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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스] SKT의 티맵모빌리티 분사, 배경과 숙제

2020.10.19

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SK텔레콤이 모빌리티 사업 분할을 결정했습니다. 우리가 익히 아는 ‘티맵’과 ‘티맵택시’ 사업 등을 추진 중인 모빌리티 사업단을 쪼개 자회사로 만듭니다. 분할된 자회사는 우버테크놀로지(이하 우버)와 합작회사(JV)도 세울 예정입니다. 이번 분사 결정을 두고 ‘모빌리티 빅뱅’이란 표현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회사가 붙인 말이긴 하지만 2025년까지 연매출 6000억원, 기업가치 4조5000억원을 달성하겠단 목표를 채우려면 풀어야 할 숙제들도 있어 보입니다.

SK의 신(新)성장동력, 모빌리티

티맵모빌리티 출범은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일찌감치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미래 모빌리티를 5대 신산업 분야 중 하나로 낙점했는데요. 반도체(SK하이닉스)·통신(SK텔레콤)·소재(SKC)·배터리(SK이노베이션) 등 계열사들의 역량을 결집해, 단순한 자동차 산업을 넘어 ‘이동성’ 전반에서 큰 그림을 그려 나가겠다는 복안이었습니다. 전기차·자율주행 등 부문에 3년간 5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죠. 계열사들은 각자 분야에서 경쟁력을 강화해왔습니다.

해외 투자가 잇따랐습니다. 2018년 ‘동남아 우버’로 불리는 그랩(Grab)에 800억원대 지분 투자를 진행했고, 동남아 지역에서의 내비게이션 사업을 위해 SK텔레콤과 합작회사(그랩지오홀딩스)를 설립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아시아 최대 저비용항공사(LCC)인 에어아시아에 1000억원을 투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죠. 외국계 IB(투자은행) 한 관계자는 “SK그룹이 모빌리티와 스마트시티 관련 동남아시아 투자의 빅픽처를 가지고 있다”며 “특정한 계획이 딱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SK그룹이 잘 할 수 있는 국가와 잘 할 수 있는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싶어한다. 연장선상에서 투자처를 물색하고 실제 투자도 이뤄지고 있다”고 귀띔했습니다.

SK텔레콤과 우버의 협업 구조도./그래픽=SK텔레콤

‘탈(脫)통신’ 필요한 이유

박정호 SK텔레콤 사장도 모빌리티 사업의 중요성을 줄곧 강조해왔습니다. 지난해 주주총회에선 “현재 미래를 준비하는 큰 조직은 보통 MNO(이동통신)에는 없는 조직인 모빌리티와 인공지능(AI)”이라고 말했고, 같은해 조직 개편을 통해 250여명 규모 모빌리티 사업단도 꾸렸습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올해 주총에선 “티맵의 경쟁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사업자와 협업해 국내 모빌리티 분야 1위가 되는 게 목표”라는 포부를 밝혔다고 하네요. 우버와의 협력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겠죠.

이번 분사 결정은 SK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과도 맞닿아 있다는 분석들이 나옵니다. 그간 SK그룹은 지배구조를 손질하기 위해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을 추진해 왔습니다. ‘SK→SK텔레콤→SK하이닉스’로 이어진 지배구조로 인해 SK하이닉스는 SK의 손자회사 지위에 있는데요. 손자회사는 타 기업 인수·합병(M&A) 시 지분 100%를 취득해야 한다는 제한이 있어 신규 투자가 쉽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SK그룹이 SK텔레콤을 사업부문과 투자부문으로 쪼개고, 투자부문 회사는 SK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SK하이닉스를 자회사로 만들 거란 예상이 지배적입니다.

SK텔레콤이 미디어·보안·커머스 등에 이어 모빌리티까지 비통신 사업을 키워 자회사들을 상장시키면 자금 확보가 손쉬워집니다. 중간지주사로 전환할 추진동력을 얻을 수 있죠. SK텔레콤은 전체 수익 가운데 통신 매출이 60%를 차지하는데요, 자회사 매출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데 집중할 계획입니다. 사명도 바꿉니다.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20에서 박정호 사장은 유력후보로 ‘SK하이퍼커넥터(Hyper Connector)’가 거론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티맵의 가능성

그렇다면 티맵모빌리티는 시장의 ‘메기’로 등극할 수 있을까요? 이 회사는 주력 사업으로 ▲티맵 기반 주차·광고·UBI(보험 연계 상품) 등 플랫폼 사업 ▲IVI(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차량 내 결제 등 완성차용 ‘티맵오토’ ▲택시호출·대리운전 ▲다양한 운송 수단을 구독하는 ‘올인원 이동서비스(MaaS·Mobility as a service)’ 등을 꼽았습니다. 장기적으로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플라잉카)’ 등 미래 모빌리티를 한국에 확산하는 게 궁극적 목표죠. 다만 분사 전인만큼 사업계획은 아직까지 구상에 불과합니다. SK텔레콤을 떠나 티맵모빌리티로 갈 임직원들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거든요.

이 회사의 자산은 가입자 1800만명으로 국내 모바일 내비게이션 시장 70%를 점유하고 있는 티맵입니다. 내비게이션 기반 주차·광고·보험 상품과 IVI는 현실적으로 빠르게 키워 나갈 수 있는 사업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IVI는 이미 BMW, 재규어랜드로버, 볼보 등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가 국내 탑재를 결정한 바 있습니다. SK텔레콤은 티맵을 IVI든, 스마트폰 내비든, 완성차 내부 탑재든 ‘모든 차량’에 심는 게 목표입니다. 설득력 있는 그림입니다.

택시·대리사업 진출?

반면 택시호출·대리운전 등을 살펴볼까요. 먼저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카카오모빌리티의 현주소를 확인하겠습니다. 이 회사는 2017년 매출 167억원, 2018년 536억원, 지난해 1048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영업손실은 2017년 106억원, 2018년 210억원, 2019년 221억원이었습니. 적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매출 증가 대비 영업손실 증가 폭은 크지 않았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합니다. 그러니 SK텔레콤도 뛰어들려는 거겠죠.

하지만 진출을 예고한 대리운전 시장에는 노동 문제가 얽혀 있습니다. 지난 14일 지방노동위원회는 전국대리운전노조의 교섭을 거부한 카카오모빌리티에게 “카카오모빌리티는 대리운전기사의 사용자가 맞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교섭에 응하라는 권고였죠. 지난달 쏘카 자회사인 VCNC(타다)도 대리운전 시장 진출을 예고했는데요.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반대 기자회견까지 열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대리운전 중개에 있어서는 섬세한 접근이 필요할 듯합니다.

SK텔레콤은 내년 상반기 티맵모빌리티 아래 우버와 함께 ‘택시회사’를 세울 예정입니다. 우버는 양사간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를 위해 이 회사에 1억달러(약 1150억원) 이상을, 티맵모빌리티에는 약 5000만달러(약 575억원)를 투자할 계획입니다. 택시사업은 우버와의 협력이 어떤 그림인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티맵택시는 초기 시장 선점에 실패하는 바람에 SK텔레콤에서 방치돼 있었습니다. 2018년 ‘재도약’을 선언한 이후 외형적 성장은 이뤘지만 체감할 수 있는 반향은 딱히 없었습니다. 우버도 사정은 같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선 몰라도 국내서는 의미 있는 성적을 내지 못했죠. 지금까지 우버가 한국에 잔류하면서 택시호출 서비스를 해왔다는 걸 모르는 사람들도 많을 정도로요.

이번 합작회사 설립은 그래서 ‘만년 라이징스타’들의 ‘패자부활전’처럼 보입니다. 자원은 많은데 제대로 쓰진 못했던 두 회사가 만나면 어떤 시너지를 보여줄까요? 티맵 택시기사, 지도·차량 통행 분석 기술과 우버의 글로벌 운영경험, 플랫폼 기술 등을 합친다고 하니 그래도 기대가 됩니다. 다만 새로 만들어질 택시 조인트벤처의 지분율은 우버 51%, 티맵모빌리티 49%로 지분이 우세한 우버의 입김이 좀더 작용할 여지가 있겠네요. 우버 관계자는 “합작법인이 설립되면 양사 서비스가 합쳐지게 될 것”이라며 “함께 브랜딩하는 플랫폼이 생기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러나 저러나 티맵모빌리티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내비게이션을 넘어 ‘올인원(All-in-One)’ 플랫폼을 만드는 겁니다. 택시부터 차량공유, 렌터카, 단거리 이동수단(전동킥보드·자전거 등), 대리운전, 주차까지 이동의 전 과정을 책임지겠단 구상이죠. 서비스들을 묶어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구독형 모델도 출시할 계획입니다. 사실 이런 그림은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대부분의 청사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모든 서비스를 잘하는 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은지, 전세계적으로도 성공사례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이 역시 분사하는 회사가 고민해야 할 과제겠죠.

티맵모빌리티가 SK텔레콤에서 떨어져 나오면 몸집이 가벼워지니 투자·제휴 등 외부협력도 유연해지고 보다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질 수 있을 겁니다. 잠재력은 크나 이를 발휘하는 건 기업과 구성원의 몫입니다. 모빌리티 돌풍이 ‘찻잔 속’을 돌다 그칠지,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까지 넘보는 파괴적 혁신기업으로 나아가는 동력이 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통신사의 정체성 때문에 할 수 없던 사업들이 많았는데 이번 물적분할은 한마디로 고삐를 풀어준 격”이라며 “티맵의 기반을 적극 활용하는 한편 통신요금·멤버십·매장영업 등 SK텔레콤이 갖춘 각종 자원을 활용하면 이용자 마케팅에서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