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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알고리즘이?…네이버·카카오 뉴스편집 논란

2020.09.10

“카카오 너무하군요. 들어오라고 하세요”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카카오 호출’ 지시로 정치권 안팎이 발칵 뒤집어지면서 카카오(다음)·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의 뉴스편집을 둘러싼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포털업계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이 뉴스 배열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뉴스 편집에 인위적으로 개입해 이를 조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네이버 출신 ‘의원님’의 지시

앞서 윤영찬 의원은 8일 국회 본회의 도중 야당 원내대표 연설 기사가 다음 첫화면에 노출된 반면 전날 여당 기사는 주요하게 배치되지 않았다는 데 불만을 품고, 보좌진에게 카카오 관계자 ‘소환’ 지시를 담은 문자를 보내던 장면이 포착돼 물의를 빚었다.

논란에 불을 당긴 건 윤 의원의 이력이다. 동아일보 기자 출신인 그는 2008년부터 네이버에서 뉴스 편집과 대관 총괄 등을 거쳐 부사장을 지냈고,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상근 부회장을 맡은 바 있다. 21대 국회에선 카카오·네이버 등 포털을 관리하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소속돼 있다. ‘미디어통’으로 불리던 윤 의원은 문자메시지가 공개된 이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뉴스배치는) 당연히 내가 항의할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불공정하게 편집됐다고 본다”고 발언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결국 윤 의원은 9일 페이스북을 통해 “송구하다. 저의 잘못”이라며 사과했다.

카카오·네이버 “뉴스 편집, 사람은 손 뗐다”

문제는 포털의 뉴스 배치를 인위적으로 조작할 수 있는가 여부다. 포털업계는 AI 알고리즘이 뉴스를 배열하고 있다며 선을 그었다. ‘수동편집’이 불가능한 구조라는 설명이다.

카카오는 2015년 6월 개인 맞춤형 추천 AI 알고리즘(루빅스·RUBICS)을 모바일에 도입, 이용자 특성에 맞춰 뉴스를 배치하고 있다. 언론사에서 송고하는 하루 3만여건의 기사를 AI가 600여건으로 추려내고 평소 자주 ‘클릭’한 기사, 독자와 성별·연령대가 같은 집단이 많이 보는 기사 등을 분석해 맞춤형으로 보여준다. 구체적으로는 △이용자 관심사(전체 사용자 반응,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용자 반응) △이용자 반응(동일시간 이용자별 클릭유무, 체류시간 열독률, 콘텐츠 클릭률) △기사 특성(카테고리, 제목, 이미지, 작성 시간 등 변수) 등이다. 또, 첫 화면에 노출됐던 주요뉴스는 배열이력을 별도로 공개하고 있다.

네이버도 지난해 4월부터 자체 편집 영역을 없앴다. 추천 뉴스는 개인의 이용행태에 근거한 ‘에어스(AiRS, AI Recommender System) 알고리즘’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딥러닝 기반의 인공신경망 기술 RNN이 접목돼 있다. 뉴스 소비 ‘패턴’을 학습하고, 이를 바탕으로 관심사를 예측해 맥락에 따라 뉴스를 추천한다. 2018년 ‘전(前) 민주당원 포털 뉴스 댓글조작 사건(일명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이 ‘손편집’을 없애는 계기가 됐다. 당시 한성숙 대표는 “네이버 편집자가 더 이상 기사를 배열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한국인공지능법학회장을 맡고 있는 고학수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AI 뉴스 편집의 장점은 이번에 카카오가 ‘불려갔다’고 하더라도 하루아침에 알고리즘을 조작해 뉴스를 올렸다 내릴 수는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AI 편집과 객관성 논란

포털업계의 반복된 해명에도 의혹은 쉽게 걷히지 않고 있다. 알고리즘 설계도 개발자가 하는 것이므로, 이 과정에서 ‘인간의 편견’이 반영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유럽연합(EU)의 알고리즘 규제 이슈와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서 “알고리즘이 내리는 자동화된 의사 결정에는 우선순위 결정, 분류, 관련짓기, 필터링이라는 과정이 존재하는데, 이 과정은 인간 개입에 따른 오류와 편향성, 검열 가능성 등을 내포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다음 창업자인 이재웅 전 쏘카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가 설계한대로 혹은 우리의 현상을 반영해서 판단할 가능성이 높지, AI라고 해서 가치중립적으로 판단하지 않는다”며 “포털의 ‘AI가 했으니까 우리는 중립적이다’라는 얘기도 윤 의원의 항의만큼이나 무책임한 답변”이라고 비판했다.

윤 의원도 해명을 하면서 같은 논리를 내세웠다. 그는 페이스북에 “여야 대표연설의 포털 노출 과정의 형평성에 의문을 가졌던 것”이라며 “(카카오에) 묻고자 했던 것은 뉴스 편집 알고리즘의 객관성과 공정성이었다”고 말했다. 알고리즘이 공정하지 않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포털업계는 뉴스 알고리즘을 전문가들로부터 검증 받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왔다고 항변했다. 카카오는 2017년 루빅스 초기 구조를 담은 학술 논문을 공개하고, 2019년에는 SCIE급 저널인 TIIS에 게재했다. 2016년 발족한 미디어자문위원회를 통해서도 뉴스 알고리즘 등 미디어 주요 사안에 대한 전문가 조언을 분기마다 공유받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은 카카오 브런치를 통해 상세하게 공개돼왔다. 네이버는 2018년 5월 컴퓨터 공학・정보학・커뮤니케이션 등 총 3개 분야 전문가 11인으로 구성된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 검토위원회를 통해 6개월 동안 뉴스 알고리즘을 검증 받았다. 이들은 네이버 뉴스검색 결과는 편집자의 개입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구조라고 결론 내렸다.

전문가들은 포털의 알고리즘이 불완전할 수는 있으나 ‘과거 이력’ 등 이용자 행태에 기반하고 있는 만큼 중립성을 문제 삼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고 교수는 “인공지능을 논할 때, 애초에 ‘가치중립적’이라는 말은 사용하지 않는다. 사람이 설계하기 때문”이라며 “알고리즘을 이용하면 편향이 나타날 수 있으나 결정적 차이는 적어도 개별 기사 노출에 관한 한 사람 손을 안 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알고리즘에 대한 의구심은 AI 편집의 단점”이라며 “알고리즘은 가중평균을 이용하는데, 가중치를 두는 방식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다만 알고리즘 작동방식을 100% 공개하면 이를 악용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안에 정통한 학계 관계자는 “어떤 것이 ‘좋은 기사’인지에 대한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중립성 자체도 사람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누군가에겐 ‘조선일보’가, 누군가에겐 ‘한겨레’가 중립적일 것”이라며 “중립성의 기준을 세우는 자체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알고리즘을 공개해도 논쟁적인 것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물론 AI에 대한 감시는 필요하다. 과거 이력에 따라 ‘클릭할 법해서’ 추천한 것이라고 하는데, 나의 어떤 요소들이 반영돼서 이 같은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알려줄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알고리즘이 편집하면 객관적이고, 공정하냐는 물음이 있지만 알고리즘 편집의 요점은 객관성이 아니”라며 “이용자의 행태에 맞춰서 개인화된 뉴스를 전달하는 게 목적이다. AI가 편집했다고 해서 공정하다고 할 수 있냐는 건 근원적으로 잘못된 문제제기”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 차원에서 이용자에게 ‘설명 책임’을 다하기 위해, 또 투명성 강화를 위해 알고리즘을 설명하려는 노력을 일정 부분 할 순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