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리의 투머치 리뷰]채식주의자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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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리의 투머치 리뷰>는 IT·유통·뷰티를 기반으로 한 체험기입니다. 어디로든 가고, 무엇이든 합니다. 일상 속 소소한 궁금증부터, 살까 말까 고민되는 신제품 체험까지. 모든 경험을 공유하겠습니다. ‘저렇게까지 할 필요 있나’라고 생각될 다소 과도한 체험과 연구. 함께 해요. 췌킷아웃.

/촬영=김주리 기자

Part 6. 인내와 절제

-9월8일(5일차)

아침도 새벽배송으로 끼니를 채우고 일과를 시작했다. 바뀐 식단을 제외하고는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이지만, 유독 정신이 산만해진 느낌이 들었다. 집중도 안 되고 기운도 없고, 자연스레 설탕 섭취가 줄어서 그런 건지 소위 말하는 ‘당 떨어지는 기분’이다.

이어 기다리던 비건 베이커리 전문 망넛이네 ‘퀵빵’이 도착했다. 식물성 재료로 만든 브라우니부터 찹쌀 빵, 만쥬까지 도착했다. 마침 새벽배송으로 함께 주문한 젤리, 비스킷 등도 준비돼있다. 부족한 당을 섭취해야 할 시간이다.

퀵빵을 통해 주문한 ‘두브라우니’는 시중 판매 하는 브라우니 못지않게 초콜릿의 질감과 브라우니의 식감을 구현했다. 유제품을 대신해 카카오 함량이 높은지라 외려 더 깊고 진한 맛이 느껴진다. 비건 식품 인증을 받은 ‘곰돌이 젤리’도 일반 젤리와 흡사하고, 초콜릿 비스킷도 기대 이상이다. 이들 제품 모두 스낵이나 과자를 충분히 대체할 수 있을 것 같다.

/촬영=김주리 기자

간단히 점심식사를 마친 후 취재를 위해 백화점에 방문했다. 델리코너를 지나가는데 평소에는 신경 쓰이지 않던 버터 냄새가 코를 찌른다. 사방에서 진동하는 빵 냄새가 낯설면서도 식욕을 돋웠는데, 이윽고 식당가를 지날 때 위기가 찾아왔다. 가뜩이나 기운이 없는 상태에서 보양식이라고 전시된 삼계탕, 설렁탕을 비롯한 온갖 고기 요리들이 눈과 마음을 약 올리듯 잡아끌었다.

약 5분 정도 식당가를 훑어보기는 했지만 이내 발길을 돌렸다. 큰 다짐을 한 것도 아니었지만 그러려니 하며 한숨 한 번 내쉬고는 바로 지나쳤다. 마음을 내려놓으니 크게 아쉽지도 않았다.

반강제적인 채식 체험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건 인내와 절제다. 낯선 채식 생활 때문에 사실상 ‘단식’ 기간이었던 초반, 인간의 원초적 욕구인 식욕을 억누르며 인내를 배웠고, 보다 자극적이고 좀 더 입맛을 돋우는 음식을 찾던 일상식단의 습관을 한정적인 식사로 바꾸면서 절제를 배웠다. 어떻게 보면 신념에 기반한 채식의 본질이다. 비윤리적인 사육환경을 불사하며 대량생산을 통해 공급되고 가공되는 시장에 저항하는 비건들의 핵심은, 만물을 지배하는 인간이 동물을 비롯한 자연과 환경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기 위해 욕심을 내려놓고 인내와 절제를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다.

정말 맛있었던 퀵빵 ‘찹싸루니’/촬영=김주리 기자

Part 7. 불현듯 우울감, 그리고 최후의 만찬

-9월9일(6일차)

5일 차에는 기운이 없다 싶더니 6일 차에 참을 수 없는 우울감이 찾아왔다. 왜일까. 이유를 생각해봐도 지난주와 비교해 특별한 상황은 없었다. 며칠간 지속한 인내 때문일까. 혹 영양 불균형은 아닐까. 오만가지 생각이 들고, 괜스레 축 처진다. 욕구를 충족하지 못한 불만일까 아니면 단순히 신체에서 일어나는 생물화학 작용일까. 퀵빵에서 주문한 초코빵과 젤리를 먹고 한숨 자고 나니 다행히 무기력함과 우울감은 없어졌다.

이날 갑작스레 찾아왔던 원인 모를 심경의 변화는 지금까지도 미스터리다. 사실 7일이 지난 후에도 채식 체험 기간 느끼고 경험한 다양한 마음으로 보름간 비건 식단을 이어갔다. 이후 이 같은 우울감은 딱히 없었다. 혹 비건이 되기 위해, 신념을 위해 욕구를 참아내야 하는 생활로 들어가기 전 거쳐야 하는 일련의 통과의례 혹은 마지막 시련은 아니었을지.

벌써 비건체험 마지막 밤이다. 저녁은 첫날 채식주의존에서 구입했던 대체육 스테이크를 직접 조리해 토마토와 곁들여 먹었다. 이제 고기 생각도 딱히 나지 않고, 고기 맛이 나는지 아닌지도 정확히 모르겠다. 맛있게 먹고, 후식으로 비건 아이스크림과 두유를 마신 뒤 잠을 청했다.

비욘드 버거 식물성 대체육/촬영=김주리 기자

-9월10일(7일차)

비건 체험 종료. 이날은 기사가 올라가는 날이다. 음식도 다 떨어졌다. 새벽 배송도 안 했다. 다만 점심으로 소고기가 포함된 초밥 세트를 주문했다. 고기 초밥부터 입에 넣어 맛본 후 생선 초밥을 먹었다. 역해서 남겼다.

Part 8. 에필로그

이번 기획의 목표는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아주 평범한 직장인이 비건 체험을 하며 겪는 다양한 이야기를 최대한 생생하게 담는 것이었다. 지난 이야기를 통해 여러 번 언급했듯, 어느 날 갑자기 비건식을 시작한다면 막막한 게 사실이다. 사전지식 없이 시작한 체험이었기에 서투른 부분(대부분의 끼니가 인스턴트식이었다는 점 등)이 있었지만, 식습관을 바꾸기로 결심한 대부분의 사람은 이런 실수를 겪으리라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며 여유가 생기다 보면 직접 채소와 과일, 각종 채식을 위한 식자재를 통해 손질하고 요리하기 시작하는 순간도 있을 거로 생각한다.

채식이 육식보다 건강한 식단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많다. 일부 전문가들은 수년간 비건 생활을 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신체 상태를 비교했을 때, 고기를 포함한 다양한 종류의 식사를 일관되게 해 온 사람의 영양분포도가 더 적절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고작 일주일이었지만, 지난 에피소드에서 언급했듯 채식 기간 동안 한 번도 배탈이 나지 않았다는 점은 의미가 컸다. 다만 바쁜 일정 속 채식을 하다 보니 인스턴트식만 먹게 돼 변비가 종종 있었다. 생과일과 채소류 등 다양한 생(生) 비건식을 섭취하지 못한 부분은 아쉽다.

식물성 재료로 만든 ‘곰돌이 젤리’/촬영=김주리 기자

대한민국에서 비건으로 살아간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식성을 바꿔야 하는 기본적인 어려움 외에도 제한적인 시장, 다소 높은 가격의 식제품, 반복적으로 언급하는 복잡한 조리법에 소요되는 시간 등 신념을 위해 바꿔야 하는 비용은 비싸다. 그뿐만 아니라 비건이 되기 위해 견뎌야 하는, ‘호들갑 떠는 사람’을 바라보는 듯한 사회적 편견들도 어려움을 더한다. 사회를 구성하는 개개인의 신념은 존중돼야 하며 그를 위한 시장도 다양하게 구성된 사회가 성숙하고 건강한 사회다.

최초에 기획한 7일이 지난 후에도 보름 이상 비건식을 유지했다. 그 와중에도 모임이다 뭐다 해서 두어 번 생선과 고기를 먹긴 했지만 말이다. 직업적 특성상 천천히 이전 식단으로 돌아가고 있다. 다만 개인 식사는 비건식을 이어갈 생각이다. 다른 이유는 없다. 그냥 개인적인 신념이다.

/촬영=김주리 기자

[아무거나 리퀘스트]

Q.(‘열줄리뷰’ 멘보샤 편 관련) 사진 찍어놓고 보니 프라이팬이 지저분한 것 같아 창피해서 새로 살 때 된 것 같다고 쓴 거죠?(jhy***)

A. ……….네

당시 올렸던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