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세이] ‘홀맨’이 왜 거기서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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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번째 휴대폰은 LG텔레콤(현 LG유플러스)에서 출시한 ‘카이 홀맨’ 폴더폰이다. 2001년 당시 중학생이던 나에게 휴대폰이란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을 때 느꼈을 설렘과 희열에 버금갈 수준이었다. 분홍색 컬러 디자인에 홀맨을 형상화한 얼굴 속 외부 디스플레이는 그야말로 신세계나 다름없었다. 문자 메시지나 전화를 수신할 때 진동과 함께 울렸던 컬러 램프는 어둡던 중학생 사춘기 소년의 마음을 환하게 비추는 조명이 됐다. 이는 어언 19년전 이야기다.

/사진=holeman is back SNS 갈무리

최근 SNS를 통해 들려온 ‘홀맨(HOLEMAN)’의 컴백 소식. 동그란 얼굴에 액자식 구성처럼 담긴 무표정의 얼굴이 다소 귀여운 포즈로 복귀를 알렸다. 반가운 마음에 어릴적 썼던 휴대폰을 찾아봤지만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분홍색 코팅이 벗겨지면서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았던 휴대폰인데 막상 없다고 생각하니 허전했다.

2001년 등장했다가 홀연히 사라진 홀맨의 근황을 보기 위해 SNS를 켰다. 인스타그램 ‘holeman_is_back’ 계정을 통해 활동중인 홀맨은 80byte 에세이로 그 시절 문자 메시지의 감성을 전하고 있었다. ‘톡까고 말할래’라는 중의적 표현과 함께 80Byte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단문 메시지로 한땀 한땀 새겨넣은 이모티콘을 공개했다. 가수 김현정과 함께 ‘톡까고 말할래’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는 등 오프라인으로도 활발한 활동을 예고했다.

‘잘 키운 캐릭터 하나 열 산업 안 부럽다’는 말처럼, 홀맨의 등장은 캐릭터 및 콘텐츠 업계의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한국교육방송공사(EBS)의 연습생 ‘펭수’나 카카오프렌즈를 대표하는 ‘라이언’이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3일 기준 활동 2개월 만에 인스타그램 6만 팔로워를 보유한 데 이어 동명의 유튜브 채널도 500만 조회수를 돌파한 상태다.

홀맨이 컴백을 예고했다. /사진=holeman is back SNS 갈무리

암암리에 활동하는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곳에서 홀맨의 흔적을 만나볼 수 있다. 카카오톡 이모티콘 ‘홀맨이 돌아왔다’를 출시한 홀맨은 카카오TV 오리지널 콘텐츠 ‘내 꿈은 라이언’에 얼굴을 비추며 제2, 제3의 국민 캐릭터 등극을 바라고 있다. 엠넷 25주년 인트로 영상에도 출연해 보다 색다른 존재감을 남기기도 했다.

홀맨의 등장은 문화적으로도 많은 가치를 내포하고 있다. 당시 카이 홀맨 휴대폰은 10대 요금제와 맞물려 청소년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TV CF를 통해 학생들과 어울려 노는 친구의 이미지를 각인시킨 홀맨은 약 20년 만에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의 힙한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 최근 MZ세대의 중심으로 떠오른 청소년 세대의 ‘뉴트로(새로움과 복고를 결합한 신조어)’ 감성에 안성맞춤이라는 평가다.

/사진=홀맨 광고 영상 갈무리

강산이 두 번이나 변한다는 20년의 세월 뒤에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홀맨. 업계에서는 LG유플러스가 지난 2003년 홀맨 상표권을 등록한 만큼 관련 캐릭터와 연계된 부가 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캐릭터 지적재산권(IP)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이 목적이겠지만, 카이 홀맨 폴더폰을 소유했던 이용자 입장에서는 또 하나의 추억이 소환된 느낌이다. 과연 홀맨은 국민 캐릭터로 거듭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