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전기통신법의 ‘허위사실유포’ 조항은 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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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

삼성전자 직원 박종태씨는 11월3일 사내 전산망에 “법에 보장된 노조를 건설해야 삼성전자 사원들의 권리를 지키고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가 회사에서 해고당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당시 검찰은 ‘예비군 동원령이 내려졌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낸 오 아무개씨를 포함해 19명을 기소했다. 정확한 경제 예측으로 ‘경제대통령’으로 불리던 ‘미네르바’ 박대성씨는 지난 2009년 1월 차가운 수갑을 찼다.

이들이 불이익을 당한 배경엔 공통점이 있다. ‘허위사실 유포’ 혐의다. 우리나라 법 조항에 ‘허위사실 유포죄’란 없다. 정확히 말해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을 위반한 죄다.

미네르바 사건, 천안함 사태, 연평도 포격 사건, 촛불시위…. 지난 3년간 시국이 어수선할 때면 어김없이 등장한 ‘칼’이 있었으되, 이름하여 ‘전기통신기본법’이었다. 정부나 대통령을 비난하거나 논란거리 정책에 의문을 제기하는 글에 주로 재갈이 물려졌다. 미국산 소 수입을 둘러싼 갈등이 증폭되던 2008년 8월에는 한 보수단체가 다음 ‘아고라’ 누리꾼들을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소했고, 천안함 사태땐 “천안함은 좌초됐다”고 주장한 인터넷 웹진 대표가 역시 같은 혐의로 해군으로부터 고소당했다.

‘조자룡의 헌칼’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뜻깊은 결정을 12월28일 내렸다. 미네르바 박대성씨와 김 아무개씨가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7(위헌)대 2(합헌)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공익을 해할 목적’에서 ‘공익’은 그 의미가 불명확하고 추상적이어서 어떤 표현행위가 이를 해하는지 판단이 사람마다 크게 달라질 수 있다”라며 “법 집행자의 통상적 해석으로 객관적인 의미를 정하기 어려워 헌법상 표현의 자유와 죄형법정주의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조대현·김희옥·송두환 재판관은 “해당 법조항의 입법취지는 ‘통신설비를 이용한 허위사실의 유포’를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허위 명의를 이용한 통신’을 규제하려는 데 있다”며 “공익을 해할 목적뿐 아니라 허위 통신 부분도 불명확하기 때문에 위반된다”는 보충의견을 내놨다.

이강국·이공현·조대현·김종대·송두환 재판관은 “표현에 허위사실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국가질서의 교란 등이 발생할 구체적인 위험이 있다고 할 수 없고 사회적 해악으로 연결되는 것도 아니다”는 의견을 냈다.

이와 달리 이동흡·목영준 재판관은 “공익을 해할 목적은 행위의 주요 목적이 ‘대한민에서 공동으로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대다수 국민과 국가사회의 이익’을 해하는 것을 의미해 불명확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합헌 의견을 제시했다.

인터넷 목소리에 대한 재갈이 벗겨졌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허위사실 유포’ 혐의는 의혹이 제기되는 뜨거운 이슈가 발생시 포털 게시물을 임시차단(블라인드 처리)하는 조치로 이어지곤 했다. 그 배후는 종종 ‘처벌’보다는 온라인 여론 확산을 걸러내는 효과적 ‘방패막’ 혐의가 짙다. 실제로 참여연대가 지난10월14일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 ‘허위통신죄’로 기소된 사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 조항으로 재판이 진행된 사건 7건 가운데 4건이 무죄 선고를 받았다. 이 조항을 ‘인권감전사‘로 부르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번 헌재 결정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언론인권센터와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는 28일, 공동 성명을 내고 이번 헌재 결정을 불씨로 이명박 정부의 e검열에 대한 사과와 해당 법률 폐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반면, 한나라당은 같은 날 내놓은 현안관련 브리핑에서 “현실에서는 허위통신으로 인해 심각한 폐해가 발생하고 있으므로 위헌으로 판명된 부분을 구체화하는 대체입법을 하루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대체 수단 강구를 촉구했다.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시선은 여전히 엇갈린다. 갈등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같은 날, 수사기관이 수사 목적의 감청을 무기한 연장할 수 있게 한 통신비밀보호법 제6조 제7항(“통신제한조치의 기간은 2월을 초과하지 못하고, 그 기간중 통신제한조치의 목적이 달성되었을 경우에는 즉시 종료하여야 한다. 다만, 제5조제1항의 허가요건이 존속하는 경우에는 제1항 및 제2항의 절차에 따라 소명자료를 첨부하여 2월의 범위안에서 통신제한조치기간의 연장을 청구할 수 있다.”)에 대해서도 “통신제한조치의 총 연장 기간이나 횟수를 제한하지 않은 것은 헌법상 최소침해 원칙에 위반된다”라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