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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야 디자인 고수들, 협업 브랜드 어때요?”
by 이희욱 | 2010. 10. 31

노장수(38) 디바인인터랙티브 대표 이력이 색다르다. 그는 대학에서 물리학을 공부했다. 그런데 지금은 ‘디자인’에 빠져 있고, 디자인으로 먹고 산다. 흥미롭다.

“집안에 디자인을 전공한 사람들이 몇 분 있었어요. 어릴 때부터 소질 있다는 얘긴 많이 들었지만, 관심은 거의 없었습니다. 중학교 때부터 컴퓨터를 혼자 만지작거리며 놀았어요. 대학 재학 중이던 1998년에 웹에이전시를 창업해 5년 이상 운영하다가, 2005년 이직하면서 본격적으로 모바일 화면 디자인에 빠져들었죠.”

디바인인터랙티브는 모바일 이용자 경험(UX)을 높여주는 디자인 작업을 주업으로 삼는 회사다. 노장수 대표가 2008년 창업했다. 직원은 8명. 일손이 딸리는데 사람이 모자라 늘 바쁘다. 지금도 실력 좋은 디자이너를 애타게 찾고 있단다.

모바일 UX는 요즘 ‘뜨는’ 사업 분야다. 스마트폰이나 MP3 플레이어, PMP와 e북 단말기까지 손 안의 디지털 기기라면 저마다 앞다퉈 이용자 화면(UI)을 강조한다. 그 안에 담긴 콘텐츠를 보다 효과적으로 이용자에게 전달해 소비 경험을 높여주자는 게 UX의 뼈대다. 그러니 화면 달린 휴대기기라면 UX에 신경을 안 쓸 수 없다. 요즘은 방송장비처럼 새로운 ‘분야’도 UX 디자인을 고려하는 추세다. 새로운 개척지가 생겨나는 셈이다.

디바인인터랙티브는 이미 실력을 검증받은 업체다. 팬택이 만드는 휴대폰(피처폰)과 스마트폰으로 이미 이용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팬택에서만도 수출용 모델 3개와 국내용 모델 3종류에 디바인 UX를 입혔다. 한컴 모바일 인터넷 기기(MID)나 빌립 MID, 삼성·LG전자가 잇따라 도입한 ‘3D 큐브’ UI를 처음 선보인 곳도 디바인인터랙티브다.

허나 오늘 얘깃거리는 좀 다르다. 노장수 대표가 요즘 빠져 있는 새로운 꿈 얘기다. 그는 실력 있는 재야 디자이너들을 위한 협업 브랜드를 만들어보겠단다. ‘그라폴리오‘가 ‘야전사령부’다.

그라폴리오는 한마디로 ‘포트폴리오 공유 서비스’다. 디자이너들이 습작삼아 만든 초안부터 완성도 높은 디자인 작업물까지 자유롭게 올리고, 나누는 서비스다. 다른 웹사이트에서 본 이미지나 디자인 시안을 북마클릿을 이용해 내 북마크 리스트에 옮겨 담는 기능은 디자인 질료를 찾는 디자이너들에게 특히 유용하다.

“2년전 이 서비스를 처음 구상할 때도 제 스스로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해외 웹사이트를 돌아다니며 발견한 좋은 이미지들을 효과적으로 보관하고 싶었는데, 그런 서비스를 찾기 어려웠거든요. 기왕 만드는 김에, 이미지 북마크 기능을 넘어 나만의 컬렉션을 만들 수 있는 기능까지 구현하게 됐죠.”

이런 식으로 디자인 질료들을 공유하는 서비스가 처음은 아니다. 해외에선 데비앙아트비헨스네트워크 같은 곳이 유명하다. 하지만 국내에선 아직 제대로 수준을 갖춘 웹사이트를 찾기 어렵다. 그라폴리오가 과감히 도전장을 내민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그라폴리오는 올해 겨울께 e쇼핑몰도 연다. 국내에서도 이용자들이 직접 찍은 사진이나 디자인 작업물을 활용해 티셔츠나 머그컵 등을 제작해 파는 e쇼핑몰이 더러 있었다. 잘 될까.

“지금까지 서비스들은 e쇼핑몰을 중심에 두고 이용자 디자인 작품들을 찾는 식이었어요. 이 경우 작품 수준이 구매자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적잖았죠. 그라폴리오는 반대로 접근합니다. 실력 있는 디자이너와 포트폴리오 풀을 갖추고, 그 가운데 우수 작품을 골라 제품에 반영할 겁니다. 티셔츠나 머그컵, 아이폰 케이스와 액정보호 필름 등 제품군은 다양합니다. 이들 전체 상품은 ‘그라폴리오’란 브랜드로 묶을 생각이고요. 제품 품질을 높이는 만큼, 싼 값에 팔 생각도 없습니다.”

그라폴리오를 실력 있는 디자이너들의 협업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얘기다. 내년에는 서울 홍익대 언저리에 갤러리 카페도 낼 생각이다. 그라폴리오 회원들의 작품을 전시·판매하는 공간이다.

“외국에는 소규모 고유 브랜드로 상품을 파는 사례가 적잖습니다. 우리도 디자이너 회원들의 작품을 모아 팔고, 작품집도 낼 생각이에요. 출발은 온라인이지만, 오프라인 사업을 병행하는 것이죠.”

그라폴리오는 10월18일 비공개 시범서비스를 시작했다. 초기엔 몇몇 디자이너들만 초대 방식으로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디자이너들끼리 서로 도움 될 만 한 의미 있는 작업물들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를테면 약간의 번거로움을 곁들인 ‘물관리’인 셈이다. 기존 회원들이 초대장을 돌려 친구들을 모으는 식으로 회원을 늘린다. 그래도 이용하고 싶다면 그라폴리오 블로그나 트위터(@grafolio) 계정으로 신청을 하면 된다. 11월 초부터는 공개 시범서비스 형태로 대문을 연다. 기존 회원들과 신규 가입 회원들 모두에게 초대장을 제공한다.

그라폴리오는 아직도 다듬고 덧붙일 곳이 적잖다. 회원들이 마음에 드는 작업물을 트위터나 페이스북, 미투데이 등으로 SNS 친구들에게 알려주는 기능도 준비중이다. 고용량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이미지 서버 확충 작업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디자이너들을 위한 온라인 프리젠테이션 서비스도 곧 선보입니다. 다른 사람 앞에서 포트폴리오를 발표할 때 그라폴리오 웹사이트에 접속해 곧바로 프리젠테이션을 할 수 있는 서비스에요. 다양한 효과와 디자인 기법을 제공하고, 최종 결과물은 플래시 파일로 띄우거나 PC에 내려받을 수 있어요. 기본 서비스는 무료로 제공하지만, 일부 기능을 차별화해 유료화하는 식으로 수익 모델을 늘려나갈 생각입니다.”

노장수 대표는 “단기간에 그라폴리오에 회원들이 몰리거나, 이 브랜드로 돈을 벌 수 있을 걸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그라폴리오를 누구나 들어와 수준 미달의 작업물을 올리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지는 않습니다. 입소문이 나고 데이터베이스가 쌓이기까지 적어도 1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해요. 그 안에 갤러리나 e쇼핑몰, 온라인 프리젠테이션 서비스를 차근차근 완성해 제공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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