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면책자끼리 쌈짓돈 빌려줬더니…상환률이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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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더미에 눌려 신용도 잃고 나락까지 떨어진 경험을 한 사람들이라면 다시 대출을 받기도 힘들거니와, 대출금 되받기를 기대하는 사람도 많지 않다. 채무를 감당하지 못해 파산 신청을 하고 면책 판결을 받아 빚을 탕감한 파산면책자들이 국내에만 54만여명에 이른다. 이들에겐 미소금융이나 햇살론 같은 서민금융 지원 정책도 남의 떡이다. 신용카드 발급은 커녕, 목돈이 필요할 경우 그야말로 눈 앞이 깜깜해지게 마련이다.

이런 파산면책자들을 대상으로 여럿이 쌈짓돈을 보태 대출을 해준다면 어떻게 될까. 대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 십상이다. 그런데 흥미롭다. 파산면책자들에게 품앗이 대출을 실시한 곳에서 상환률 100%를 기록했다고 한다.

P2P 금융 서비스 팝펀딩이 이같은 실험적 대출 서비스 결과를 공개했다. 팝펀딩은 지난해 2월부터 ‘다음 면책자클럽‘ 회원들이 이용할 수 있는 그룹서비스를 제공했다. 모두 31명에 이르는 면책자클럽 회원들이 팝펀딩 그룹대출 서비스를 통해 9200만원을 대출받았다. 결과는 상식을 보기좋게 빗나갔다. 대출자 가운데 8명은 상환을 마쳤고, 나머지도 연체 없이 꼬박꼬박 대출금을 갚고 있다. 급여일과 상환일이 맞지 않아 1~2일 연체하는 2명을 빼고는.

이는 팝펀딩의 독특한 대출 방식 덕분이다. 팝펀딩 면책자클럽 그룹 서비스 가입자는 280여명이다. 다음 면책자클럽 1만6천여명 회원 가운데 1.75%만 가입된 셈이다. 누구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대신, 카페 활동이 왕성한 우수 회원들로 제한해 신뢰도와 유대감을 높이려는 생각에서다.

대출 과정은 이렇다. 팝펀딩 면책자클럽 가입자가 대출 신청을 하면 해당 경매가 그룹경매임이 표시되고 같은 그룹원들에게 알려준다. 그룹 게시판에선 해당 경매건에 대한 토론이 이뤄지고, 그룹원들이 십시일반 참여해 대출이 진행된다. 같은 그룹원들이 얼마나 투자했는지도 게시판에 표시된다. 그룹경매는 대개 30~53%의 그룹원들이 참여한다. 그러다보면 이들의 연대의식을 믿고 투자하는 일반인 비율도 따라 높아진다. 공동체 구성원 자금과 일반인 자금이 함께 투자되는 매칭펀드 형태로 대출금 재원이 조성되는 셈이다.

다음 면책자클럽을 운영하는 허진씨는 “면책 이후 힘든 상황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뜻을 모으다보니 회원들끼리 유대관계가 끈끈하다”라며 “같은 처지의 회원들이 빌려줬기에 면책자클럽에 누가 되지 않도록 누구보다 성실하게 상환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팝펀딩쪽은 “최근 가스나 전기요금 같은 공공요금 납부 기록까지 신용점수에 반영시키는 방안이 모색중인 것처럼, 좀더 다양한 부분에서 신용도를 평가할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라며 “실험적인 그룹대출 서비스가 눈에 보이는 신용점수보다는 공동체 내 활동성과 신뢰도라는 수치화할 수 없는 것을 담보로도 대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