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가상 유튜버 ‘대만’ 언급에…中 방송 중단 ‘칼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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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브이튜버(Vtuber·가상 유튜버)가 최근 중국판 유튜브로 불리는 빌리빌리(bilibili)에서 생방송 권한을 박탈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방송 중 대만을 언급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어겼다는 이유 때문이다.

가상 유튜버 키류 코코(왼쪽)와 아카이 하아토 /트위터 갈무리

브이튜버란 모션 캡처와 3D 그래픽 기술 등을 이용해 만들어진 가상의 인터넷 방송인을 말한다. 연기자의 표정이나 움직임에 맞춰 동작하는 2D 또는 3D 캐릭터로, 전 세계에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제작사인 커버 주식회사는 중국에서 활동하는 캐릭터를 별도 운영할 만큼 중국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문제는 이들 가상 방송인들이 중국의 민감한 부분을 건드렸다는 것이다. 유튜브 구독자 59만명을 보유한 인기 브이튜버 ‘아카이 하아토’는 지난 24일 생방송에서 자신의 방송을 보는 시청자의 국가별 비중을 언급했다.

해당 방송에서 아카이는 “해외 선배들도 많이 보고 있다. 일본인이 37%, 미국이 11%, 대만 7%”라고 발언했다. 또한 지난 25일 유튜브 구독자 65만명을 보유한 브이튜버 ‘키류 코코’도 시청자 수 상위 국가로 일본, 미국, 대만을 언급했다.

방송 이후 중국인 시청자 사이에서 두 브이튜버가 ‘대만을 국가로 분류했다’며 항의를 쏟아냈다. 중국은 ‘중국의 유일한 합법 정부가 중화인민공화국이며 대만은 자국의 영토’라고 주장하는 ‘하나의 중국’을 대원칙으로 삼고 있다. 이 때문에 대만을 중국과 별개의 국가로 언급하는 경우 각종 불이익을 당하기 쉽다.

대만을 언급한 두 브이튜버는 이후 영상을 삭제당하는 동시에 빌리빌리 생방송 권한을 박탈당했다. 빌리빌리는 중국의 유튜브라고 불리고 있으며 지난해 월 이용자 수가 1억명을 돌파하는 등 크게 인기몰이 중인 플랫폼이라 활동 중단에 따른 타격은 클 수밖에 없다.

빌리빌리 로고

대만 관련 논란이 그치지 않자 제작사인 일본의 커버 주식회사는 수습에 나섰다. 중국에서 자사 캐릭터의 인기가 무척 좋다는 것을 의식해 서둘러 무마하려는 조치였다. 커버 측은 지난 27일 “(비밀인) 유튜브 통계를 공개한 것이나 민족주의 배려가 결여된 행동 등 당사의 지침과 계약 내용에 위배되는 내용의 행위가 있었음은 사실“이라며 ”두 사람은 앞으로 3주간 자숙 기간을 갖게 될 것”이라고 발표하며 방송 일시 중단을 선언했다.

이와 함께 중국 빌리빌리에 성명을 내고 “중국의 영토와 주권의 완전성을 항상 존중한다”며 “중일 공동성명과 중일 평화 우호 조약을 존중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한다”면서 중국 친화적인 발언으로 사과했다.

그러나 해당 사과문은 일본에서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양국의 영토 분쟁 문제에 휩싸이게 된 것이다. 성명서 내용 중 ‘중국의 영토와 주권의 완전성을 항상 존중한다’는 문구 때문이다.

현재 일본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놓고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다. 센카쿠 열도는 오키나와에서 서남쪽으로 약 410㎞ 떨어져 있는 동중국해상의 8개 무인도로 일본이 실효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성명으로 일본에서는 ‘센카쿠열도를 사실상 중국 땅으로 인정한 것과 같다’는 비난이 쏟아지는 모양새다.

제작사는 일본과 중국 양쪽으로부터 난타를 당하는 난감한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현재 트위터 등에서 일본 누리꾼들은 “대만은 중국과 다른 국가가 맞는데 왜 멤버들 방송을 3주나 쉬게 하는가”, “중국은 항상 영토 문제로 다른 나라를 괴롭히는데 반발만 부를 뿐”, “구글 분석 결과를 읽은 것뿐인데 왜 멤버들이 욕을 먹는지 알 수가 없다” 등의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한편 중국은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이후 대만이 중국 본토와 중국에 속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대만을 독립 국가로 인정하거나 이름을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검열 대상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