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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살 ‘얼음집’, 오타쿠의 소셜 미디어로 진화”

2008.07.07

2003년 6월17일. 이 날은 국내 IT 역사에도 조금 특별한 날로 기록된다. 이글루스 서버에 첫 블로그 글이 기록된 날이다. 국내에서 ‘전문 블로그 서비스’가 첫선을 보인 날이기도 하다. 시범서비스 형태로 얼굴을 내민 이글루스는 6월26일, 국내 첫 전문 블로그 서비스로 공식 데뷔하게 된다.

이글루스가 5돌을 맞았다. 2003년 6월 온네트에서 국내 1호 전문 블로그 서비스로 출범한 뒤 2006년 5월 SK커뮤니케이션즈로 둥지를 옮기는 동안, 이글루스는 ‘전문 블로그 서비스’란 고유 가치를 잃지 않으면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해왔다.

이글루스엔 ‘최초’란 수식어가 곧잘 따라붙는다. 2003년 9월, 이글루스는 당시만 해도 낯설던 ‘트랙백’을 처음으로 도입했다. 외부에서 블로그로 글을 원격 전송할 수 있는 ‘블로그API’를 처음 공개한 곳도 이글루스였다. 거대 회원을 등에 업은 포털 블로그에 맞서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마니아들의 매운 맛을 보여준 ‘오타쿠의 산실’이기도 하다. 

허진영 부장에게도 이 날만큼은 감회가 새롭다. 허진영 부장은 이글루스를 탄생시킨 온네트 ‘병역특례 1호’다. 이글루스가 SK커뮤니케이션즈 품에 안긴 이후에도 그는 줄곧 얼음집 안에서 살며 대문을 다듬고 모서리를 깎았다. 얼음집 잉태부터 출산, 성장까지 처음부터 지켜본 아버지인 셈이다.

그는 한때 SK커뮤니케이션즈 동영상 사업팀으로 잠깐 외도했다가 최근 고향인 이글루스로 되돌아왔다. ‘소셜 미디어 그룹장’이란 중책과 함께. 7월5일에는 이글루스 회원 100명과 5돌 파티를 열고 새로운 성장과 변화도 다짐했다. 33만명의 회원들은 ‘아버지의 귀환’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허진영

허진영 SK커뮤니케이션즈 소셜 미디어 그룹장

Q. 이글루스 5살 생일을 축하드린다. 탄생 배경이 궁금한데.

온네트에서 미디어 사업실을 맡았다. 개인 게시판 형태의 서비스를 준비하다가 블로그란 서비스를 듣게 됐다. 당시엔 전문 블로그 서비스는 블로거닷컴밖에 없었고 무버블타입이 만들어지는 단계였다. 

우리는 처음에 홈페이지 관점에서 접근했다. ‘전문’과 ‘홈’이란 두 메타퍼를 다 갖고 있는 이름을 찾다가 이글루스란 이름을 정했다. 어감도 좋고 집이란 이미지도 있고, 브랜드네임으로 가치도 있잖나. 포털 가운데는 네이버, 다음, 인티즌이 한창 블로그 서비스 준비중이었고, 한미르는 이미 하고 있었다. 포털 형태로는 시장에 나와봐야 경쟁도 안 되니 처음부터 차별화하기로 했다. 18세 이상 성인만 가입할 수 있는 전문 커뮤니티 형태로 출발했다.

Q. 차별화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었나.

지향점은 두 가지 였다. 지식iN이 한참 뜰 때라 그에 대응하는 컨텐트를 블로그로 봤다. 그래서 블로그를 키워 검색형 서비스로 발전시키거나, 동호회같은 커뮤니티 형태로 발전시키자 두 방향이었다. 이글루스는 커뮤니티에 더 초점을 맞췄다. 회원가입 규약도 주고 전문 글쓰기 집단도 모집했다.

그런데 따져보니 하루 8시간 이상은 PC 앞에 앉아 있어야 전문 블로깅이 가능할 것 같더라. (웃음) PC를 오래 쓰는 사람들이어야 했다. 테헤란로 IT 종사자들, 디자이너들, 대학생 등을 전문 라이터로 모집했다.

전문 글쟁이들이 모이면 테마별로 전문 글을 소비하기 위해 더 많은 사람들이 집결할 거라 생각했다. 전문가와 네트워크 맺으려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커뮤니티로 발전할 테니까. 지금도 이글루스는 그런 방향으로 진행중이다.

Q. 전문 블로그 서비스란 이미지가 강한데, 커뮤니티 성격은 어떤 것들이 있나.

이글루스 로고

우리는 ‘이글루스’란 개인 블로그를 주면서, ‘밸리’란 광장형 커뮤니티 서비스를 함께 제공했다. 여기에 ‘마이 밸리’란 개인화된 구독 서비스를 덧붙여 3각 구도로 가져가고 있다. 이를 우리는 ‘블로그 기반 커뮤니티’, ‘구독 커뮤니티’ 등으로 표현한다.

테마를 좀더 직접적으로 모을 필요 있겠다 싶어 2005년 7월에 ‘이글루스 가든’을 출범시켰다. 누군가 목적을 정하고 그에 이르는 여러 단계를 구체적으로 블로깅하면서 공유하는 커뮤니티로 발전하길 원했는데, 한 곳으로 모이지 않고 분산된 경향을 보여 크게 활성화되진 못했다. 가든에 좀 실망하면서, 커뮤니티에서 시나리오를 주고 따라하도록 하는 건 블로거에게 맞지 않고 약간 느슨하게 가는 게 맞다 싶어 밸리를 채널 형태로 바꾸고 있다. 밸리는 테마와 태그 형태로 분리됐다. 테마와 태그로 필터링해 보고 메타 페이지를 통해 소비하고 관계 맺는 공간으로 발전시킨다.

Q. 2006년 3월 SK컴즈에 인수됐다. 인수 이전과 이후의 변화는 무엇인가.

들어오기 전엔 1등이었는데 들어오고 나선 1등이 아니란 거다. (웃음) 인수 사실이 발표됐을 때 이글루스를 사랑하는 마니아분들이 걱정을 많이 한 것도 사실이다. 당시 우려는 거의 없어졌다. 회원 간담회를 통해 우리가 가는 방향과 인수 이유에 대해선 명확히 설명했다고 본다.

우리가 1등이 아니란 건, 크기보다는 트래픽 면에서다. IT 중심의 글을 소비하는 블로거들은 티스토리로 많이 넘어갔다. 이글루스 이용자들은 똑같은 연예 이야기라도 담론화하는 경향이 있다. 일부 애드센스형 티스토리 블로거가 늘어나고, 다음 마켓셰어 높아지면서 성장한 면도 있다.

성장 동기나 역량은 아직도 있다. 인수 이후 2년동안 옛날처럼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지 못하고 조금 무뎌진 감은 있다. 성장에 대한 내부 욕구가 있어서, 성장하려면 좀더 날카로움을 무디게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 면은 있다. 정비해서 1위 탈환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플랫폼 면에선 상당히 진화했다. 오자마자 6개월 정도 작업을 멈추고 플랫폼을 확장 가능한 형태로 안정화했다. 이글루스는 운영에 들어가는 작업이 거의 없다. 이용자가 와서 글 쓰고 필터링하고 본 것들이 인기글 시스템에 선별 반영되는 식으로 자동화돼 움직인다. 내부 플랫폼이 안정화되면 하반기 더욱 성장할 듯하다.

내용 면에서도 다양성이 늘어났다. 초기엔 게임 등에 집중됐는데, 지금은 카테고리를 보면 담론이 많아졌다.

Q. 하반기에 개편도 준비중이라 들었다.

박스2

‘마이커뮤니티’란 새로운 구독 서비스를 선보인다. 구독자 성향이나 글 내용을 분석하고 링크를 많이 한 사람들의 집단을 필터링해서 관련 블로그를 추천해주는 시스템이다. 블로거가 직접 구독글을 고르거나 일방적으로 뿌려지는 추천글과는 좀 다른 성격이다.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차원이기도 하다.

알림 기능도 강화한다. 내가 어디에 가서 덧글을 달았는지, 거기에 누가 또 덧글을 달았는지 등을 마이커뮤니티에서 추적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할 것이다. 글 뿐만 아니라 구독 네트워크를 통해 사람들의 다양한 활동을 알 수 있도록 하는 개념이다. 구글이 이와 비슷한 개념으로 ‘소셜 스트림’이란 말을 쓰기도 했다.

새로운 광고 시스템도 선보인다. 가칭 ‘애드미디어’인데 이글루스 이용자들이 트래픽 기반의 광고를 달고 수익을 나누는 모델이다. SK커뮤니케이션즈엔 이글루스 뿐 아니라 싸이월드 블로그나 엠파스 블로그처럼 다양한 1인 미디어 플랫폼이 있다. 비즈니스 인프라가 구축되면 1인 미디어 공통 광고 플랫폼이 될 수 있을 걸로 본다.

늦어도 9월말께면 새로운 서비스를 선뵐 수 있을 걸로 예상한다.

Q. 렛츠리뷰같은 새로운 모델도 선보였는데. 그동안 성과와 반응은 어떤가.

렛츠리뷰는 이용자들에게 보상을 제공하고 글 쓰는 동기를 부여하자는 맥락에서 시작했다. 이건 메타형 서비스다. 이들이 쏟아내는 컨텐트가 확산돼 소비되고 있다. 한 번 상품을 제공한 업체는 대부분 계속 제공한다. 입점을 문의하는 업체도 늘어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이걸 상품화하는 단계가 곧 오리라 생각한다.

기업 블로그 마케팅이 최근 화두인데, 확실한 모범 사례는 없다. 기업 블로그 마케팅이 상품 홍보는 아니지만, 이를 계기로 블로그 마케팅이 진화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상품화 전단계 리뷰 정도로 하면 좀 더 객관적이고 가치 있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걸로 본다. 그러고보니 마침 7월15일이 렛츠리뷰 1주년이다. (웃음)

Q. 블로그 전문 서비스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위치가 애매한 느낌이다. 전문 이용자들은 텍스트큐브같은 설치형으로 가고, 입문자들은 포털 아니면 티스토리로 이동하는 분위기다. 어정쩡하게 가운데 낀 모양새인데.

중간에 낀 게 아니냐고도 하는데, 우리가 지향하는 바대로 가고 있다. 전문 블로그 서비스 1위를 할 때, 어떻게 커뮤니티로 확장하느냐를 많이 고민했다.

우리는 커뮤니티 형태로 가면서 사회적 담론을 더 많이 끌어담을 생각이다. 플랫폼이나 도구의 진화가 아니라, 사람들이 기반이 돼 다양한 담론을 소통화고 소비하면서 활성화하는 방식이다.

이걸 효과적으로 보여줄 시스템도 강화하고 있다. 이오공감은 미디어 형태로 계속 발전시키고, 뒷단에선 커뮤니티 인프라를 구축할 생각이다.

Q. 이글루스만의 색깔은 무엇인가.

박스3

오타쿠다. (웃음) 사회가 전문화되는 경향이 강하다. 이미 이글루스 초기에 블로그를 선택한 사람들은 특히 그런 성향이 강하다. 그런 사람들이 점점 더 확대되고 서로 소통이 늘어나고 있다. 이글루스가 딱히 밀어주는 검색 서비스가 없음에도 성장세를 유지하는 건, 회원들이 만드는 키워드가 시장에서 유니크한 키워드이기 때문이다. 게임, 애니메이션, 일본문화 등등. 이런 키워드는 다음이나 네이버 블로그에서 소비되지 못하는 것들이다.

Q. 플랫폼 개방 계획은.

우리는 사실 다 개방돼 있다. 시스템면에서 보자면 트랙백도 우리가 최초고, 핑백도 최초다. 오픈API를 제공한 것도 그렇고, 이용자가 스킨을 편집하도록 한 것도 우리가 처음이다. 문제는, 오픈했는데 가져다 쓰는 사람이 없다는 거다.

거꾸로, 오픈할 수 있는 플랫폼들이, 예컨대 검색이나 블로거뉴스 등이 우리를 좀더 이용하려는 노력이나 기술적 진보를 이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예컨대 메타형 블로그랑 제휴할 때도 우리 기능을 걔네들이 맞춰야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걔네 시스템에 맞춰 작업해줘야 하는 게 현실이다.

Q. 스스로 평가하듯 이글루스는 검색 기능이 약한 편이다. 확충할 계획은 없나.

지난해 엠파스와 한식구가 되면서 엔진을 교체했다. 내부 검색 만족도는 높아졌다. 내부 검색을 활성화할 수 있는 시장 규모 자체가 작다. 블로그에선 한 키워드로 검색하는데 여기에 맞는 어떤 정보가 질이 좋은 지 판단하지 못한다. 그냥 최신정보 올린다. 그러다보니 포털도 자체 블로그 검색결과를 우선 보여줄 수밖에 없다. 이글루스가 존재할 수 있는 건 포털에서 생산되지 않는 유니크한 키워드가 있기 때문이다. 포털에 대항하는 방법은 그것이다. 이글루스만의 자체 문화를 소비하도록 돕는 것.

박스4

우리는 이글루스, 미니홈피, 블로그, 네이트 통 등 다양한 소셜 미디어를 갖고 있다. 다음과 네이버와 경쟁하려면 개별 서비스가 아니라 이들을 묶어 경쟁해야 한다. 검색을 통한 유통 플랫폼 뿐 아니라 미디어형 유통 플랫폼을 가져야 한다. 검색 점유율은 낮지만 네이트온이 가진 푸시형 매체 능력은 어느 경쟁사보다 탁월하다. 이들을 활용해 미디어 지면으로 발전시켜 트래픽을 나눠주는 공동 모델도 있고 위젯이나 광고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을 뒷받침해줘야 한다. 비즈니스 인프라가 통합돼 잇으면 미디어는 분산돼 있어도 통합될 여지가 있다. 자연스레 비즈니스 모델도 나올 수 있다.

Q. 싸이월드나 엠파스 블로그와 충돌하지는 않나.

이용자층이 엄연히 다르다. 다양한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보고 이를 총괄하는 시너지 플랫폼 만들면 경쟁력 있을 거라 본다. 분산돼 있지만 총합을 보면 다음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70% 수준이다. 빨리 2위 사업자로 올라서고, 이후 네이버와 경쟁해야 한다.

Q. 촛불집회를 계기로 1인 미디어의 영향력이 새삼 논의되고 있다. 국내 1인 미디어와 블로고스피어의 산업 규모나 영향력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이미 블로그 시장은 성숙했다고 판단한다. 앞으로는 완전히 블로그를 아우르는 에코시스템으로 발전할 거라 본다. SEO에서 SMO라고, 지금은 검색엔진 최적화가 아니라 ‘소셜 미디어 최적화’ 시대다. 기업들도 거기에 투자한다. 검색과 블로그, 이를 통해 성장하려는 협력업체가 종합적으로 발전할 거다. 이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비즈니스 플랫폼과 유통 플랫폼을 제공할 것이다. 2~3년 안에 두각을 나타낼 걸로 본다.

<이글루스 발자취>

2003년

6월17일 이글루스 1.0 베타 오픈

6월26일 이글루스 1.0 정식 오픈

9월8일 국내 최초 트랙백 서비스 시작

10월18일 ‘밸리’ 개편

12월31일 이글루스 2.0 오픈

2004년

5월21일 PDF 전자출판 서비스 오픈

11월18일 유료 서비스 ‘이글루스 플러스'(egloos+) 개시

2005년

1월21일 ‘나만의 책’ 만들기 서비스 오픈

7월28일 이글루스 가든 정식 오픈

2006년

3월7일 SK커뮤니케이션에 피인수

4월13일 포토포그 시범서비스 오픈

10월1일 서비스 플랫폼 교체

11월28일 블로그 예절 캠페인 실시

12월14일 자동검색관련글 서비스 오픈

2007년

3월7일 오픈ID 기능 제공

5월17일 이오공감 2.0 베타 오픈

7월4일 태그, 핑백 기능 추가

7월12일 렛츠리뷰 오픈

■ 2008년

1월25일 검색엔진을 엠파스로 교체

3월25일 ‘밸리’ 개편

asadal@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