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교식 와이더플래닛 대표 “10년 모은 데이터 활용…’데이터테크’ 기업될 것”

가 +
가 -

사고 싶은 물건이 있다. 검색을 하고, 가격을 비교한다. 하지만 통장이 ‘텅장’이다. 일단 인터넷 쇼핑몰 장바구니에 넣어둔다. 그런데 이 물건의 광고가 인터넷 어딜 가도 나를 따라다닐 때가 있다. 버틸 때도 있지만, 끝내 지갑을 열기도 한다.

2010년 문을 연 와이더플래닛은 스마트폰·PC 등에 부여된 ‘광고ID’와 사용자가 인터넷 곳곳에 남긴 방문기록인 ‘쿠키’를 수집·분석해 개인별 맞춤형 광고를 띄워주는 애드테크 기업이다. 지금까지 수집한 광고ID는 35억개, 한달 처리하는 페이지뷰 수는 2100억개에 달한다. 이를 조합해 국내 최대 규모인 약 4500만명의 비식별 소비자 행태 정보를 확보했다. 한국 인터넷 사용자 대부분의 기호·관심사를 파악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와이더플래닛 본사에서 만난 구교식 와이더플래닛 대표는 “맞춤형 광고의 강자가 글로벌에서는 구글이라면 한국에서는 우리”라며 “애드테크 기업에서 데이터테크 기업으로 진화해, 궁극적으로는 국내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을 이끌고 싶다”고 말했다.

기술 고도화의 비결, ‘클릭’

와이더플래닛은 국내 애드테크 산업을 최초로 개척한 선두주자다. 경쟁력은 고도화된 알고리즘을 통한 높은 ROI(투자자본수익률)다. 애드테크 기업들은 광고를 보고 ‘살 만한 사람’들을 골라 집중공략한다. 인터넷에 남긴 흔적을 통해 소득수준과 취향, 성격 등을 추정하고 이에 맞춰 광고를 노출한다. 예를 들어 류현진 선수 기사를 자주 보면 이 기록을 수집해 야구를 좋아할 거란 가정을 세운다. 해외여행을 자주 간다거나, 골프를 자주 치러 가면 소득이 높은 편인 것으로 예상한다. 정보를 모으고 속성을 부여해 가면서 일종의 ‘페르소나’를 만드는 식이다. 사용자가 광고에 반응할 법한 시간까지도 계산에 포함한다.

이 회사는 사용자가 광고에 ‘무반응’하면 기업에게 과금을 하지 않는다. 클릭이 이루어져야 와이더플래닛도 수익을 얻는다. 예측모델 고도화가 가능했던 배경이다. 구 대표는 “디지털 광고는 클릭부터 회원가입·구매전환 여부 등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며 “비식별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용자에 대해 잘 추론해내는 능력이 디지털 마케팅 사업의 핵심이다. 기술이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와이더플래닛은 2010년부터 플랫폼 고도화에 회사의 모든 자원을 투자해왔다. 전체 인력 가운데 엔지니어 비중이 70%에 달한다. 일본 R&D센터도 5년간 운영 중이다. 서버 인프라에만 40억원을 투입했다. 고충도 있었다. 창업 당시 벤치마킹할 국내 회사가 없었기 때문에 시장을 개척하고 설득하는 한편 기술 개발을 동시에 진행해야 했다. 구 대표는 “빅데이터·인공지능 플랫폼은 장기간 R&D 투자가 필수인데, 이 역시 쉽진 않았다”며 “국내 대기업들도 같은 사업을 진행하다 중도 포기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강점은 폭넓은 데이터 확보다. 페이스북·네이버 등은 사용자가 자사 사이트에 남긴 흔적만 수집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반면 와이더플래닛은 각종 사이트·매체 등의 데이터는 물론 카드사가 확보하고 있는 오프라인 소비 행태까지 모으고 있다. 분석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 비결이다. 광고ID를 초기화하더라도 이후 사용자가 보이는 행태가 동일하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광고ID에 해당하는 사용자로 보고 정보를 합친다. 곳간에 쌓인 데이터가 많아 가능한 일이다. 이 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와이더플래닛은 국내서는 유일하게 쿠팡,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과 협력하고 있다. 신한카드, LG CNS 등 대기업들도 이 회사의 기술력을 눈 여겨 보고 주주로 참여했다.

잘 쌓은 데이터’로 할 수 있는 것들

와이더플래닛의 포부는 애드테크 기업을 넘어 데이터 테크 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이다. 10년여 동안 구축한 소비행태·기호 ‘빅데이터 댐’과 더불어 인공지능 예측모델 플랫폼을 다용도로 활용, 산업 생태계의 디지털 트랜드포메이션을 이끌겠다는 포부다.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체계 구축 등에도 실질적으로 기여할 계획이다.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 초개인화된 인터넷 쇼핑몰 사업을 비롯해 IoT 데이터 플랫폼 등 다양한 사업도 준비 중이다.

당장 올해 목표는 코스닥 상장이다. 이미 지난 9월 코스닥 입성의 1차 관문인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다. 구 대표는 “상장은 기업을 공개한다는 건데, 거래소 문턱을 넘어서니 앞으로 성과를 잘 내야 한다는 생각에 잠이 안 온다”며 웃었다. 그는 “플랫폼 사업을 할 때 긴 호흡이 필요한 것은 확실하다. 10여년 동안 데이터를 모은 결과 외연을 확장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며 “기업과 대행사, 매체, 소비자 등에게 모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싶다. 그간 갈고 닦은 역량을 통해 앞으로의 10년은 국내 산업 생태계 선순환 구조에 기여하는 것이 작은 바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