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디지털 뉴딜 성공, ICT 표준화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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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전통적인 ICT 강국으로 분류된다. 꼭 기술력만 놓고 보는 것이 아니라 기술 DNA 자체가 다르다는 말이 있다. 미국이나 중국 등 인재와 자원이 넘치는 국가들과 비교해 한국의 신기술 개발, 추격 속도는 상대적으로 빠른 편이며 반도체, 통신 등 복잡하고 정밀함이 요구되는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곤 한다. 일반 국민들의 기술 포용력도 높아 혁신 기술의 주요 테스트베드로 한국이 거론되는 일도 적지 않다.

정부도 이 같은 한국 고유의 장점들을 잘 알고 있다.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매년 ICT 기술 및 정책 육성에 대단위 예산과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다. 또 올해 천명한 ‘한국형 디지털 뉴딜’은 다음 세대 한국이 지금보다 더 개선된 환경에서 데이터(Data), 네트워크(Network), 인공지능(AI) 분야의 리더로 거듭나기 위한 준비 및 계획이 총망라된 프로젝트다.

디지털 뉴딜의 일환인 ‘데이터 댐’ 구축 계획

디지털 뉴딜이 실현된 세상에선 모든 것이 빅데이터화 되며 네트워크를 통해 주고받는 데이터가 다시 인공지능을 거쳐 지능화 제품, 서비스, 인프라로 발전해 나가는 과정이 하나의 생태계로 만들어진다. 무엇보다 이 같은 과정 전반에 걸쳐 효율성 극대화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 각 단계를 잇는 유기적 기술 융합과 표준화 기술이다.

ICT 분야에서 표준(Standard)에 담긴 가치는 결코 적지 않다. 특히 차세대 혁신 기술에서 표준 기술의 선점은 곧 시장의 독점과 막대한 부의 창출을 의미한다. 나아가 국가적 위상 확대와 경제 성장에 이바지하는 바도 크다.

OECD에 따르면 전세계 국제무역의 80% 이상이 표준의 직접 영향권에 있다. 영국표준화기구(BSI)는 2015년 표준화가 노동생산성의 37.4%, GDP 성장에 28.4% 기여한다고 발표했다. 국내에서는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가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자료를 조사한 결과 5년간 ICT 표준이 약 3800억원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GDP 성장에 0.8% 기여했다고 밝힌 바 있다.

표준화의 경제적 효과 분석 정리 / 자료=BSI 2015.07

이처럼 표준은 기술 개발과 시장을 연결하는 가교(Bridge) 역할을 한다. 그만큼 표준화는 기업만의 과제가 아닌 민관의 유기적 협력이 반드시 필요한 영역이다. 현재 한국에서는 TTA(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회장 최영해)가 유일의 ICT 표준화 기구로서 국내 ICT 표준 제정 및 세계화를 담당하고 있다.

올해 ‘ICT 표준진흥주간’에 맞춰 13일부터 16일까지 개최되는 ‘글로벌 ICT 표준 컨퍼런스 2020(GISC 2020)’을 계기로 TTA의 역할과 추후 활동계획 등에 관해 최영해 회장과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최 회장은 서울대, 미국 시라큐스대 공공행정학 석사를 거쳐 2014년 미래창조과학부 창조경제국 심의관을 지냈다. 이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전파정책국장,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지원단장 등을 거쳐 TTA 회장직에 오른 통신, ICT 정책분야의 전문가다. 이하는 일문일답.

최영해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장 / 사진=TTA

TTA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는 1988년 설립된 국내 유일의 ICT 표준화 기구로서 ITU, ISO/IEC, ETSI 등 많은 글로벌 표준화 기구와 협력해 국내외 기술 표준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국제 이동통신 분야 표준을 연구하는 3GPP의 설립 멤버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전기통신, 전파방송, ICT 응용 등에서 약 1만9000여건의 표준을 제정했다. 관련해 2019년 ITU 전파통신총회(RA-19)에서는 우리나라가 전파통신 부문 의장단에 역대 가장 많은 7명이 선출되는 희소식이 있었고 ITU 의장단 및 기고서 제출 측면에서도 세계 3위를 기록하고 있다.

TTA는 2000년대 초반까지 3G, 4G 등 이동통신과 디지털 방송 표준화에 주력했고, 2010년대부터는 ICT 융합기술 및 생활밀착형 표준에 중점을 두고 있다. 아울러 ICT 시장 변화에 맞춘 시험 인증 서비스를 함께 제공함으로써 국제 공인 품질과 신뢰성 확보에도 기여하고 있다.

TTA 표준화 사례 / 자료=TTA

대표적인 국제표준화 사례를 들자면?

ICT 표준은 수십, 수백개의 표준이 모여 하나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현하도록 한다. 그동안 많은 표준이 만들어졌으나, 가장 최근의 대표적 사례로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5G 이동통신 관련 표준이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ICT 기반 융합과 확산, 가속화를 위해서는 실제 초고속, 초저지연, 초연결로 정의되는 4세대 이동통신망보다 진화된 이동통신망이 필수였다. 이를 위해 TTA는 일찍이 국내 산업계, 연구계, 학계와 더불어 5G 표준화를 주도해왔다.

그 결과 2018년 6월에는 이동통신 표준화를 주도하는 3GPP에서 5G 상용 서비스 표준인 ‘Release 15’ 규격을 개발한 후, 올해 6월에는 5G 융합 서비스에 특화된 Release 16 규격 표준화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또한 TTA는 ITU 5G 비전/성능 요구사항 정의, 후보 기술 제안 및 평가 등 6년간 ITU 5G 국제표준화 중요 과정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지난 7월에는 우리나라가 제안한 국내 5G 상용화 기술 및 3GPP 5G 기술이 ITU 5G 국제표준 기술에 선정된 바 있다.

TTA는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넘어 안전함이 보장된 세계 최고 통신망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표준화 노력을 하고 있다. 2018년 11월 발생한 KT 아현지사 화재 이후 ’통신 재난 시 이동통신 사업자 간 로밍을 통한 서비스 연동’ 표준을 제정하고, 올 6월에 이동통신 재난 로밍을 성공적으로 시연한 바 있으며, 5G 장비 생태계를 조성하고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는 데 중요한 초석이 되는 ‘개방형 5G 프론트홀 인터페이스’ 표준을 제정했다.

그림=픽사베이

아울러 TTA는 일반 국민의 안전과 편리성 증진을 위한 표준들도 제정한다. ‘긴급 구조 요청 스마트폰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긴급재난문자 서비스’ 표준이 대표적이다. 전자는 방송통신위원회, 경찰청, 소방청 등 관련 정부기관과 이동통신 3사 등 산업계가 함께 개발한 표준으로 사회적 약자인 고령자와 여성 등이 긴급 상황 발생 시 유용하게 사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며, 후자는 코로나 19 펜데믹에서 모든 국민이 접하고 있는 재난문자 발송 관련 사항이다.

긴급재난문자 서비스 제공 구조 / 자료=TTA

코로나19 상황이 언급되어 몇 가지 더하자면, 코로나19 감염자 추적 및 밀접 접촉자 파악을 위한 휴대폰 위치추적, CCTV, 금융거래 정보 등을 파악할 수 있는 ICT 표준도 이미 사회 전반에 널리 쓰이고 있다. 또한 한국이 비대면화 상황에서 원격교육 및 원격근무로 신속한 전환이 가능했던 이유도 영상회의, 디지털 교과서, 전자문서, 고속 유·무선 네트워크 등 다양한 ICT 표준이 이미 마련돼 있었던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6G 표준화에 대한 계획도 있는가?

우리나라가 5G 세계 최초 상용화를 이루고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가자, 이에 자극을 받은 미·중·일이 최근 5G망에 적극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또 6G 시장 선점을 위한 국가 주도 R&D에도 나서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10년 뒤 실현될 6G에 대한 선제적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구체적으론 2023년경 ITU에서 국제표준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6G 비전에 국내 요구사항을 반영시켜야 하는데, 정부도 이미 올해 8월 이동통신 R&D 추진 전략을 발표하고 대규모 6G R&D 과제를 기획 중이다. TTA 역시 국내 R&D 성과를 국제 표준으로 연결시키는 작업에 보다 적극적으로 매진할 계획이다.

가깝게는 6G 중점 분야인 6초(초성능, 초대역, 초공간, 초정밀, 초지능, 초신뢰) 주요 기술을 ITU 6G 비전에 반영하는 작업이 있고, 중장기적으론 THz 대역 등 6G 공용 국제 주파수를 전세계 주요 국가들과 협력해 확보하는 것, 나아가 국내 6G 기술을 국제 표준에 포함시키는 일련의 작업이 진행될 것이다.

TTA가 바라본 올해 ICT 핵심 키워드와 미래 조망은?

올해 ICT 분야를 넘어 모든 산업에서 가장 뜨거웠던 이슈는 단연 코로나19 팬데믹이었다. 코로나19가 몰고 온 비대면 문화는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급속화하고 지능화 시대의 조기 안착을 견인하고 있다. 그만큼 이를 위한 D.N.A(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 기술 기반의 다양한 융합 서비스가 보다 본격적으로 등장할 것으로 예견된다.

비대면 기술·서비스 관련 주요 표준화 대상 / 자료=TTA

정부도 디지털 뉴딜 정책 실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실생활 속 헬스케어, 교육, 교통, 물류, 제조, 환경,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차세대 융합 서비스들이 더욱 빠르게 적용돼 나갈 것이다. 아울러 정보보안, 공공안전 등 디지털 시대의 약점을 보완할 ICT 기술의 중요성도 높아지리라 보고 있다.

궁극적으론 이 모두를 뒷받침하는 양질의 ICT 표준 기술 제정이야말로 국내 디지털 뉴딜의 성공 여부를 가를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다. TTA는 정부의 디지털 뉴딜 정책이 성공적으로 안착될 수 있도록 6G, AI 등 핵심기술에 대한 표준화를 선제적으로 시작했고, 우리나라가 뉴 노멀 시대를 선도하는데 ICT 표준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글로벌 ICT 표준 컨퍼런스가 진행되고 있다. 어떤 행사인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TTA 및 국립전파연구원 등 5개 기관이 주관하는 국내 최대의 ICT 표준화 전략 공유 행사다. 올해 벌써 4회차를 맞았다. 올해 슬로건은 ‘뉴 노멀 시대 선도를 위한 ICT 표준의 역할’로, 코로나19를 고려해 비대면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대신 유튜브와 네이버TV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누구나 시청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는 ICT 표준화를 선도하는 유럽과 함께 국제 공동워크숍이 프로그램에 포함됐고, 부대행사로 차세대 선도 기술 분야를 대상으로 한 ICT 표준화 기술 세미나들이 열리고 있다.

GISC2020 홈페이지 갈무리

종합해 볼 때 총 4일간 16개 세션에 걸쳐 글로벌 ICT 표준화 성과와 동향에 관해 폭넓게 조망할 수 있는 자리들이 마련돼 있다. 모쪼록 본 행사가 정부의 디지털 뉴딜 실현과 ICT 표준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많은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아울러 이전부터 한국이 가진 자원은 ‘사람’ 뿐이었다. 표준화 관련 전문 기관 및 유능한 인재에 대한 대우와 양성이 중요함을 다시 한번 인식하는 자리가 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