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G]정공법 선택 어려운 현대차그룹, 지주사도 고려?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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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지(story G)는 테크(Tech) 기업, 전통 기업, 금융회사, IT(정보기술)의 지배구조(Governance)를 모니터링하고 정보를 축적합니다. 기업과 기술의 거버넌스를 돌아보고, 투자에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캐 내 보겠습니다.

정몽구 회장(왼쪽), 정의선 수석부회장(오른쪽)./사진=현대차그룹

현대모비스를 2개 회사로 분할한 후 현대글로비스와 합병시킨다는 ‘2018년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은 실현 가능성이 매우 떨어진다고 시리즈 앞편에서 말씀드렸습니다. 당시 개편안대로 현대차그룹이 그룹 지배구조를 바꾸었다면 ‘제2의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사태가 될 뻔도 했죠. 삼성 계열사 합병처럼 특정 회사 지분가치를 지나치게 저평가해 오너에게 유리한 합병 그림이 기획됐다는 의혹입니다.

그럼 현대차그룹은 이대로 지배구조 개편을 포기할까요.

지금 이대로의 지배구조가 유지되더라도 정몽구·정의선 부자가 현대차그룹을 지배하기에 어려움이 없습니다. 비록 순환출자를 통한 재벌의 편법 소유구조라고 비난받더라도 늘 받아온 비난입니다. 그냥 지금처럼 현대차그룹을 지배하고 경영하면 됩니다. 그러고도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가 됐습니다.

문제는 ‘3세 승계’입니다. 정몽구 회장의 나이는 한국 나이로 83세죠. 아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에게 경영을 맡겨두고 최근엔 거의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분 승계만 안했을 뿐입니다. 지분 승계도 미리미리 해놓아야 탈이 없죠. 그런데 증여 또는 상속으로 지분 승계를 하자니 세금이 너무많이 나갑니다. 정몽구 회장의 보유 지분 주식평가액은 지난 11일 기준 3조8414억원에 달합니다. 이 지분을 모두 정의선 수석부회장에게 증여 또는 상속한다면 세금만 1조6000억원 가량 내야 합니다.

정몽구 회장 주요 계열사 주식평가액./자료=공시종합

현대차그룹으로선 모종의 비책을 내놓아야 합니다. 승계 비용을 줄이면서 순환출자도 해소하고, 그리고 일감몰아주기도 해소하는 ‘1타3피’ 전략이 필요합니다.

현대차그룹이 2018년 지배구조 개편안을 철회하면서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도 그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기 때문이겠죠.

그럼 어떤 방법으로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를 바꿀까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는 투자 측면에서도 많은 기회를 주기도 하고 우리나라 미래차 및 모빌리티 경쟁력 측면에서도 중요합니다. 현대차그룹도 “미래차 경쟁력 확보 차원”이라고 2018년 지배구조 개편안에서 밝혔죠.

가장 쉬운(?) 방법, 가진것 모두 팔아 현대모비스 주식 취득

정몽구·정의선 부자 주식평가액 및 현대차그룹 계열사 주식 평가액 비교./자료=공시종합

가장 쉬운 방법은 가지고 있는 지분 팔아, 사고 싶은 지분을 사는 방법입니다. 세금도 내고요. 단순 계산으로 정몽구·정의선 부자가 보유 중인 주력 계열사 보유주식 평가액이 6조4000억원입니다. 이걸 팔아 기아차나 현대모비스, 아니면 현대차 주식을 사는 겁니다. ‘원칙대로, 불도저식으로’ 하는 현대차그룹 스타일이기도 합니다.

현대차그룹 주력 3개사 순환출자 구조./자료=공시종합

현대모비스가 보유한 현대차 지분 가격이 7조8500억원 상당, 현대차가 보유한 기아차 지분 가격이 5조8000억원 상당,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 가격이 3조7000억원 상당입니다. 정몽구·정의선 부자가 보유 지분을 판다면 뭘 사도 살 수 있죠.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하는 지분 중 어느 한 연결고리 지분만 정몽구·정의선 부자가 취득하면 순환출자도 해소하면서 그룹 지배력을 취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현대차그룹은 이런 쉬운 방법을 택하지 않을까요.

문제는 세금입니다. 정몽구·정의선 부자가 보유한 6조4000억원 상당의 주식을 팔면 매각대금 중 상당 규모를 세금으로 내야 합니다. 대주주 주식 양도소득세 때문이죠. 대략 30%인 2조원 가량을 세금으로 내야 할 수 있습니다. 4조원 가량이 남는데요. 이 돈으로 살 수 있는 지분은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 정도입니다.

현대차그룹 순환출자 구조(현대제철 포함)./자료=공시종합

물론 세금을 내더라도 이 정도 지분만 사도 지배력을 유지할 수는 있겠죠. 그러나 부족합니다. 현대제철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 1조2000억원 어치까지를 사는 일은 엄두도 내지 못합니다.

게다가 이 방법으로는 ‘3세 승계’가 안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추후 정몽구 회장이 가진 지분을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가져갈 경우 상속 또는 증여세로 절반 가량의 지분을 잃게 됩니다. 17% 남짓되는 지분을 사려다 세금으로 몽땅 잃고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10% 정도의 지분 갖게되면 그룹 지배력에 심각한 누수가 생기죠.

어게인 2018(?), 현대모비스 다시 활용

또 다른 방법은 2018년 철회했던 지배구조 개편안을 다시 꺼내드는 일입니다. 물론 회계적 보완작업을 거쳐서요. 그런데 이 방법을 다시 꺼내들어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현대글로비스 주식 가격이 지금보다 훨씬 높아져야 한다는 전제조건입니다. 2018년 지배구조 개편안이 실패했던 이유는 낮은 현대글로비스의 주가 때문이었습니다.

문제는 현대글로비스 주가가 2018년 당시보다 더 떨어져 있다는 겁니다. 현대모비스의 주가 하락폭보다 더 많은 폭 떨어져 있기도 하고요. 지금 상태로는 아무리 2018년보다 회계적 보완 노력을 한다해도 시장이 납득할만한 합병비율을 도출해 내기 어렵습니다. 시장에 유리한 합병비율이 나오면 현대차그룹 오너 일가에게는 불이익이, 현대차그룹 오너 일가에게 유리한 합병비율이 나오면 일반 주주에게 불이익이 가는 구조입니다.

지주회사 전환 옵션이 거론되는 이유입니다. 세금을 덜 내고 지분도 더 많이 확보하면서 순환출자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이 중 특히 지주회사 전환 기업 오너에게는 ‘과세이연’ 혜택이 주어집니다. 현재는 지주회사와 관련해 현물출자로 주식을 취득하면 처분할 때까지 세금(양도차익에 대한 법인세와 양도소득세)을 내지 않아도 됩니다.

이 혜택이 내년까지만 주어진다는 점에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더 늦춰지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2022년부터는 4년 거치 3년 분할납부로 세금을 내야 해, 혜택이 축소됩니다. 2021년 12월 31일 이전 현물 출자를 하거나 주식을 교환한다면 소급 적용 없이 과세이연을 그대로 적용한다고 합니다.-‘[story G]정의선이 이재용이 안되려면, 남는건 지주사⑤’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