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제한 철폐·여성전문직제 도입’ 삼성 신경영②…”능력대로 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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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특히 인재 양성에 공을 들였다. 기업이 인재를 양성하지 않는 것은 일종의 죄악이며 양질의 인재를 활용하지 못하고 내보내는 것은 경영의 큰 손실이라는 것이 그의 철학이었다.

“기술자도 MBA, 관리부서도 컴퓨터와 친숙하라 “

국제화·전문화·다양화 시대에서는 한 가지 전문분야에만 정통한 I자형 인재가 아니라 다방면에 걸쳐 종합적 사고능력을 갖춘 T자형 인재가 바람직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기술자도 MBA가 돼야 하고 관리부서 출신도 컴퓨터와 친숙해야 한다는 의미다.

삼성은 1990년부터 지역전문가제를 운영하며 2012년까지 4400여 명을 세계 각국에 파견했다. 1994년에는 제조 부문의 과·차장급 간부를 대상으로 테크노 MBA 과정을, 1995년에는 경영지원 부문의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소시오 MBA 과정을 도입했다. 임원과 부장을 대상으로는 21세기 최고경영자(CEO) 과정과 21세기 리더 과정이 운영됐다. 6개월의 장기 과정을 통해 △신경영 철학 △경영학 △외국어 △해외 유명 경영대학원 연수 등을 단계적으로 이수하도록 해 종합적인 경영능력을 키우도록 했다. 삼성은 신경영 철학을 확산하고 성과를 치하하기 위해 1994년 각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룩한 임직원을 시상하는 ‘자랑스런 삼성인상’도 제정했다.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993년 신경영을 선언하며 임직원들에게 강의를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대졸 신입사원 채용→3급 채용으로

이 회장은 지난 1993년 신경영을 선포하며 인사제도에도 대대적인 변화를 줬다. 새 인사제도는 혈연·지연·학연을 없애고 연공서열이나 각종 차별조항을 철폐해 능력주의 인사가 조직에 뿌리내리도록 하자는 것이 목적이었다.

삼성은 1993년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부터 전형 방법을 변경했다. 필기시험에서 전공시험을 폐지하고 전산 기초지식과 상식, 영어 듣기 시험을 도입했다. 1994년 6월에는 △가점주의 인사고과 △인사규정 단순화 △인간미·도덕성 중시 채용 △관계사 간 교환근무제 도입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인사개혁을 단행했다. 1995년 7월에는 △기회균등 △능력주의 인사 △가능성을 열어주는 인사 등을 골자로 한 인사조치를 발표했다. 먼저 학력이나 성별을 이유로 기회조차 부여되지 않았던 제도를 철폐하기 위해 ‘대졸 신입사원 채용’이라는 명칭을 ‘3급 신입사원 채용’으로 바꾸고 학력과 관계없이 누구나 지원할 수 있게 했다.

보상은 철저히 능력 중심으로 부여됐다. 삼성은 1년간의 고과 결과에 따라 개인별로 급여가 차별화되고 능력만큼 보상받는 능력급제를 단계적으로 모든 계열사에 실시했다. 승격도 연공서열의 관행에서 벗어나 직급별로 요구되는 자격요건을 정해 놓고 이에 해당하는 점수를 획득하면 기간에 관계없이 승격이 가능하도록 하는 자율관리 제도를 도입했다. 고졸, 현장직 사원도 장기적 비전을 갖고 부족한 능력을 보충할 수 있도록 사내대학을 설립하고 조기출퇴근제를 활용해 야간 대학에 진학할 경우 지원하는 제도도 선보였다.

이 회장은 여성인력 확대에도 힘을 쏟았다. 삼성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기회를 주지 않았던 관행을 타파하고 우수한 여성인력을 육성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기 위해 각종 방안을 마련했다. 1992년 4월 여성전문직제를 도입하고 1차로 비서전문직 50명을 공개채용해 전문지식을 보유한 여성인력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같은 해 9월에는 소프트웨어 직군에서 100명의 우수 여성인력을 공채하는 등 여성 전문직제를 확대했다.

신경영 선언 이후에는 1993년 하반기 대졸사원 공채에서 여성 전문인력 500명을 선발한 것을 시작으로 대규모 여성인력 채용을 본격화했다. 또 삼성은 1995년 여성 지역전문가 5명을 선발했으며 외국어 생활관이나 해외 어학연수 등의 기회도 여성에게 남성과 똑같이 보장했다. 사무직 여사원들에게 적용하던 근무복 제도는 1995년 3월부터 폐지하고 자율에 맡겼다. 서울과 전국 주요 사업장에 기혼 여성을 위한 어린이집도 설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