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균등감자? 소액주주 권리 누가 보호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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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여객기./사진=홈페이지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감자(減資)’ 논의에 본격 들어갔다.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고 ‘1대주주·기타주주’ 모두 같은 비율로 주식자본을 줄이는 ‘균등감자’까지도 검토안에 올라 있다.

최종 결정까지는 지난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만일 균등감자안이 채택될 경우 부실화 책임이 있는 1대주주에게 상대적으로 면죄부를 주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23일 재계 및 금융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을 중심으로 아시아나항공 감자 논의가 최근 내부적으로 시작됐다.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은 지난 9월11일 HDC현대산업개발에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아시아나항공을 ‘자율협약’ 형태로 채권단 관리체제에 넣기로 하면서 “기존 주주의 감자 여부는 연말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할 것”이라며 “현 단계에선 언급이 부적절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올해 3분기 아시아나항공의 예상 실적이 기대보다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다시 적자전환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감자 논의가 급해졌다. 지금부터 논의를 하지 않으면 2020년 결산 결과가 나오는 내년 초가 되면 대책을 세우기엔 이미 늦어 버린다.

한국거래소는 최근사업연도 사업보고서상 자본잠식률이 50% 이상인 경우 관리 종목으로 지정하고, 50% 이상 자본잠식 상태가 2년 연속 이어지면 상장폐지한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미 자본잠식률이 50%를 넘었고 3분기에 손실이 발생하면 자본잠식률은 더 커지게 된다.

아시아나항공 상반기 별도 재무제표./자료=공시

아시아나항공의 6월말 기준 주주자본금은 1조1162억원, 누적결손금은 1조5357억원, 자본총계는 4880억원이다. 자본잠식률은 56.28%다.

문제는 ‘1대주주·기타주주 균등감자’ 방안이 ‘1대주주 완전감자, 기타주주 차등감자’ 방안과 함께 거론되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산은이 감자를 본격 검토하기 시작했고 대주주(금호산업) 차등감자가 유력하나 균등감자 가능성도 있다”며 “산은 내부 일부에서 금호산업까지 동반 부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로 균등감자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감자란 부실 기업들이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시작하면서 법인 주주의 자본금을 줄이고, 줄인 자본금만큼 기업 누적 결손금을 상쇄하는 회계 작업이다. 책임이 있는 대주주에게 부실 책임을 묻고, 향후 있을 증자나 매각 작업이 용이해 지도록 재무적으로 정지작업을 먼저 하는 것이다.

이 중 균등감자란 모든 주주의 자본금이 같은 비율로 줄어드는 것이고, 차등감자란 주주별로 다른 비율을 적용해 자본금을 줄이는 것을 말한다. 자본잠식률에 따라 적용 방식이 다르고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감자 비율을 달리 적용한다.

과거 금호타이어는 2010년 중반 부실 해소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대주주의 경우 보통주 100주를 1주로, 소액주주는 3주를 1주로 병합하는 차등감자를 실시한 바 있다. 금호산업 역시 비슷한 시기 지배주주는 보통주·우선주 100주를 1주로, 금호석유화학·소액주주·채권금융기관의 경우 6주를 1주로 병합하는 차등감자를 실시했다.

이번 아시아나항공 사례의 경우 1대주주인 금호산업은 완전감자, 금호석유화학 등 기타주주는 차등감자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돼 왔다. 수조원의 국민 세금이 들아간 상황에서 부실 책임이 있는 대주주의 지분을 완전 소각해야 한다는 의견이 거셌기 때문이다.

소액주주의 반발이 예상된다. 한 소액주주는 “(균등감자가 추진될 경우)구조조정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며 “부실 대주주에 책임 추궁하는 일은 구조조정의 기본”이라며 “지배주주까지 부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로 감자 비율을 조정해주는 것은 소액주주의 희생을 담보로 대주주를 살려주는 것이고 특혜 아니냐”고 말했다.

은행에서 구조조정 업무를 오랫동안 해 왔던 한 관계자는 “대주주·소액주주 균등감자는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많이 있는 일이 아니었다”며 “차등감자를 하지 않으면 많은 논란이 일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