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규제 전성시대…국익・시장 고민도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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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전성시대가 아니라 ‘플랫폼 규제’ 전성시대 아닌가요?”

임용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서울대 인공지능(AI) 정책 이니셔티브 공동디렉터는 15일 한국경쟁포럼 주최로 열린 ‘혁신경쟁촉진을 위한 주요과제 공개세미나’에서 이같이 말하며 “선제적 규제보다는 의미 있는 규제를 하기 위한 숙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플랫폼 규제는 의도와는 달리 특정 산업분야가 아니라 다양한 산업에 파급효과가 있는 포괄적인 일반 규제가 될 잠재력이 있다”며 “굳이 새로운 규제를 만들기보다는 필요한 규제가 있으면 법을 차근차근 개정하면서 적극적으로 감시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국내서 이른바 ‘넷플릭스 무임승차 방지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시행령을 비롯해 ‘구글 갑질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등이 잇따르는 데 대한 지적이다. 특히 그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입법예고한 ‘플랫폼법(온라인 플랫폼 공정화에 관한 법률)’ 등의 규제 등은 시장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 법은 오픈마켓, 배달앱, 앱 장터, 숙박앱, 승차중개앱, 가격비교 사이트, 검색광고서비스 등이 법 적용대상으로 네이버, 카카오, 배달의민족과 같은 기업들을 정조준하고 있다.

유럽・한국, 상황 다른데…”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둘러싼 논의는 전세계적인 화두다. 각국은 플랫폼과 관련해 프라이버시·데이터 보호부터 불법적 콘텐츠, 반독점·공정경쟁, 민주주의·가짜뉴스, 소비자 보호 등을 공통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18년 5월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을 시행해 데이터 보호에 나섰다. 2020년 7월부터는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공정성 및 투명성 강화를 위한 규칙’을 시행 중이다. 플랫폼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중소 판매업자들에게 ‘갑질’을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규칙이다. 특히 독일은 올해 1월 ‘경쟁제한방지법’ 제10차 개정안을 발의, 객관적으로 정당한 이유가 없으면 플랫폼 기업이 데이터 접근을 거절할 수 없다는 문구를 담았다. 또, 시장지위를 판단할 때 시장점유율뿐 아니라 ‘중개력’을 고려하도록 하는 등 공정경쟁을 규율하려 하고 있다.

중국은 법에 시장 상황을 적극 반영하는 중이다. 올해 1월 공개된 ‘반독점법 수정초안’에는 온라인 사업자에 대한 시장지배적 지위 여부를 판단할 때 인터넷 영역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못박았다. 일본은 반독점 규제에 집중하고 있다. 6월 제정된 ‘특정 디지털 플랫폼의 투명성 및 공정성 향상에 관한 법률’은 특정 온라인 플랫폼 제공자가 계약조건을 공개하거나 변경할 때 사전통지를 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EU·일본 등이 플랫폼 규제에 칼을 빼든 것은 GAFA(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 등 글로벌 공룡들로부터 자국 시장을 보호하려는 목적이 크다고 임 교수는 지적했다. 임 교수는 “규제를 놓고 ‘세계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인데 굳이 우리가 선제적으로 규제를 만들어야 할 이유는 없다”라며 “국내는 특히 가장 선도적으로 보이는 EU의 플랫폼 규제를 좇는 경향이 있는 듯한데 국내 시장 상황과는 차이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각국의 상황을 차분히 지켜보면서 국익과 기업·소비자 등 시장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라며 “다양한 플랫폼 유형과 특질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플랫폼이 되기 위한 경쟁과 플랫폼 위에서의 경쟁도 혼동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각종 규제가 산발적으로 생기면서 중첩적·누적적 효과를 내는 ‘결합의 오류’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성운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파트너 변호사는 “정부의 올해 3대 축 관련 정책자료집에는 혁신성장이 29번이나 언급된다”며 “변화된 환경을 정확히 인식하고 수용해야 한다. 혁신이 불가피하게 초래하는 문제는 ‘실사구시’ 관점에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플랫폼법에 대해서는 다양한 쟁점을 점검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이호영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양면시장 플랫폼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과 관련시장 획정, 시장지배력 및 경쟁효과 평가, 진입장벽의 평가 등과 관련해 차별적인 고려가 필요하다”며 “특히 양면 중 한 시장에서 산정한 시장점유율을 기준으로 시장지배력을 평가하는 건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제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 교수는 “유럽 일부 국가에선 착취적 남용을 기업에 적극 적용하는 경향이 있는데 공정위는 글로벌 기업에 대해 지나치게 소극적인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며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규제를 통한 ‘플랫폼 갑질’ 문제 해소가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플랫폼 입점업체들이 불공정한 대우를 받거나, ‘중개’ 역할을 하는 플랫폼이 책임을 회피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얘기다. 또 독과점 플랫폼이 신규 사업자의 진입을 방해하고 M&A를 통해 잠재적 경쟁사를 제거해 경쟁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반면 플랫폼의 다면시장 특성상 이를 기존 법기준으로 규율하기는 어려운 데다가 평면적 정책대응에는 한계가 있다고 부연했다.

이동원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총괄과장은 “새로운 ‘하도급법’이라는 말도 있는데 인정한다. 플랫폼 입점업체들이 느끼는 어려움을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플랫폼사와 입점업체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