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기업 ‘테슬라’도 ‘여성차별·아동노동’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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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stainability(지속가능성)’.

단언컨대 22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 프리몬트 공장에서 열린 ‘테슬라 배터리 데이’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지속가능성’이었다. 전기차의 높은 수요는 연비 때문도 있지만, 온실가스를 저감해 기후변화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줄이는 데 있다. 친환경 자동차는 인류의 영속성을 위해 지불하는 환경비용인 셈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3시간에 걸쳐 진행된 발표를 통해 기후 변화와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22일(현지시간) 열린 배터리 데이에 참석한 테슬라 주주./사진=유튜브

이날 주주총회에 앞서 진행된 주요 주주들의 발언에서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질문은 어김없이 제기됐다. 이중 눈에 띄는 질문 중 하나는 사회적 현안에 대한 질의였다. 한 주주는 “테슬라의 근로자들은 성차별과 성희롱 문제를 겪고 있고, 테슬라가 사용하는 배터리는 아동노동과 관련돼 있다”고 질문했다. 주주총회에서 노동조합 등 이해관계자가 회사의 근로조건 등에 대한 비판적인 질문을 하는 건 국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날 주주총회에서 나온 질문 또한 테슬라 근로자의 근로조건과 국제노동기구가 금지한 아동노동 현안을 묻는 것이었다. 예상대로 주주총회와 배터리 데이 행사에서 ESG의 환경 관련 현안은 여러차례 언급됐지만, 사회적 문제에 대한 테슬라의 설명은 들을 수 없었다. 이날 행사의 성격이 배터리에 초점이 맞춰졌던 만큼 근로조건 등과 관련한 테슬라의 속시원한 해답을 듣는 건 무리다. 그럼에도 ESG 현안 중 사회적 현안이 빠진 점은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테슬라의 여성 근로자들이 차별과 성희롱 등을 겪었다는 폭로는 2017년 영국 언론 가디언을 통해 제기됐다. 가디언은 테슬라 전 엔지니어인 AJ 벤더메이든(Vandermeyden)은 회사에서 여러차례 성희롱과 근로조건에서 차별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언론보도를 간추리면 테슬라는 여성 직원을 수십명과 ‘타운 홀 미팅’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다수의 여성 직원들이 공장에서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AJ 벤더메이든은 같은 업무를 하는 남성직원과 비교해 승진과 임금에서 차별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7년 회사를 상대로 차별 구제 소송을 진행하던 중 해고됐다.

아동노동 문제는 테슬라 등 전기차 업체가 사용하는 배터리의 원료인 코발트로 인해 불거졌다. 세계에 유통되는 코발트 중 58%가 콩고에서 수출되고, 대부분은 중국에서 정제된다. 코발트는 배터리 원료 중 가장 희소해 원가가 높다. 그런데 코발트를 채굴하는 이들은 다수가 어린이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콩고 남부의 광산지대에서 약 4만명의 어린이들이 코발트 등 광물을 채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7세 미만의 어린이도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원료인 코발트를 채굴 중인 콩고 아동./사진=암네스티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전 세계 아동(5세 ~ 14세) 중 약 2억5000만명이 아동노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중 대부분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에서 고용주에 의해 착취되고 있다. 이들은 생계를 위해 아동 노동을 하고 있지만, 근로환경은 신체와 정신 발달에 적합하지 않은 곳이다. 전기차 판매가 확산되면서 아동노동의 문제점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전기차 수요가 많아질수록 코발트 수요가 함께 늘어 아동노동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LG화학과 포스코케미칼 등 배터리 및 소재 회사들은 코발트의 높은 원가와 아동노동의 문제점으로 인해 대체제를 찾고 있다.

이날 주주총회에서 질문된 아동노동 문제 또한 연장선상에서 이뤄졌다. 질의자는 세계 최대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가 콩고의 아동노동을 근절하기 위해 어떤 대안을 갖고 있는지 물었다.

이렇듯 ESG는 최근 기업경영에서 주요한 화두로 부상했다. 해외 연기금과 일부 기관투자자들은 기업의 ESG 준수 척도를 고려해 투자를 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국내에서도 확대되고 있다. ESG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판단할 주요 투자 요소로 자리잡은 것이다.

이날 배터리 데이 행사는 ESG를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었던 만큼 테슬라의 성차별 문제와 아동노동 문제가 주요하게 다뤄지지 않았다. 앞으로 투자업계에서는 테슬라가 사회적 현안에 대한 적절한 대안을 내놓지 않을 경우 ‘잡음’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