신으로 인해 한낮의 레이스를 방불케 한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나서야 등장인물 소개를 통해 ‘관절귀신’임을 알게 된다. 이 에피소드는 모 고등학교에 떠도는 관절귀신을 모티브로 제작됐다.

이어지는 에피소드들 역시 국내에 나름 잘 알려진 도시괴담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사고로 다리를 잃은 학생이 팔꿈치 귀신이 돼 학교를 떠돈다는 ‘내 다리 내놔’ 이야기부터 ‘엘리베이터로 통하는 이 세계’, ‘문지방의 경계’, ‘염매’ 등 다양한 소재가 ‘맞춤구두’, ‘엘리베이터’, ‘문지방’, ‘생일’이라는 에피소드로 담겼다. 특히 ‘틈’, ‘장난’, ‘맞춤구두’는 모두 같은 학교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며 ‘엘리베이터’ 에피소드 마지막에는 ‘장난’에 등장한 주인공들을 만나볼 수 있다.

/사진=넷플릭스 도시괴담 영상 갈무리

마지막 에피소드 생일을 제외한 나머지 에피소드들이 모두 6분 분량이라는 점에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공포물이지만, 어쩐지 한국적인 정서와는 거리감이 느껴진다. 모두 국내 도시괴담을 활용한 작품이지만 신체 부위 절단, 다량의 피, 귀신 대신 등장하는 괴물 등의 극적 장치는 한(恨)의 정서에 익숙한 국내 대중의 공포감에 어울리지 않는다.

깜짝 놀랄 만한 반전은 빠르게 전개되는 서사도, 피칠갑을 한 괴물도 아닌 연출자다. 8개의 에피소드 모두 20년간 1500여편의 K-팝 뮤직비디오를 만든 홍원기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뮤직비디오의 대가가 도전한 여름용 킬링타임 콘텐츠, 시즌2에서는 보다 한국적인 공포를 담아낼 수 있을까. 여름이 다 가기 전, 색다른 공포물을 즐겨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