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IN] ’20배 빠른 5G’는 공수표…비싼 요금제로 ‘호갱’만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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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대 이동통신(5G)에 대한 국민적 불만과 불신감이 팽배한 모습이다. 5G 접속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데 요금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것이 골자다. 상용화 이후 1년 반 동안 비싼 요금제를 썼던 고객들은 스스로를 ‘호갱’이라 부르며 자조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도 제대로 된 5G 서비스를 체감하기란 어려울 것이란 사실이다.

차이나모바일 리포트

광고만 요란…진정한 5G는 없었다

5G는 이론적으로 4G LTE와 비교해 20배 빠른 속도를 구현하는 기술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 5G가 도입될 당시 이동통신사들은 빠른 5G 서비스가 우리 삶을 혁신적으로 바꿀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앞다퉈 제시했다. ‘초시대, 생활이 되다'(SK텔레콤) ‘당신의 초능력'(KT) ‘일상을 바꿉니다'(LG유플러스) 같은 슬로건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를 구현할 ‘LTE보다 20배 빠른’ 28㎓ 대역 서비스는 감감무소식이다.  한국은 현재 3.5㎓ 주파수에서만 5G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LTE 속도의 4~5배 수준에 불과하다. 그나마 국내에서 상용화된 5G 서비스는 NSA(비단독모드) 방식이다. NSA는 5G 통신망이 기존 4G LTE 통신망과 함께 구성된다. 5G 신호가 잡히지 않을 경우 LTE로 전환되기 때문에 ‘반쪽짜리 5G’로 불린다.

따라서 진짜 5G 서비스를 위해서는 28㎓ 대역의 5G가 본격화되어야 한다. 하지만 꿈은 물거품이 될 공산이 크다. 지난 7일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현재 5G의 28㎓ 주파수를 전 국민에게 서비스한다는 생각은 전혀 갖고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최 장관의 발언은 전국 곳곳 어디서나 진정한 5G 서비스를 즐기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는 것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28㎓ 대역의 5G 서비스는 데이터 전송 속도가 빠르지만 전파 도달거리가 3.5㎓ 대비 15% 이하에 불과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보완하려면 5G 기지국이나 중계기를 아주 촘촘하게 설치해야 한다. 전국망 서비스를 갖추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최소 20조원의 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통신사의 광고처럼 우리 삶을 엄청나게 바꿀 만한 인프라는 아직 멀었다는 의미다.

누리꾼 “5G는 거대한 사기극”

그나마 지금의 ‘반쪽짜리’ 5G 서비스 역시 부실하기 짝이 없다. 국내 5G 이용자는 스마트폰 사용 시간의 85% 이상을 LTE로 접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영국의 시장조사기관 오픈시그널의 ‘한국 5G 사용자 경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통신사의 5G 가용성(Availability)은 15% 수준으로 무척 낮았다.

또한 지난 8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통신 3사의 5G 평균 전송속도는 LTE 대비 다운로드는 4.1배, 업로드는 1.5배 빨랐다. 당초 이통 3사가 5G 서비스가 LTE 대비 최대 20배 빨라진다고 홍보한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결과다.

서비스에 불만을 품은 누리꾼들은 “최신폰은 죄다 5G로 출시해서 비싼 요금제 쓰게 해놓고 정작 LTE만 쓰게 되는 5G 사업은 거대한 사기극”이라며 토로하고 있다.

국내 5G 요금제, 중국보다 3~4배 비싸고 데이터 제공량 적어

사정이 이렇다 보니 상대적으로 비싼 5G 요금제는 ‘욕받이’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쓸 수도 없는 고가의 5G 요금제에 대한 비난은 국회에서도 쏟아졌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일 국감에서 “5G 서비스가 제대로 되지 않는데 최고 13만원을 받는 것은 지나친 폭리”라고 지적했다. 또한 한준호 민주당 의원 역시 “(5G 요금제를) 국민 정서에 맞는 저가 요금제로 구성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차이나모바일 로고

국내 5G 서비스 요금은 외국에 비하면 무척 비싼 편이다. 중국 최대 통신사 차이나모바일은 지난 6월 5G 요금을 최저 69위안(약 1만1700원)으로 낮췄다. 또한 데이터 100GB와 음성 500분을 쓸 수 있는 5G 요금제는 158위안(약 2만7000원), 데이터 100GB와 음성 700분을 제공하는 요금제는 198위안(약 3만4000원)에 불과하다.

이에 반해 국내 통신사의 요금제는 최저 5만원 수준의 고가를 유지했다. 최근에야 KT가 국내 최초로 4만원대 5G 요금제를 선보였지만 ‘면피용’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KT의 ‘5G 세이브’는 월 4만5000원(부가세 포함)에 데이터 5GB를 제공한다. 그러나 같은 요금에 데이터 700GB를 주는 중국 이통사와 비교하면 가성비가 떨어진다. 또한 LTE에 비해 상대적으로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5G 서비스에 데이터 5GB 제공은 말 그대로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5G 서비스 불만에 이용객은 LTE로

올해 8월 기준으로 5G 가입자 수는 866만여명으로 추산된다. 전 세대인 LTE 상용화 1년 6개월여 만에 1500만명의 가입자를 돌파한 것에 비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그나마 국내 5G 사용자들은 품질 불만으로 다시 LTE로 되돌아가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 홍정민 의원에 따르면, 2019년 상반기부터 현재까지 5G 서비스를 사용하다 LTE로 되돌아간 가입자가 56만여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통 3사 5G 전체 가입자의 6.5%에 해당한다. 비싼 요금제와 부실한 커버리지 때문으로 추정된다.

반면 중국은 5G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 7월 23일 중국의 5G 가입자는 1억명을 돌파했다. 올해 5G 네트워크 설치가 본격화됐고, 5G 스마트폰 기기 가격 역시 20~30만원 선에 불과한 저가형 모델이 다양하게 출시된 데다 요금제까지 1만원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가입자가 폭증했다.

자급제폰 시장 성장의 ‘역설’

기대에 못 미친 5G 서비스가 역설적으로 자급제폰 시장을 키웠다는 분석도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12월에 383만3000여 대던 자급제 단말기 사용자 수는 지난 7월 534만9000여 대로 39.5% 증가했다. 최신 5G폰으로도 LTE 요금제를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아이러니하게도 자급제폰 파이를 키운 일등 공신으로 꼽힌다.

자급제폰의 인기는 더욱 가속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애플의 참전이 눈에 띈다. 애플은 아이폰12 시리즈를 이달 중 발표하고 판매에 돌입한다. 아이폰의 경우 이통 3사의 공시지원금이 낮아서 제값 주고 사는 자급제폰 구매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아이폰12는 애플의 첫 5G 이동통신 지원 단말기로 기존 구형 단말기 사용자의 교체 욕구를 자극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국이 1차 출시국에 최초로 포함될 경우 더욱 화제를 일으키며 큰 성공을 거둘 수도 있다.

애플이 발송한 올해 이벤트 초청장

당초 예상과 달리 아이폰12 시리즈가 28㎓ 대역 안테나를 탑재하지 않고 전 모델이 6㎓ 대역 이하(서브6)의 5G 모델로 출시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뚜껑은 열어봐야 알겠지만 국내 예비 구매자들은 ‘상관없다’는 분위기가 짙다. 일부 누리꾼은 “아이폰12가 28㎓를 지원하더라도 국내에서는 어차피 쓰지도 못할 것”이라며 “훗날 아이폰21이 나올 때쯤에야 28㎓ 5G를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꼬집었다.

투자 없으면 5G 미래 불투명

모두가 바라는 ‘LTE보다 20배 빠른’ 5G 서비스는 당분간 체험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국내 이동통신 3사의 대역망 구축이 더딘 상태다.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이용빈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과기정통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이통 3사에 공공재인 주파수를 할당하는 대신 2019년부터 3년 안에 사업자별로 각 1만5000대 이상의 28㎓ 대역망을 구축하는 것을 최소 조건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이는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지난 8월 말 기준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을 통해 준공검사를 받은 28㎓ 기지국 수는 단 1대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용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통화서비스 품질불량은 5G 기지국 설치와 관련이 있는 만큼 최대한 조속히 해결돼 국민들의 불만이 해소될 수 있도록 과기부와 이통사 간 긴밀한 협력과 적극적인 투자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