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인텔 낸드사업 인수]’낸드 1위’ 위한 승부수…”기업가치 100조 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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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 부문을 90억 달러(약 10조3104억원)에 인수하는 ‘빅 딜’이 성사됐다. 최종 인수 작업이 마무리되면 SK하이닉스 낸드플래시 부문은 삼성전자에 이어 글로벌 2위 수준까지 치고 올라간다.

SK하이닉스는 2017년 키옥시아(옛 도시바반도체) 지분 매입에 이어 인텔 낸드 사업부도 인수하게 됐다. 이에 따라 낸드 시장에 ‘규모의 경제’가 빠르게 확립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를 뛰어넘는 글로벌 1위 낸드 제조사로의 도약도 넘볼 수 있게 됐다.

SK하이닉스는 20일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 부문을 10조3104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SK하이닉스, 인텔

SK하이닉스는 20일 공시를 통해 인텔 사의 낸드플래시 사업 부문(옵테인 사업부 제외)을 10조3104억원에 영업 양수한다고 밝혔다.

공시에 따르면 영업양수 대상은 인텔 비휘발성 메모리 솔루션 그룹(Non-volatile Memory Solution Group)의 옵테인 사업부를 제외한 낸드 사업 부문 전체다. 중국 다롄 소재 인텔 낸드플래시 공장(P68)과 지적재산권·직원을 포함한 솔리스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부문이 모두 포함됐다. SK하이닉스는 1차 딜 클로징 시점(2021년 말)에 70억 달러(8조192억원), 2차 딜 클로징 시점(2025년 3월)에 20억 달러(2조2912억원)를 각각 인텔에 지급한다.

1차 딜 클로징과 함께 인텔의 다롄 공장과 SSD 사업부문(지적재산권, 인력 포함)이 해외에 신설 예정인 SK하이닉스 자회사로 이전된다. 이후 별도 계약을 통해 인텔 자회사가 다롄 공장을 운영하며, 2차 딜 클로징과 함께 낸드 지적재산권, R&D·공장 인력 등 인텔 자회사 지분이 SK하이닉스로 넘어간다.

인텔 끌어 안은 SK하이닉스, 점유율 2위로 삼성전자 바짝 추격

시장은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 사업 인수를 ‘전략적 승부수’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2강’ 체제가 확립된 디램(D램)에 비해 낸드플래시는 뚜렷한 강자가 없어 ‘규모의 경제’를 이룰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시장 조사업체 트랜드포스(TrendForce)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매출 기준 기준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에서 SK하이닉스는 전체 4위(11.7%)다. 삼성전자가 31.4%로 업계 1위이고 2위 키옥시아(17.2%), 3위 WDC(15.5%), 5위 마이크론(11.5%), 6위 인텔(11.5%) 등이 난립해있다.

앞서 지난해 7월 중국 언론을 통해 양사가 인수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었다. 다롄 공장과 사업부 인수를 놓고 협상을 벌인다는 내용과 추정 액수까지 모두 이번 딜과 동일했다. SK하이닉스가 오랫동안 인텔 낸드 사업 인수를 검토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이번 인수로 SK하이닉스는 낸드 시장 점유율이 단숨에 2위까지 오르게 됐다. 삼성전자와의 격차도 10% 안쪽으로 좁혀든다. 인수가 최종 확정됐다는 가정 하에 두 회사의 낸드 시장 점유율 합계는 54.6%로 치고 올라간다. 낸드 시장이 한국을 중심으로 ‘규모화’하게 되는 것이다.

삼성전자와의 경쟁에서도 SK하이닉스의 인수는 의미있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반도체 점유율 경쟁에서 디램 2위, 낸드 4위를 각각 기록 중이다. 다만 디램에서는 삼성전자를 따라잡기 쉽지 않은 상태라 상대적으로 점유율에서 따라잡기 용이한 낸드 부문에 투자하는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 ‘낸드 1위’…’기업가치 100조’ 이룰까

이번 양수 대상인 인텔의 P68은 2010년 만들어진 공장이다. 당초 시스템 반도체를 생산했지만 인텔이 2015년 6조원 넘는 돈을 투자해 3D 낸드플래시 공장으로 전환했다. 월간 제품 생산 가능량은 600만 개에 달한다.

SK하이닉스는 P68 인수로 낸드플래시, 특히 SSD에서의 중가형 라인업 시장 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을 전망이다. 동시에 그간 약점으로 거론되던 엔터프라이즈용 SSD(eSSD)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0일 리포트에서 “향후 낸드 산업은 과잉 투자가 줄면서 장기적으로 안정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미국의 강력한 중국 반도체 견제도 낸드 산업 안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라며 “SK하이닉스로는 그간 큰 약점으로 거론되던 eSSD 분야에서 삼성의 뒤를 잇는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게 될 기회를 잡게 될 것”이라 분석했다.

특히 2017년 베인캐피탈과 함께 3조원대 투자를 단행한 키옥시아까지 고려하면 장기적으론 SK하이닉스가 낸드 업계 1위로 도약하는 ‘큰 그림’도 그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키옥시아 지분 인수 이후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와 낸드플래시 솔루션 기술 격차가 크게 좁혀진 상태로, 후발주자임에도 3D 적층과 TLC·QLC 낸드 제품을 보유하는 등 기술력에서 뒤지지 않는다. 두 회사는 176단 4D 낸드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텔 또한 이번 사업부문 매각으로 ‘선택과 집중’을 위한 돈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인텔은 최근 7나노 이하 차세대 CPU 경쟁에서 라이젠(Ryzen)을 앞세운 AMD에 기술적으로 밀리고 있고, ARM을 인수하며 서버용 CPU의 신성으로 떠오른 엔비디아(Nvidia)에도 시장 지위를 위협당하고 있다. 이에 상대적으로 열위인 낸드 부문을 팔아 주력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를 벌인다고 볼 수 있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이날 전체 임직원에게 “기업가치 100조원 달성에 한 걸음 더 다가서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고 메시지를 보냈다./사진=SK하이닉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이날 전직원에게 “낸드 사업에서도 D램 사업만큼 확고한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과감한 결정을 내리게 됐다”며 “향후 인텔의 기술과 생산능력을 접목해 SSD 등 고부가가치 솔루션 경쟁력을 강화한다면 SK 하이닉스는 빅데이터 시대를 맞아 급성장하고 있는 낸드 사업에서 D램 못지 않은 지위를 확보하게 될 것”이라 말했다.

이어 “CEO로서 처음 맞이했던 2019년 첫 날, 3년 뒤 기업가치 100조 원을 달성하는 자랑스러운 기업을 만들자고 다짐했고이를 위해서는 낸드 사업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수차례 강조해왔다”며 “지금 기업가치 100조원 달성에 한걸음 더 다가서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됐고, 낸드 사업이 성장한다면 이 목표 달성이 앞당겨질 것”이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