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엑시트, ‘먹튀’ 아닌 성공사례로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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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배달의민족의 ‘엑시트(exit·투자금 회수)’가 국내 정서상으로는 ‘먹튀’로 보였지만 해외에서는 성공 사례로 다뤄졌습니다. 성장한 스타트업이 엑시트를 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니까요.”

유효상 숭실대학교 교수는 2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하 코스포) 주최로 열린 ‘유니콘을 넘어 엑시콘으로, 뉴딜 성공을 위한 스타트업 엑시트 생태계 전략연구’에서 이같이 말하며 성공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 즉 ‘엑시콘(Exitcorn)’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성장을 위해서는 상장(IPO)과 인수·합병(M&A)을 스타트업의 출구전략의 활성화를 적극적으로 독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유니콘 기업 이후의 출구전략 고민해야”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자료에 따르면 시리즈 A 이상 투자를 유치한 국내 스타트업은 2020년 7월 기준 758개로, 2018년 동기 383개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누적 투자금을 100억원 이상 유치한 스타트업은 2020년 7월 기준 242개로 이 또한 2018년 동기 75개 대비 3배 이상 늘었다. 테크크런치, 월스트리트저널, CB인사이트, 후룬리포트 등에 따르면 전세계 유니콘 기업 순위에서 한국은 올해 2월 기준 9위(12곳)를 기록하고 있다. 선두에는 중국(293곳)과 미국(284곳)이 있다.

스타트업 창업가(entrepreneur)는 초창기 엔젤투자자, 이후에는 벤처캐피탈(VC)의 투자를 받다가 궁극적으로는 상장 또는 인수·합병을 통해 엑시트를 하게 된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는 가파른 오름세에 비해 엑시트가 활발히 일어나진 않고 있다. 유니콘 기업 가운데 엑시트에 성공한 사례는 지난해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에 약 4조7000억원에 인수된 ‘배달의민족(이하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이 유일하다. 당시 국내에서는 성장한 스타트업을 외국 자본에 매각한 데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유 교수는 배민의 사례를 부정적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스타트업이 엑시트를 하지 않으면 투자자는 스타트업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지 못해 손실을 겪게 되고, 결과적으로 투자자본이 스타트업 생태계로 유입돼야 할 동인이 없어지기 때문에 전체 산업의 발전이 저해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유 교수는 “스타트업은 투자를 통해 성장하기 때문에 엑시트로 투자자의 자금을 돌려줘야 한다”며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 받는 유니콘은 반환점이고, 투자회수의 관문을 넘어야 한다. 엑싯콘이 되지 않으면 망하거나 영원히 유니콘으로만 남는 좀비기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 교수에 따르면 미국 기준으로 전체 스타트업의 26%만이 엑시트에 성공하는데, 이 가운데 97%는 인수·합병 방식을 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을 하는 비율은 0.1%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배민이 엑시트할 수 있는 방법은 국내 또는 해외 상장, 국내 기업 또는 해외 기업과의 인수·합병으로 총 4가지였다. 하지만 국내에서 4조7000억원보다 높은 금액에 배민 같은 적자기업을 살 만한 기업이 많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상장에 성공한 기업이 많지 않은데 우리나라에서는 인수·합병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최성진 코스포 대표 역시 해외 기업과의 인수·합병을 부정적으로만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최 대표는 “배민 매각 소식이 발표된 당시 국내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경사’로 평가했다. 국내 스타트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한 단계 상향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시금석이 됐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정미나 코스포 정책실장은 “국내 상장 시장은 마이너스 상장이 어렵고,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엔 스타트업 성장규모에 비해 시장이 작아 한계가 많다. 그래서 스타트업의 국내외 인수·합병 활성화가 중요한 것”이라며 “(스타트업 업계에서) 창업자 복수의결권이나 CVC 허용을 그동안 계속 요구해온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해외 상장과 인수·합병도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러한 성공적인 엑시트를 통해 자금이 국내에 순환하게끔 하고 연쇄창업이 일어나도록 장려하는 것이 신산업을 이끄는 새로운 방식”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