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푸른길의 책]눈치 안 보고 퇴근하는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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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시 퇴근 시간, 바로 사무실을 나서는 후배를 보면 선배로서 팀장으로서 어떤 기분이 드는가? ‘그래 뭐 눈치 볼 것 있냐’라고 하면서 쿨하게 있는지, 아니면 ‘어디 건방지게, 먼저 퇴근하는거야’라고 킁킁 거리는가.

야근을 하는 상사가 퇴근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먼저 가야한다면 어떻게 이야기를 하고 사무실을 벗어날 것인가? 늦잠으로 사무실 출근이 늦었을 때는 또 어떤가. 될 핑계가 아직 남아 있다면 걱정없겠지만 바닥이 났다면?

나오는 길에 보여주는 등 뒤로 따가온 화살이 와서 꽂히는 듯 하지만 어쩔 수 있겠는가. 오랜만의 저녁약속, 보육시설에 맡겨둔 아이를 아내 대신, 혹은 남편 대신 데리러 가야 할 상황에 부딪히면 말이다. 출근이 늦어 조용한 사무실 들어가기 애매할 때 차라리 전화를 걸어 오전시간을 반차로 쓴다고 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거나 하면서 애써 불편한 상황을 피하려 한 적은 없는가?

많은 사람들이 직장생활을 하면서 어쩔 수 없는 핑계를 대고 사무실 밖을 나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병원도 가야하고, 은행도 들려야 한다. 누군가 아는 사람이라도  회사 근처에 와서 연락이라도 하면 나가 차라도 한 잔 해야 한다.

왜 그렇게 직장생활을 할 수 밖에 없었을까? 이러한 불편한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아니면 벗어나게 해주는 길은 없을까?

재미없고 지루한 직장생활, 그러나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 때문에 참고 다닌다고 한다. 더럽고 치사하지만 어디 갈 데 없고 그나마 시설 좋고 하니 참고 다닌다.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고, 있으면서 느는 것은 실무능력보다는 상사를 향한 ‘눈치능력’ 뿐이다.

얼마 전 트위터에 올라온 한 기업이 관공서의 허가를 득하지 못한 사연이 기막혔다. 이후 신문지면을 통해서 소개된 바 있는 이곳은 게임회사. 건물의 주차장 지붕 때문에 허가를 얻지 못한 사연이었다. 불법이라서 허가를 내줄 수 없다는 것이다. 게임과 주차장 지붕의 관계는 무엇인가. 일련의 과정을 들여다보면 네트워크 시대는 빠르게 변하는데 이에 대한 제도적 장치는 아직 여전히 규제에 머물고 있다. 법이 현실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

사회의 이러한 모순 된 규정 속에서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크지만, 직장 생활가운데에서도 이러한 속도에 맞추지 못하는 현실과 끊임없이 부딪힌다. 최근 많은 기업들이 직원들의 복지시설 향상을 위하여 회의실 만큼 휴게실 부분도 신경을 많이 쓰고 배려를 하고 있다.

외국계 기업의 휴게공간 사진을 인터넷을 통해 접했을 것이다. 얼마 전 방문한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의 한 그룹 계열사의 휴게공간은 개방형으로 탁구대를 비롯, 영상시설 등을 갖추고 직원들의 휴식을 도모한다. 잘 살펴보면 그런데 이런 시설들은 결국 안에서 잘 놀라는 것이다. 어디 밖으로 나가지 말고 안에서 해결하도록 말이다. 이나마도 없는 기업으로서는 부러운 상황이지만 말이다.

이 책, 로우(ROWE)는 어떻게 하면 직장생활을 하는 직원들이 얼마나 행복하고 즐겁게 일할 수 있게 해 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시작으로 그 고민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만나는 일들을 사례로 소개하면서 몇 가지 제안을 한다.

지루한 직장생활공간을 만들지 않기 위한 그 방법은 무엇인가가 핵심적인 내용이다. 즉, 출퇴근 시간으로 직원을 묶어놓지 말라는 것이다. 일찍 나와서 신문보고 커피마시고 1시간 가량을 그렇게 보내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하는 것이다. 개인적인 일을 봐야 하는데 일 때문에 처리하지 못하고 끙끙 알아야 한다면 말이다. 자신의 일에 제대로 집중할 수 없다.

여기서 소개하는 책의 제목이기도 한 성과집중형 업무(ROWE, Results-Only Work Environment)에 대한 개념이 등장하는데, 이는 직원이 업무상 소기의 성과를 도출하는 한 원하는 일을, 원하는 시간에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도 재택근무나 이른 바 플렉스타임을 실시한다고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기업들이 상당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근본적으로 주요 근무 시간은 별반 다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업무상 필요에 따라 유야무야되거나 일부에게만 제한적으로 주어진다”

현장 적용을 하고 유연하게 한다고 하지만 전 직원에게 동일하게 규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시스템은 2001년 미 베스트바이의 임직원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었다. 이 시스템으로 인하여 직원들은 ‘맡은 업무와 관련해서 자율성과 권한을 주고 분명한 목표와 기대치를 부여하면 자신에게 가장 적절한 시간 및 에너지 활용법을 파악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로 봐야 할 일이 있다면 그 일을 처리하라는 것이다. 눈치를 볼 것도 아니고 눈치를 주어서도 안된다는 것이 이 시스템 운영의 원칙이다. 이로 인하여 직원은 일에 대한 만족도를 높힐 수 있으며, 업무를 시간에 의해서가 아니라 성과에 의해서 측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같은 시스템 도입에 역할을 한 저자는 “ROWE란 업무가 제대로 처리되고 있는 한, 모든 직원이 각자 원하는 것을 원하는 시간에 수행하며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일의 진정한 의미에 대한 전체적인 논지를 바꿔야 한다는게 우리의 신념이다. 직장은 일부 소수만이 승리를 거두고 일부는 참패를 당하는 전쟁터가 되어서는 안된다. 직장이란 누구나 자신의 능력대로 자신의 위치를 지키며 목적 의식을 갖고 일하는 터전이 되어야 한다.”

이 책의 저자 캘리 레슬러와 조디 톰프슨은 일에 대한 규정 자체를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가 강조하고, 사람이 좀더 행복해지는 길이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미국의 특정기업 도입된 이같은 업무처리 방식이 성과를 거두어 전직원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현장 적응과 성과여부에 있어서는 기업특성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 본다. 이에 무리하게 도입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일부 부서에 적응 후 확장 하는 실험도 좋을 듯 하다.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한다는 것과 상호 신뢰의 원칙이 먼저 성립이 되어야 한다는 단서가 있다.

거짓말에서 좀더 자유로워지는, 이미 눈치로 서로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 척 속아 주는 그런 ‘재미없는 직장’이 아니라, 즐겁게 일하고 행복하게 질 수 있는 직장 문화의 도입이 절실히 요구되어지는 때다. 머리가 즐거워야 일의 성과가 달라질 수 있음을 이 책을 통해 느끼게 될 것이다.

팀을 이끌어 나갈 때 결과에 초점을 두는 요령

팀을 이끌어가는 팀장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면 참고로 봐 둘 이유가 있겠다. 어떤 사람인가를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겠다.

-직원 관리에 있어서 인사과에 의존하는 습관을 버려라.

성과 목표를 분명히 하고 의사소통을 자주 하고 직원들에게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하라.

-휴식 시간, 점심시간, 근태 관리, 규정, 휴가 규정 등 기존의 업무 및 복지 관련 규정과 사내 방침을 검토하여 불필요한 것은 과감히 버려라.

-직원들에게 직장 생활과 개인 생활의 균형을 잡는 기준을 제시하지 마라.

-자율권을 부여할 대상과 부여하지 않을 대상 직원을 당신이 선택하지 마라.

-폭설이나 다른 자연재해 때문에 직원들을 조퇴시긴다고 해서 자신이 정말 좋은 상사라고 착각하지 마라.

-직원들의 동정을 살피기 위해 사무실을 돌아다니지 마라.

-자신을 신뢰하듯 부하 직원들을 신뢰하라.

로우
캘리 레슬러&조디 톰프슨
심현식 옮김
민음인
2010. 11.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