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크롬 노트북’ 대 ‘맥북 에어’, 그리고 MS

2010.12.09

구글이 7일 열린 컨퍼런스에서 크롬(Chrome) OS와 크롬 웹 스토어, 그리고 이를 탑재한 노트북의 프로토타입(CR-48)을 공개했다. 에릭 슈미트 구글 CEO는 “크롬 OS를 통해 운영체제 시장에서 (MS, 애플에 이어) 세 번째 선택지를 개발했다”고 소개했다.

구글은 우리에게 크롬 브라우저와 리눅스 커널을 결합한 크롬 OS를 노트북에 탑재하고, 크롬 웹 스토어와 다양한 구글 서비스를 통해 클라우드 환경에서 컴퓨팅을 즐기라고 제안한 것이다.

이에 앞서 애플은 지난 10월, 새 맥북 에어를 선보이면서 아이폰, 아이패드처럼 맥에서도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할 수 있는 ‘맥 앱스토어’를 출시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로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한 두 거인이 이번에는 노트북 시장을 뒤흔들어 놓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윈도우와 오피스 제품군으로 PC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MS를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

구글의 크롬 OS 전략과 애플의 맥북 전략을 비교해보고, 과연 앞으로 노트북 시장이 어떻게 흘러가게 될 지 고민해보자.

chrome web store

구글 크롬 웹 스토어

구글의 전략 :  클라우드+ HTML5, Nothing but Web.

크롬 OS는 중요하지 않은 기능은 싹 빼고, 크롬 브라우저를 중심으로 클라우드에 저장된 데이터와 서비스에 접근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췄다. 멀티 디바이스 시대로 접어들면서 자주 사용하는 데이터와 서비스를 클라우드에 보관하고 다양한 디바이스에서 접속해 사용하는 것이 중요해진 상황에서, 크롬 OS는 이러한 트렌드를 잘 반영하고 있다.

노트북과 넷북이 태블릿PC 등 새로운 디바이스로 인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의견이 팽배하지만, 애플리케이션 스토어와 클라우드 서비스는 노트북과 넷북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을 가능성이 있다.

넷북의 경우 초기에는 웹 서핑, 문서작성 등 기본적인 기능만 사용할 수 있는 저렴한 세컨드 PC를 컨셉으로 등장했지만, 노트북에서와 같이 넷북에서도 고화질 동영상과 게임 등 다양한 콘텐트를 즐기고자 하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노트북보다 저렴하면서도 성능은 못지 않은 중간 가격대의 제품이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일반 사용자 대상의 PCC(Personal Cloud Computing) 서비스가 본격화되고, 크롬 OS 등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하는데 최적화된 운영체제가 자리를 잡으면 ‘클라우드 서비스의 터미널’로서 저사양 넷북의 활용 가치가 다시 높아질 것이다.

크롬 OS에서는 모든 애플리케이션을 클라우드에서 웹을 통해 사용하게 된다. 그리고 구글은 이러한 웹 애플리케이션을 유통하기 위한 크롬 웹 스토어를 직접 제공한다. 사용자들은 HTML5 기반의 애플리케이션을 무료 혹은 유료로 구입해 크롬 브라우저에 설치할 수 있다.

크롬 OS 발표 이벤트에는 뉴욕타임즈와 아마존 뿐만 아니라 게임회사 EA도 참석해 자사의 웹 애플리케이션을 직접 소개했다. 내년 중순 크롬 OS를 탑재한 노트북이 정식으로 출시되기 전까지 구글은 보다 다양한 웹 앱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러한 웹 애플리케이션을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언제 어디서나 무선 네트워크에 연결돼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구글이 많은 웹 앱을 오프라인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대비책을 마련해두기는 했지만 사용자들은 인터넷 연결이 끊어지는 순간 크고 작은 불편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무선 인터넷 연결이 필수라는 면에서 기존에도 많은 통신비를 지불하고 있는 소비자들이 넷북을 3G 요금제를 통해 구입하게 될 지도 미지수다. 기존에도 통신사 약정을 통해 공짜로 판매되는 넷북이 있었지만, 국내외를 막론하고 얼마 팔리지 않았다.

PC에 프로그램을 설치해서 사용하는데 익숙한 소비자들이 과연 MS 오피스나 어도비 포토샵, 엑티브 X 등을 설치할 수 없는 크롬 넷북을 선택할 것인가도 지켜봐야 한다. 크롬 OS에 회의적인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지적하면서, 차라리 네이티브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할 수 있는 안드로이드를 넷북 버전으로 개선하거나, 반대로 크롬 OS를 노트북보다는 태블릿용으로 선보이는 것이 성공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구글은 “안드로이드는 터치스크린 기기용, 크롬 OS는 키보드를 탑재한 PC용”이라고 구분하며 이러한 지적을 일축한 바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미래에는 크롬 OS와 안드로이드가 하나로 통합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적어도 단시간에 통합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10여 년 전 오라클과 썬마이크로시스템즈를 중심으로 네트워크 컴퓨팅이라는 개념이 등장한 바 있다. 모든 정보를 서버에 저장해두고 PC 대신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저렴한 클라이언트를 통해 업무를 처리하자는 것이었다. 래리 앨리슨 오라클 회장과 스콧 맥닐리 썬마이크로시스템즈 회장이 전도사를 자청했지만, 네트워크 컴퓨팅은 기존 PC의 벽을 넘지 못한 채 무산됐다.

구글은 크롬 OS와 크롬 웹스토어는 10년 전 이들의 아이디어를 클라우드와 HTML5로 재포장해 우리 앞에 선보였다.

관건은 과연 내년에 일반 소비자들에게 클라우드와 HTML5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릴 것인가 하는 점이다. 크롬 OS가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또 다시 컴퓨팅의 미래상을 제시하는 선에 그칠 지는 내년 중순 크롬 OS를 탑재한 노트북이 정식 출시되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크롬 노트북이 시장에서 각광을 받지 못할 지라도 크롬 웹 스토어는 전세계 1억이 넘는 크롬 브라우저 사용자들을 통해 널리 사용될 것이다. 만약 구글이 크롬 브라우저와 크롬 웹스토어로 기존 노트북 사용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다면, 그 다음 선택으로는 크롬 노트북에 선뜻 지갑을 열 소비자들도 나타날 것이다.

new Macbook air

새 맥북 에어. 조만간 맥 앱스토어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애플의 전략 : Back to Mac

지난 10월에 열린 애플 이벤트의 키워드는 ‘Back to Mac’이었다. 애플 개발자인 윤성관 링고스타 대표는 이 키워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애플이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모바일 디바이스에서 일궈낸 혁신을 고스란히 맥으로 가져오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내년 여름 발표될 맥 OS X 10.7(코드명 Lion)에는 iOS에서 널리 활용된 새로운 API가 대거 추가될 예정이다. 맥 OS X에서 파생된 iOS가 다시 맥 OS X에 새로운 혁신을 가져다 주는 개념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드디어 맥에서도 앱스토어가 열린다는 것이다. 맥 앱스토어가 열리면 맥 사용자들도 아이폰, 아이패드와 동일하게 원클릭으로 앱을 다운로드하고 자동으로 설치할 수 있게 된다. 앱 업데이트도 자동으로 진행되며, 수익도 기존과 동일하게 7:3으로 분배된다.

이것은 아이폰, 아이패드의 앱 생태계를 고스란이 맥으로 옮겨오겠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태블릿은 안드로이드로, 노트북과 넷북은 크롬 OS로 대응하겠다는 구글의 전략과 확연히 구분되는 점이다.

물론 터치 인터페이스 기반의 아이폰, 아이패드용 앱을 키보드와 마우스를 사용하는 맥에서 그대로 사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이패드에서 화면 크기와 해상도가 높아지면서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가진 아이패드 전용 앱이 등장했듯이, 키보드와 마우스로 사용하기 적합한 맥 전용 앱이 새롭게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이것이 맥용 앱을 개발하는데 큰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맥 개발자 출신으로 동국대에서 아이폰 개발 강의를 맡고 있는 윤성관 대표는 “기본 로직이 동일하고 같은 개발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앱을 개발하는 업체는 맥 앱도 어렵지 않게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애플은 맥 앱스토어와 더불어 모바일 미, 아이튠즈와 같은 클라우드 및 동기화 서비스를 통해 아이폰, 아이패드와 맥을 완벽하게 연결해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새 맥북 에어에 대용량 하드디스크 대신 SSD(Solid State Disk)를 채택한 것은 내년에 본격적인 클라우드 서비스를 선보일 것을 암시하고 있다. SSD는 하드디스크에 비해 속도가 빠르고 전력 소모량이 작은 대신 가격과 기술적인 문제로 저장공간을 하드디스크만큼 높이기 어렵다.

windows 8 and cloud

윈도우 8은 클라우드와 밀접하게 결합될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 flickr, 저작자표시 crsan님이 일부 권리를 보유함)

노트북 시장의 변화와 MS의 선택은?

노트북과 넷북 제품군의 태블릿 PC로 인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가운데, 애플과 구글의 새로운 시도는 맥북 에어와 크롬 노트북을 기존 노트북과 차별화 해주는 요소가 될 것이다.

사용자들은 머지 않아 어느 제조사의 노트북을 살 것인가에 앞서, 어떤 운영체제를 쓸 것인가를 고민하게 될 것이며, MS 오피스와 IE를 쓸까, 구글 앱스와 크롬 브라우저를 쓸까, 애플 앱스토어와 사파리를 쓸까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사용자들이 이런 고민을 하게 되는 순간 MS는 골치가 아파질 것이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자존심을 구긴 MS로서는, 애플이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PC 운영체제 시장에, 구글까지 뛰어드는 것을 수수방관하지 않을 것이다.

마침, MS가 윈도우 8을 윈도우 라이브 등 자사의 온라인 서비스를 완벽하게 통합하고 클라우드 서비스를 붙인 새로운 운영체제로 만들어 낼 것이라는 얘기가 들린다. 크롬 노트북과 맥 OS X 10.7 뿐만 아니라, MS가 과연 어떤 대비책을 들고 나올 것인지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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