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배터리 분사]’근로조건·조직문화’ 개선 기대, SK이노와 차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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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연구원들 모습./사진=LG화학

LG화학의 전지사업본부가 25년 만에 독립법인인 LG에너지솔루션(가칭)으로 새출발한다. LG화학은 그동안 2차전지의 높은 성장성에도 사업부 간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근로조건과 조직문화를 일률적으로 유지했다. 이 때문에 일부 직원들은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했고, 두 회사 간 배터리 분쟁의 ‘씨앗’으로 작용했다는 관측도 있다. LG화학의 전지사업본부 분할로 근로조건 등 경영문화의 개선도 기대된다.

LG화학은 17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전지사업본부를 물적분할하기로 결의했다. 신설법인의 사명은 LG에너지솔루션이다. 이번 분할은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의 지분 100%를 갖는 구조로, 신설법인은 10월 열리는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12월 출범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번 분할로 전지사업본부의 경영 방식도 일대 혁신이 예상된다. 신설법인의 수장은 LG화학의 전지사업본부 CPO(최고인사책임자) 겸 배터리 연구소장을 맡던 김명환 사장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LG화학 조직도./자료=LG화학 사업보고서

기존에는 LG화학 대표이사(CEO)인 신학철 부회장이 컨트럴타워 역할을 맡고, △전지사업본부(김명환 사장) △석유화학사업본부(노국래 부사장) △첨단소재사업본부(손지웅 부사장) △생명과학사업본부(유지영 부사장) 등 사업부별로 각자 대표를 맡는 구조였다. 2차전지 사업은 앞으로 독립 경영 체제를 통해 경영 효율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전지사업본부는 전기차 시장의 빠른 성장에 힘입어 LG화학 내에서 위상이 높았다. 그럼에도 조직 문화와 근로조건 등에 있어 LG화학의 인사시스템을 유지했다. 업계에 따르면 전지사업부 직원의 가장 큰 반발을 샀던 건 성과급 체계였다. LG화학은 사업부문과 개인별로 성과급을 차등지급하고 있다.

전지사업본부는 1998년 청주공장을 가동한 이후 19년 만인 2017년 처음 흑자를 냈다. 이후에도 적자와 흑자를 반복하면서 실적 변동성이 컸다. 전지사업본부 직원들은 2차전지 사업에 대한 안팎의 기대에도 성과급은 상대적으로 적게 받았다. 현재 규모의 배터리 시장을 만든 건 전기차 시장의 팽창 때문인데, 시장이 성숙하기까지 투자금은 막대하게 들어간 반면 매출 규모는 작았기 때문이다. 실적이 우수한 석유화학사업본부와 첨단소재사업본부 직원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성과급을 받았다.

2019년 사업부 별 영업이익은 석유화학본부가 1조4163억원으로 가장 많고, △첨단소재사업본부(651억원) △생명과학사업본부(371억원) △전지사업본부(-4543억원) 등이다. 여러 사업본부가 LG화학에 속해있었던 만큼 전지사업본부의 성장성을 이유로 높은 성과급을 지급하는 건 조직문화를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었다. 이번 분할을 통해 성과급 지급 방식도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LG화학 직원 근로조건 현황./자료=사업보고서

LG화학이 지난 8월 공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전지사업본부의 직원은 6493명(남성비율 85%)이다. 평균 근속연수는 남성이 8년, 여성이 6년이다. 지난해 LG화학이 사업보고서를 통해 공개한 전지사업부 남성직원의 평균 연봉(성과급 제외)은 7800만원이다. 여성직원은 5900만원이다. LG화학의 평균 근속연수가 10년인 점과 전체 평균 연봉이 8800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전지사업본부의 처우는 여타 사업부보다 소폭 열위다. 석유화학사업본부 남성직원의 평균 근속연수는 14년, 평균 연봉은 1억원 가량이다.

특히 LG화학 전지사업본부 직원들은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과 비교해 처우가 낮은 게 불만이었다. SK이노베이션의 연봉과 연봉인상률은 LG화학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은 최대 실적을 냈던 2017년과 2018년 기본급의 1000%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사업부와 개인별로 성과급은 달랐지만, 직원들이 회사 성장에 따른 과실을 나눠갖을 수 있었다.

이러한 다른 연봉 체계는 LG화학 일부 직원의 사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과 상이한 조직 문화 또한 경쟁구도에 영향을 준 요소다. LG그룹의 경영 철학은 ‘인화 경영’으로 알려져 있다. 기업 문화 또한 조직 구성원과 화합을 중시하고 있다. LG화학은 여러 사업부를 영위하고 있지만, 석유화학 사업 부문의 정체성이 강하다. 직원 근속연수는 석유화학사업본부가 가장 길다. 평균 근속연수는 석유화학사업이 14년, 전지사업본부가 8년이다. 석유화학사업은 제조업 중에서도 보수적이다. SK그룹은 조직문화가 상대적으로 유연하고 직원 간 수평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설립될 신설법인은 LG화학의 조직문화와 차별화할 가능성이 크다. LG화학 직원이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한 원인으로 근로조건과 조직문화가 꼽혔던 만큼 추가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회사가 개선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게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