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먼데이]”블록체인으로 계약 이행 책임진다”-코메이크 조현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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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은 해킹이 어렵고 투명한 디지털 ‘장부’다. 특히 종이 계약서의 비효율성을 제거하고 디지털 계약의 낮은 신뢰도 문제를 극복한 블록체인 기반 전자계약 기술은 향후 유의미한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 중 하나다.

그리고 국내 리걸테크(법률+IT) 스타트업 ‘코메이크’가 최근 라인 블록체인과 접목한 전자계약 플랫폼 ‘링크사인’으로 일본 진출에 나선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도장의 나라’ 일본, 전자계약 기술 먹힐까?

이 이야기가 흥미로웠던 건 일본이 전자업무에 대단히 보수적인 국가란 점 때문이다. 현재 일본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재택근무가 보편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결재용 도장을 받으러 출근해야 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오죽하면 덴소 웨이브라는 일본 회사가 2019년 ‘자동으로 도장 찍어주는 로봇’을 출시해 쓴웃음을 사기도 했다. 이런 환경에서 블록체인 전자계약 서비스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코메이크 조현민 공동대표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조현민 코메이크 공동대표, LG전자에서 수년 간 신제품 개발 담당자로 일했다.

조 대표는 “코로나19가 일본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빠르게 가속 중”이라고 말했다. 일본 내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한 만큼 ‘비대면 기술’이라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도입을 서두르는 분위기라고 한다.

최근 일본의 새 총리가 업무 처리에 굳이 날인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법안을 발표했을 정도다. 전자계약 기술을 보유한 회사 입장에서는 우선 시장 진출 시기가 좋아 보인다.

하지만 그 정도로 작은 스타트업이 거대한 일본 시장을 직접 공략하긴 쉽지 않을 터, 조 대표는 코메이크가 보유한 전자계약 플랫폼 기술 기반과 더불어 일본 시장에서 높은 영향력을 보유한 라인(LINE)의 블록체인 디앱으로 일본에 진출하는 방안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AI로 계약서 작성, 기록과 이행은 블록체인으로

전자계약에 블록체인을 접목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구체적인 효과는 뭘까? 우선 코메이크는 다양한 법률 계약서 작성과 검토에 AI 기술을 활용하는 리걸테크 기업이다. 이 같은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들은 대개 계약 서류 작성에 필요한 시간 및 비용 감소를 장점으로 내세운다.

그러나 계약은 계약서 작성에서 끝나는 일이 아니다. 조현민 대표는 “계약서 작성은 물론, 남은 계약 체결과 이행까지 통합 제공하는 스타트업은 코메이크가 유일하다”며 “이를 통해 계약의 ‘다음 세대’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링크사인 계약서 작성-체결 프로세스 / 자료=코메이크

코메이크는 계약을 마무리하는 체결과 이행에 블록체인의 NFT(대체불가능한 토큰)과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 기술을 활용한다. NFT란 고유의 정보를 지니고 블록체인상에 단 하나씩만 존재할 수 있는 일종의 가상 증표다.

스마트 컨트랙트는 블록체인이 지원하는 자동 계약 시스템으로, 정해진 조건이 만족되면 자동으로 이뤄지며 조작하거나 되돌릴 수 없어 NFT와 스마트 컨트랙트를 접목하면 신뢰도 높은 디지털 문서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코메이크는 링크사인을 통한 거래자 간 계약 중 주체가 되어 참여자들에게 각각의 고유 계약 정보가 담긴 NFT를 발행하고 분배한다. 서명이 완료된 NFT 기반 계약서는 라인 블록체인 플랫폼에 영구히 기록되며 비트맥스 월렛을 통해 언제든 확인할 수 있다.

또 이렇게 기록, 이행된 계약서는 블록체인 특성에 따라 서명한 사람에 대한 진위 정보 제공, 위변조 여부 등을 함께 확인할 수 있으므로 기존 디지털 계약서가 갖는 조작·유출·불법복제 등의 잠재적 위험에서도 자유롭다.

조 대표는 “태초에 돌에 칼로 그어서 약속을 의미하는 식의 계약에서 우리도 잘 아는 종이 계약서 시대에 이르렀다. 그리고 이후 등장한 디지털 계약서가 단순히 종이 서류를 웹으로 옮긴 거라면, 그 계약의 내용까지 자동으로 이행하는 것이 진정한 블록체인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제3자의 역할을 최소화하는 블록체인의 탈중앙화 개념과도 잘 연결되는 부분이다.

코메이크 사업 로드맵

전자계약 플랫폼으로 전세계 기업 연결할 것

코메이크는 이 같은 블록체인 전자계약 솔루션이 보수적인 일본 시장에서도 충분히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한국어, 영어, 일본어 등 다국어 처리가 가능한 AI 자연어 처리 기술을 바탕으로 태국, 싱가폴, 홍콩 등 다른 아시아 국가로의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조 대표는 “내년이나 내후년에는 미국에도 진출해 다큐사인(리걸테크·전자계약 1위 기업)의 대항마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하며 웃었다.

미국에서 실리콘밸리와 함께 스타트업의 요람으로 불리는 텍사스주 오스틴 실리콘힐에서 고교와 대학을 졸업한 조 대표는 일찍부터 스타트업에 대한 열망을 키워왔다. 졸업 후에는 직무 경험을 쌓기 위해 LG전자에 입사해 8년 이상 인공지능·블록체인 등 신기술 제품 개발자로 일했다.

이후 선배인 조원희 법무법인 디라이트 대표 변호사 겸 코메이크 대표의 제안으로 공동대표에 역임되며 오랫동안 꿈꿔온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런 그에게 한국에서 시작해 다시 미국까지 진출해 성공한 스타트업으로 성장하는 것은 의미가 적잖은 일이기도 하다.

다만, 최근 블록체인 산업은 전반적으로 침체기에 접어든 상황이다. 그나마 순수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분야에서는 사정이 조금 낫다지만 당장 국내만 봐도 블록체인 관련 정부 과제는 작년에 비해 크게 줄었다. 당분간 블록체인 활용 사업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아 보인다. 직접 스타트업을 운영 중인 조 대표의 관점은 어떨까?

그는 “지금의 블록체인은 기술 생명주기상 환멸기(대중의 기대가 하락하는 시기)를 지나고 있다고 본다”며 “안정기에 접어든 인공지능의 사례처럼 개념 제시와 논문 수준을 넘어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기술로서의 사례를 계속해서 발굴해야 비로소 꽃이 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 일본 사업 개시와 다양한 사업 연계를 통해 일본뿐 아니라 전자계약을 통해 전세계 기업들을 연결하는 구심점이 코메이크 플랫폼이 되길 바란다”며 “긍정적인 눈으로 지켜봐 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