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까지 떠나고 싶다’…코로나 시대, ‘제자리 비행’도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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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들이 코로나19로 답답해하는 여행객을 위해 독특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목적지 없이 출발지로 다시 돌아오는 ‘제자리 비행’ 상품의 경우 전염병에 대한 걱정을 덜고 여행의 느낌을 오롯이 받을 수 있도록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제주 가상출국여행 모객광고 /한국관광공사 제공

대만에서 출시된 ‘제주도 가상출국여행’ 상품은 지난 11일 판매 개시 4분 만에 마감됐다. 대만관광객 120명이 참가하는 이 상품은 19일 타이베이공항을 출발해 목적지인 제주공항에 착륙하지 않은 채 제주 상공을 선회한 뒤 대만으로 다시 회항한다.

대만 여행사 이지플라이, 항공사 타이거에어가 공동으로 기획한 이번 상품은 한국행 상품답게 흥미로운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탑승 전 비행기 앞에서 한복 입고 사진 찍기, 한국 놀이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선보인다. 기내식은 한류 드라마로 주목을 받은 치킨과 맥주가 나오며 이외에도 제주관광 설명회, 퀴즈쇼 등이 이어진다.

특히 이번 상품에는 코로나19 극복 후 한국과 대만의 관광교류가 재개되는 시점부터 1년 이내에 사용할 수 있는 방한 왕복항공권이 포함돼 있다. 2000 타이완달러(한화 약 8만 원)를 추가하면 호텔 1박 숙박권도 구매할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 타이베이지사의 지난 8월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518명 중 71%가 1순위 방문 희망국으로 한국을 꼽은 것으로 알려졌다.

/ANA홈페이지

해외여행에 대한 갈증이 커지는 상황에서 출시되는 이러한 신개념 여행 상품은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일본에서는 ANA(전일본공수)가 오는 20일 초대형여객기 A380기를 타고 가는 하와이 여행 상품을 내놓았다. 탑승자는 추첨을 통해 뽑았는데, 총 520석 모집에 탑승 희망자가 정원의 110배에 달할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표시된 목적지는 하와이 호놀룰루 공항이지만 사실은 일본 나리타공항을 오후 2시경 출발해 약 90분간 상공을 비행하다가 오후 4시경 같은 공항에 착륙하는 상품이다. 지난달 22일에도 같은 여행 상품을 판매했는데 ‘대박’이 나면서 두 번째로 진행되는 것이다.

이번 일정을 위해 ANA는 기체에 하와이의 하늘과 바다 등을 재현한 특별 도장을 했다. ANA 승무원들은 여행 분위기를 내기 위해 하와이안 셔츠를 입고, 하와이 느낌이 가득한 기념품을 증정할 예정이다. 가격은 이코노미 클래스가 1만4000엔(약 15만원), 비즈니스 3만엔(약 33만원), 일등석이 5만엔(약 55만원)으로 책정됐다.

기내식 /픽사베이 제공

일부 항공사는 비행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내식을 판매 중이다. 영국의 가디언지에 따르면 가루다 인도네시아항공의 기내식을 만드는 에어로푸드(Aerofood ACS)는 기내식을 테이크아웃 메뉴로 판매하고 있으며, 홍콩의 캐세이퍼시픽항공 역시 공항 직원을 대상으로 기내식을 팔고 있다. 아메리칸항공의 거래처인 GNS Nuts는 3만 파운드(약 1만3600㎏) 분량의 믹스넛이 남아돌아서 온라인을 통해 거의 원가에 처분하고 있다.

콴타스항공의 비즈니스용품

기내 용품 판매도 인기다. 호주의 콴타스항공은 지난 8월 비즈니스 클래스에 제공되는 잠옷과 핸드크림, 립밤, 아몬드, 과자, 아몬드 등이 들어간 편의용품 키트를 25달러 또는 4350 콴타스포인트에 판매했다. 항공사가 코로나19 확산 전에 대량으로 주문했으나 2020년 10월 말까지 국제선 운항이 중단되면서 창고에 보관하던 물품을 팔게 된 것이다. 판매 시작 직후 5000개가 팔려 나갔고, 주문이 몰리자 항공사 측이 4500개를 추가 판매하기도 했다.

이러한 시도는 승객과 항공사 모두에게 만족감을 주고 있다. 승객은 여행하기 어려운 코로나19 시대에 색다른 경험을 했다는 이야깃거리가 생기는 동시에 여행의 갈증을 풀 수 있다.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큰 호응이 일어나는 것은 덤이다.

이를 통해 항공사는 기체 정비와 파일럿의 기량 유지, 보관비용 절약 등을 노릴 수 있다. 비행기는 오래 세워두면 대규모 정비를 받아야 하는데 ‘제자리 비행 상품’은 수입을 창출하는 동시에 정비 비용을 감소시킬 수 있다. 또한 항공안전법에 따르면 A380 기종을 운항하는 파일럿은 90일 이내 이착륙을 3회 이상 경험해야 운항자격을 유지할 수 있으므로 조종사 자격 유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기내식 판매나 기내용품 판매의 경우 재고를 처분하면서 보관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한편 이러한 신상품 판매나 기내용품 판매 등의 이벤트는 당분간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항공업계의 완전한 회복은 빨라야 2024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