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문화를 바꿔라"

시내 전화 시장에 때 아닌 무선 전쟁이 시작됐다. 시내 전화는 이동통신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점차 쇠락의 길을 가고 있다. 휴대전화가 가지고 있는 개인만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시내 전화는 따라올 수 없기 때문에 많은 통신비와 단말기 구입 가격을 지불하더라도 이동통신을 사용하는 고객들이 많다. 


이런 상황을 역전시키기 위해 시내전화 사업자들은 가정 안에서도 이동성이 보장된 단말기들을 출시하고 있지만 한번 바뀐 소비자들의 통화 패턴을 다시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래서 시내전화 사업자들이 선택한 방식이 2.4GHz 대역과 1.7GHz 대역의 디지털 무선 전화기다. 하지만 이것도 가정 내에서만 사용가능하다는 한계를 벗어버리지 못했다. 휴대폰의 휴대성을 따라가지 못한다. 

이런 가운데 LG데이콤이 070 인터넷 전화 서비스를 선보였다. 행보 자체도 상당히 파격적이다. 그동안 KT와 하나로텔레콤 등 선발 시내전화 사업자들은 가정 내 이동성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면 LG데이콤은 ‘무선랜(Wifi)’이라는 전세계 공통의 무선 네트워크 인프라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일반 소비자들이겐 너무나 낯설은 무선랜을 통신 인프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가정 내 혹은 가정에서 일정 범위 안에서만 통화가 가능한 가정 전화의 한계를 무선랜을 통해 털어버리려는 시도다. 시도 자체만으로 놓고 볼 때 기획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고 볼 수 있다.

KT나 하나로텔레콤, 이달 사업을 접는 SK텔레콤 등 기존 통신사업자들이 무선랜을 인터넷 접속 서비스 상품으로 출시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무선랜을 전화 상품, 특히 가정 전화 시장을 이끌 인프라로 활용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LG데이콤은 ‘MyLG 070’ 인터넷 전화를 신청하는 고객들에게 와이파이 전화기는 물론 접속 할 수 있는 액세스포인트(AP)도 함께 제공한다. 설치 기사들이 개통을 위해 직접 방문하기 때문에 별도의 지식이 없어도 사용하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또 단말기를 추가 구매할 수도 있기 때문에 해외 자녀를 둔 가정이나 연인들끼리 무료 통화도 가능해 통신비용도 상당히 절감시킬 수 있다.

그동안 무선랜을 이용한 통신 서비스는 스카이프가 거의 유일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스카이프는 전세계 수많은 디바이스 업체들과 제휴해 자사의 스카이프 소프트폰이 내장된 단말기를 선보였다. 또 전세계 무선랜 공유 서비스 업체인 에도 투자를 단행하면서 폰 이용자들이 스카이프가 탑재된 디바이스를 통해 무료 통화가 가능토록 했었다.

스카이프는 이런 방향에서 한발 더 나아가 기존 구리선 전화(PSTN)와 인터넷 접속이 동시에 가능한 전화기를 개발하는 업체들과 제휴해 무선랜을 구축하지 않고도 전화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정보통신부가 1.7GHz 주파수 대역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한 상황이다. 이런 시장을 놓고 넷기어나 벨킨, SMC, 링크시스 같은 유무선공유기와 단말기들을 제공하는 업체들이 최종 정보통신부 승인 테스트를 거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LG데이콤이라는 기간통신사업자가 무선랜을 활용한 전화를 출시한 것은 아주 흥미로운 일이다. LG데이콤의 ‘MyLG 070’에 가입한 고객은 가정 내에서 무선랜에 접속해 전화를 사용할 수 있다. 또 관련 단말기를 휴대하고 집 밖의 사업장이나 무선랜이 공개된 지역에서도 시내외 전화는 물론 국제전화도 가능하다. 동일 상품에 가입한 고객끼리 무료 통화는 기본이다. 

또 해외로 출장 가거나 아니면 유학을 간 이들도 이 상품을 활용하면 통신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다. 만약 유학가는 소비자가 LG데이콤의 이 전화 상품에 가입하고 나서 단말기를 휴대하고 가면 국내 전화 요금으로 통화가 가능하다. 부모님 집에도 관련 상품에 가입했다면 서로 무료 통화도 가능하다. 무선랜을 사용할 수 있는 곳에서는 언제가 통화가 가능하다.

물론 이런 파격적인 행보가 소비자들의 급속한 시내 전화 가입으로 유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가정 내에서 무선랜을 활용할 수 있지만 집을 벗어나 무료 무선랜 서비스를 사용하기가 쉽지가 않다. 폰 서비스를 가입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는 모델이긴 하지만 아직까지 데이콤과 폰코리아간 협력이 공식적으로 이뤄지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KT의 네스팟을 사용하면 외부에서도 관련 전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지만 KT 네스팟에 별도 가입해야 하는 문제가 남는다. 국내 무료 무선랜 서비스가 거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외부에서 활성화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반면, 현재 가정 시장만을 놓고 전화 사업을 벌이고 있는 KT가 데이콤과 동일한 상품과 서비스를 출시했을 때는 그 파괴력을 무시할 수 없다. 물론 KT 입장에서는 기존 구축된 구리선 중심의 시내외 전화 서비스를 보호하기 위해 관련 상품을 출시하지는 않고 있다. 또 후발 업체들의 인터넷 전화가 세를 확보할 경우 시내외 요금 자체를 인하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달 초 하나로텔레콤은 ‘하나폰 MATE’라는 디지털무선전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나섰다. 하나폰 MATE는 2.4㎓ 주파수 대역을 이용하는 디지털무선전화 서비스로 휴대폰처럼 1.5" 컬러 LCD를 채택하고, CID(발신자번호표시), 전화번호부, 64화음 벨소리, 전자계산기 뿐만 아니라 문자메시지 서비스(SMS)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1.7GHz 주파수 대역의 제품은 올 해 안에 다시 출시한다. 

그동안 시내전화 사업자들이 가정이나 주거지 근처에서만 이동성을 보장해 줬다면 이번 데이콤의 행보는 시내 전화도 휴대형으로 완전 교체하겠다는 전략이다. 사용 패턴이나 시내전화가 가진 고정 관념을 타파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데이콤은 이번 단말기를 제조하면서 리눅스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를 활용했다. 향후 관련 기술도 오픈하면서 수많은 업체들이 추가 부가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 점도 기존 시내 전화 상품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행보다. 

무선랜이 시내전화 사업의 새로운 돌파구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기대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eyeball@bloter.net

오랫동안 현장 소식을 전하고 싶은 소박한 꿈을 꿉니다. 현장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