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차봇’이 모빌리티 플랫폼을 만드는 법…강성근 차봇모빌리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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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 중고차, 금융, 보험 등을 아우르는 국내 자동차 시장 규모는 현재 약 170조원으로 추산된다. 여기서 파생되는 상품 및 유통 채널만 해도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하다. 하지만 그동안 이 안에서 소비자들이 ‘똑똑한 소비’를 하려면 직접 발품을 팔고 상품을 비교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마땅한 서비스 비교 플랫폼도 없었지만, 딜러나 개별 상품에 대한 소비자 불신도 컸던 까닭이다.

차봇(CHABOT)은 이 같은 자동차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6년 설립된 스타트업이다. ‘본컨설팅네트웍스 주식회사’로 시작해 2017년 다이렉트 자동차보험 비교 서비스 ‘본 다이렉트’를 출시, 2018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누적 거래액 800억원을 달성했다.

그리고 올해 4월 ‘차봇 모빌리티’로 사명을 바꾸고 모빌리티 플랫폼으로서의 본격적인 도약을 준비 중이다. 시작은 순조롭다. 지난달 15일에는 티에스인베스트먼트, 나우아이비캐피탈 등 무게감 있는 VC들로부터 25억원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강성근 차봇 모빌리티 대표

그런데 과연 작은 스타트업에서 거대한 자동차 시장을 하나로 묶을 플랫폼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 이는 카카오나 네이버 같은 대기업에서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강성근 차봇 모빌리티 대표를 직접 만나봤다. 미리 귀띔하지만, 근래 플랫폼 사업에 뛰어든 기업들과 차봇의 접근법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보인다.

딜러를 잡으면 소비자를 잡을 수 있다

“기존에는 자동차 서비스와 광고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차봇은 실제 소비자 입장에서 유용한 서비스란 인식을 심어 주기 위해 노력했죠” 강성근 대표는 차봇 플랫폼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강성근 대표는 창업 전 ‘잘 나가는’ 딜러였다. 하지만 그가 현업에서 느낀 한계는 무엇보다 고객과의 부족한 신뢰 구축 기회에 있었다. 강 대표는 “일반적으로 자동차 구매 경험은 평생에 많아야 3~5번이고 경험이 적은 상황에서 목돈을 들여야 하는 만큼 신중함이 요구되는데, 고객 입장에서 딜러의 말만 100% 신뢰하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였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현장의 딜러들도 양질의 제품 및 서비스 중개에 필요한 정확한 정보에 목마른 상황이었다. 그들이 먼저 질 좋은 정보를 손에 쥘 수 있어야 자연히 소비자들이 소개받는 서비스의 품질도 높아진다. 강 대표는 플랫폼 구상에 앞서 바로 이 점에 집중했다.

그는 “현재 국내에서 활동 중인 약 2만5000명의 딜러를 통해 개인이 살 수 있는 거의 모든 차량이 유통되고 있다”며 “먼저 딜러들을 공략하면 적은 비용으로도 전체 자동차 시장 고객들에게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자동차를 잘 모르는 소비자들이 차량 구매뿐 아니라 관리, 보험 가입, 애프터 서비스 등의 문제도 딜러들을 통해 해결한다는 점까지 고려한 접근이다.

차봇이 그리는 서비스형 모빌리티(MaaS) 플랫폼 구조 / 자료=차봇 모빌리티

‘광고’를 ‘정보’로 바꾸면 사용자도 반응한다

전직 판매왕 출신 딜러로서 강 대표는 딜러들의 가려운 부분이 무엇인지 잘 안다. 고객에게 정확하고 정제된 정보를 최대한 빠르고 편리하게 제공하는 것. 이를 위해 보험·금융·추천·서비스를 통합한 ‘차봇 VIP’와 ‘차봇 PRIME’을 선보였다. 차량 정보, 보험 가입, 고객 관리 기능을 딜러 위주의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로 제공하는 앱이다.

강 대표는 “광고성을 정보성으로 바꾸는 일에 집중했다”며 “딜러들도 처음엔 차봇 서비스와 정보를 의심했지만 직접 써보며 신뢰할 만한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란 사실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은 지표로도 확인된다. 차봇에 따르면 2019년 1월 약 2억원이었던 차봇의 월 매출은 올해 5월까지 약 5억원 수준으로 성장했다.

또 올해 3월 기준, 차봇 이용 딜러는 약 9000명으로 전체의 30% 정도다. 특히 까다로운 구매 성향의 고객이 많은 수입차 채널에선 6500명의 딜러 중 4000명 이상이 차봇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차봇 PRIME 인터페이스 / 자료=차봇 모빌리티

기술에 앞서 ‘현장’이 필요한 시장이 있다

이처럼 짧은 사업 기간 동안에도 목표로 했던 딜러 공략에 성공한 셈. 그럼 차봇에 입점한 파트너들의 마음은 어떻게 얻었을까? 강 대표는 이 부분에서도 ‘현장’을 강조했다.

“사실 차봇은 기술·개발 중심의 회사가 아닙니다. 그보단 실제 현장을 담당하는 딜러와 고객들이 겪는 불편에 직접 부딪쳐, 이를 온라인으로 끌어오는 전략을 세운 것이 유효했다고 보는데요. 기존에 모빌리티 서비스를 하던 파트너들 입장에서도 우리가 자신들이 하고 싶었던 일들을 대신해준다는 점에서 만족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만약 기술 기반으로 시작했다면 정작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는 후차적으로 연결됐을 거고, 지금 같은 성과를 얻긴 힘들었을 겁니다.”

최근 IT 기술 기반의 플랫폼 기업들이 강조하는 것은 대부분 데이터 기반의 인공지능(AI) 추천, 자동화 서비스다. 하지만 서비스 품질과는 별개로 이들 간 차별점을 찾기 어렵고, 단순 데이터만으론 현장의 요구를 충족하기 어렵다. 사용자경험(UX) 중심의 서비스 구현과 접근법이 추후 대기업과의 경쟁에서도 뒤지지 않을 밑거름이 될 거란 사실에 차봇이 자신을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강 대표는 “온라인 모빌리티 플랫폼은 복잡하게 연결된 오프라인 조직 구조에 대한 높은 이해가 필요해 기술적 접근만으론 구현하기 어렵다”며 “토스 같이 유니콘으로 성장한 회사들이 명확한 정체성을 갖고 플랫폼을 성장시켜 나간 것처럼 차봇 역시 모빌리티 시장에서 독자적인 경쟁력을 갖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들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왕십리 패스트파이브에 입주해 있는 차봇 사무실 전경

딜러를 품에 안고, 소비자에게 직접 나아간다

최근 시리즈 A 투자 유치에 성공한 차봇은 그동안 딜러 중심의 B2B 사업에 집중해온 만큼, 앞으로는 일반 소비자 대상 B2C 서비스 강화에도 집중할 방침이다. 그 일환으로 이미 일부 자동차 매장에는 고객이 직접 차봇을 통해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차봇 키오스크(KIOSK)’가 도입돼 있다.

그렇다고 딜러들을 후순위에 두겠다는 건 아니다. 차봇 서비스가 딜러들과의 공존을 최우선으로 하는 만큼 기존의 역할은 그대로 두되, 딜러가 미처 충족시켜 주지 못하는 서비스들을 보완하는 것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나아가 소비자 커뮤니티를 만들고 차량과 관련된 모든 서비스를 중개, 구독 서비스로 확대해 나가는 것이 것이 차봇이 그리는 모빌리티 플랫폼의 큰 그림이다. 또 아직 기획 단계지만 해외 시장 진출은 차봇이 해외 딜러들에게 국내 자동차 시장에 관한 데이터 사업자로 협력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앞으로의 전망과 포부는 무엇일까. 강성근 대표는 “운송수단에 불과했던 자동차가 이젠 엔터테인먼트 수단으로 변화하는 등 향후 라이프스타일에도 많은 변동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차봇이 바라보는 가치 역시 생산성을 넘어 다양한 연결을 제공하고 고객과 파트너 회사들이 함께 만족할 수 있는 진정한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