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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터언팩]’플렉스’를 위한 ‘갤럭시Z 폴드2’

2020.09.27

매주 일요일, 블로터 기자들이 체험한 IT 기기를 각자의 시각으로 솔직하게 해석해봅니다.

접고, 붙이고, 돌리고, 돌돌 말고. 스마트폰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10년 넘게 변함없던 ‘바’형 디자인에 반기를 든 제품들이 하나둘 머리를 내밀고 있다. 갤럭시Z 폴드2는 이러한 흐름의 선두에 선 제품이다. 미래적이고, 비싸다는 얘기다. 접고 펴는 과정에서 오는 경험은 미래적이지만, 각자의 지갑은 현실에 있다. 폴더블폰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에 따라붙는 꼬리말은 왜 접어야 하냐는 거다. 접었다는 이유만으로 200만원이 넘는 돈을 내 소중한 지갑에서 꺼낼 가치가 있냐는 물음이다.

삼성전자의 대답은 ‘플렉스(Flex)’다. 사전적으로는 ‘구부리다’ 정도의 뜻이지만, 요즘 젊은이들이 쓰는 말로 자신의 부나 성공을 과시하는 문화를 일컫는다. 근육을 구부려 과시하는 모습에서 유래했다. 실제 갤럭시Z 폴드2는 ‘플렉스 모드’를 탑재했다. 화면을 구부렸을 때 일반 스마트폰과 다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플렉스 모드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을 접는 이유를 대변한다. 접어서 차별화된 경험을 과시하라는 뜻이다.

폴드+플립=갤럭시Z 폴드2

폴더블 경험을 앞세운 갤럭시Z 폴드2는 앞선 두 제품을 통해 다듬어진 사용자경험을 제공한다. ‘갤럭시폴드’와 ‘갤럭시Z 플립’의 폴더블 경험을 합친 형태다. 갤럭시Z 폴드2는 지난해 9월 출시된 갤럭시폴드의 대화면 경험을 그대로 가져가면서 갤럭시Z 플립의 사용자경험을 추가했다. 바로 플렉스 모드다. 화면을 접고 펴는 두 가지 동작에 그쳤던 전작과 달리 개선된 힌지(경첩)를 적용해 화면을 다양한 각도로 접고 펴는 과정에서 새로운 사용자경험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원하는 각도로 세워놓고 커버 디스플레이를 통해 별도 거치대 없이 영상 콘텐츠를 보거나 사진과 영상을 찍을 수 있다. 또 화면을 구부렸을 때 UI도 변한다. 화면이 커지거나 작아지거나 둘 중 하나였던 전작과 달리 구부리는 과정 자체를 사용자경험으로 끌고 들어와 ‘플렉스’한 셈이다.

이번에 삼성전자가 강조한 플렉스 모드 사용법은 영상 촬영이다. 화면을 구부린 채 탁자 위에 놓고 위쪽 화면을 통해 사진이나 영상을 찍으면서 아래쪽 화면으로 최근 촬영한 결과물을 최대 5개까지 확인하고 비교할 수 있다. 또 인물의 얼굴과 움직임을 인식해 자동으로 촬영 범위를 조절해주는 ‘자동 프레이밍’을 지원한다. 인물 영상 촬영 중 갑자기 화면에 다른 사람이 들어오면 두 사람 모두 잘 잡히도록 자동으로 화각을 넓혀준다. 사람은 최대 3명까지 인식한다. 별도 카메라맨 없이 영상을 찍을 수 있도록 혼자서 잘 노는 요즘 젊은이들을 겨냥한 기능이다.

하지만 ‘서른 즈음에’가 애창곡인 또 하루 멀어져 가는 내게는 크게 쓸모가 없었다. 이보다 와닿았던 기능은 화면을 구부려 영상을 탁자 위에 세워놓고 편리하게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하루가 다르게 플렉스하는(굽어 가는) 내 관절의 부담을 덜어줬다. 일반적인 영상 콘텐츠를 볼 때는 바깥쪽 커버 디스플레이에 영상을 띄워놓고 볼 수 있으며, 유튜브를 볼 때는 안쪽 대화면 디스플레이를 구부렸을 때 위에는 영상, 아래는 영상 목록이 나오는 특화 UI가 제공된다. 영상을 보면서 다음에 볼 영상을 편하게 고를 수 있다. 댓글을 눌렀을 때는 화면 전체가 댓글 창으로 채워지는 점은 아쉽다.

메모 앱 등에서 키보드 UI가 아래쪽 화면에 배치돼 노트북처럼 보이는 점도 재밌다. 하지만 화면 크기의 한계 탓에 바닥에 제품을 놓고 노트북처럼 타자를 잘 치기는 어렵다. 또 플렉스 모드의 단점은 화면이 착착 열리고 닫히는 맛이 덜하다는 점이다. 힌지가 다양한 각도에서 고정돼야 하는 탓에 화면을 여닫는 과정에 힘이 제법 들어간다.

끊임없는 멀티태스킹

전작 갤럭시폴드에서 내세웠던 멀티태스킹 경험도 개선됐다. 갤럭시폴드는 일반적인 스마트폰보다 큰 화면을 강조하며 ‘멀티 액티브 윈도우’와 ‘앱 연속성’ 기능을 차별화된 경험으로 내세웠다. 전자는 여러 개의 앱을 동시에 띄우는 기능, 후자는 큰 화면과 작은 화면을 끊임없이 오가는 기능이다.

멀티 액티브 윈도우의 경우 최대 3개의 앱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점은 전작과 동일하다. 여기에 동일한 앱을 2개의 창에 동시에 실행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됐다. 예를 들어 두 개의 인터넷 창을 동시에 띄우고 쇼핑몰 사이트를 비교할 수 있다. 현재 동시 실행 가능한 앱은 인터넷, 내 파일, 삼성 노트, MS 오피스 등이다. 여기에 팝업 화면 형태로 최대 5개의 앱을 추가 실행할 수 있다. 각 앱 간 텍스트나 이미지를 바로 주고받을 수 있는 ‘드래그 앤 드롭’ 기능도 제공한다.

전작의 장점이던 앱 연속성 기능은 그대로다. 접었을 때 사용하던 앱을 펼쳤을 때도 끊김 없이 이어준다. 예를 들어 제품을 접은 상태에서 한 손으로 지도 앱을 사용하다가 제품을 펼칠 경우 더 넓은 화면에서 사용 중이던 지도 앱을 그대로 이어서 사용할 수 있다. 반대도 가능하다. 최신 게임을 하면서 화면을 접었다 폈을 때도 크게 문제없었다.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의 경우 접었다 폈을 때 끊김 없이 레이싱이 이어졌다. 단지, 접고 펴는 과정에서 조작의 빈틈이 발생한 사이 드리프트를 하던 내 차가 전복될 뿐이었다. 화면 비율도 각각의 화면에 맞게 최적화된 형태로 나왔다.

개선된 하드웨어…주름은 여전

이 같은 플렉스 경험을 위해 하드웨어도 개선됐다. 우선 화면이 커졌다. 갤럭시Z 폴드2는 6.2인치 커버 디스플레이와 7.6인치 메인 디스플레이를 갖췄다. 전작은 각각 4.6인치, 7.3인치 수준이었다. 특히, 화면을 접었을 때 커버 디스플레이 크기가 전작보다 확연히 커져 사용성이 개선됐으며, 화면을 펼쳤을 때 전면 카메라는 두꺼운 노치 형태에서 펀치홀 디자인으로 변경됐다. 전체적으로 화면 비율을 늘리면서 디자인이 다듬어진 모습이다.

(왼쪽부터) 갤럭시Z 폴드2와 아이폰11 프로

노치 형태로 두껍게 들어갔던 전면 카메라가 펀치홀 디자인으로 개선됐다.

또 플라스틱 OLED(POLED)에 플라스틱 소재의 투명 폴리이미드(CPI) 필름을 붙여 마감한 전작과 달리 갤럭시Z 플립처럼 구부리는 유리 재질인 ‘울트라 씬 글래스(UTG)’를 적용했다. 또 힌지 설계와 스위퍼 기술을 개선해 내구성을 높였다. 갤럭시S20 시리즈부터 적용된 120Hz 화면 재생률(주사율)도 지원해 부드러운 화면을 제공한다. 단, 커버 디스플레이는 60Hz만 적용된다.

주름은 여전하다. 조명 환경과 보는 각도에 따라 주름이 눈에 들어온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제품을 정면으로 사용하는 경우 거슬리지 않는 수준이다. 두께는 접었을 때 13.8~16.8mm로 8mm대인 일반 스마트폰의 2배다. 전작(15.7~17.1mm)보다는 조금 얇아졌다. 무게는 276g인 전작보다 282g으로 다소 늘었다. ‘아이폰11 프로 맥스’보다 56g, ‘갤럭시노트20 울트라’보다 76g 무거운 수준이다. 또 하루 멀어져 가는 노약자에게는 버거운 폰이라는 얘기다.

실사용에서 아쉬운 부분은 터치였다. 화면이 큰 태블릿 PC에는 사용자의 손바닥 등이 만들어내는 불필요한 입력을 걸러내는 ‘팜 리젝션’ 기능이 적용된다. 갤럭시Z 폴드2는 시제품을 기준으로 화면을 잡은 손의 불필요한 터치 입력을 잘 걸러내지 못했다. 이는 소프트웨어적으로 개선 가능한 부분으로 보인다.

‘찍먹’ 가능한 미래

경험의 혁신. 삼성전자가 최근 내세우는 가치 중 하나다. 하드웨어가 아닌 제품이 가져다주는 사용자 경험에 초점을 맞춰 상향 평준화된 스마트 기기 시장에서 차별화를 이루겠다는 전략이다. ‘갤럭시Z 폴드2’는 여기에 딱 들어맞는 제품이다. ‘폴더블’이라는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나가는 기기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폼팩터의 변형을 통해 혁신을 말한다. 바형 스마트폰들의 무덤 위에 갤럭시Z 폴드2가 올라서 있는 광고 이미지는 삼성전자의 자신감을 대변한다.

하지만 오지 않은 미래는 현재의 관성에 붙들리곤 한다. 화면을 왜 접냐는 질문은 현재 진행형이다. 아직 갤럭시Z 폴드2는 답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다. 행군의 맨 앞에선 첨병은 앞에 있는 지대에 대해 미리 수색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 길로 가는 게 맞는지 아닌지 판단하는, 쉽게 말해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 먹어보는 역할이다. 갤럭시Z 폴드2는 찍어 먹어볼 만한 미래다. 화면을 접고, 펼 때 가슴이 웅장해진다. 누군가의 플렉스는 미래를 만드는 초석이 되곤 한다. 이 점에서 갤럭시Z 폴드2는 구부려 과시하는 역할에 충실하다.

장점

  • 미래적인 폴더블 경험
  • 더 커진 화면, 120Hz 주사율
  • 스마트폰+태블릿PC
  • 폴드+Z플립으로 개선된 사용자경험

단점

  • 미래적인 가격(239만8000원)
  • 화면을 여닫을 때 힘듬
  • ‘갤럭시S·노트’보다 낮아진 카메라 사양
  • 폰더블 두께와 무게

추천 대상

‘플렉스’가 가능한 어른이

spirittiger@bloter.net

사랑과 정의의 이름으로 기술을 바라봅니다. 디바이스와 게임, 인공지능, 가상현실 등을 다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