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 ‘7조 프로젝트’…”투자비는 줄이되 계획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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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쓰오일이 석유화학 2단계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투자비를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에쓰오일은 석유화학제품을 고도화하기 위해 7조원 규모의 복합석유화학시설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정유업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어 대규모 투자를 통해 대응하는 전략을 마련했다.

코로나19로 제품 수요가 둔화되면서 이 프로젝트가 무산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에쓰오일은 프로젝트는 계획대로 추진하되 투자비를 줄이는 방향으로 선회했다고 설명했다.

에쓰오일은 28일 오전 3분기 컨퍼런스콜(기업설명회)을 통해 석유화학 2단계 프로젝트의 추진 계획을 설명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대규모 적자와 재무구조로 인해 2단계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앞으로 실적이 개선되고 자금을 외부에서 끌어오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데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투자비를 줄이기 위해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다”고 덧붙였다.

에쓰오일은 석유화학프로젝트는 2023년부터 진행될 것이라며 시기를 못박았다. 프로젝트가 본격 궤도에 오르기까지 2년 이상 남은 만큼 이 기간 동안 실적을 개선하고, 자금 조달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에쓰오일은 이날 컨퍼런스콜을 통해 석유화학 2단계 프로젝트는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했다. 에쓰오일은 원유 공급과잉과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2분기까지 1조1715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저유가로 마진이 악화됐는데, 석유화학제품의 수요까지 감소해 2단계 프로젝트가 취소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최근 에쓰오일의 최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는 대규모 자금이 소요되는 프로젝트를 취소하면서 이 프로젝트의 취소 가능성도 무게가 실렸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2단계 프로젝트는 아람코의 전략적 방향에 따라 진행된 것인 만큼 취소될 아이템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업계의 관심은 프로젝트의 투자 규모와 이로 인한 자금 조달 방안에 맞춰질 전망이다. 정유업계는 에쓰오일이 투자 규모를 대폭 감축할 것으로 전망했다. 에쓰오일은 당초 7조원의 자금이 들어갈 것으로 책정했다. 에쓰오일은 투자금의 일부는 금융권과 채권자본시장(DCM)에서 조달하고 나머지는 프로젝트파이낸싱으로 조달하겠다고 설명했다.

프로젝트파이낸싱은 건설업과 발전업 등 초기 투자금이 대규모로 들어가는 업종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활용하는 방식이다. 프로젝트가 사업성이 있을 경우 금융기관 공동으로 참여해 자금을 지원한다. 이 프로젝트에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지만 조달하는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게 업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관건은 에쓰오일의 재무구조와 프로젝트의 사업성이다. 에쓰오일의 올해 3분기 단기차입금과 장기차입금은 각각 3조4900억원, 3조8350억원이다. 부채비율은 186.5%를 기록했다. 단기차입금은 전기보다 8090억원 줄었고, 장기차입금은 640억원 증가했다. 부채비율도 같은 기간 18.1% 포인트 줄었다. 현금성 자산이 줄면서 순차입금은 2680억원 증가했다.

재무구조가 우량하진 않지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번 분기 에쓰오일의 영업손실은 93억원(매출 3조8991억원)으로 전기(영업손실 1643억원)보다 적자폭이 크게 줄었다. 현금창출력을 나타내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163억원으로 올해 처음으로 흑자를 냈다. 유가가 소폭 오르면서 에쓰오일의 마진도 개선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향후 정유업의 시황이 개선될 경우 재무구조는 빠르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에쓰오일 3분기 실적./자료=에쓰오일 IR북

그럼에도 석유화학 부문은 올해 처음으로 48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적자를 냈다. 석유화학산업은 자동차와 전자, 섬유 등 주요 제조산업의 기초소재로 쓰인다. 제조원가가 높은 산업인데, 파라자일렌과 벤젠의 수요 부진으로 올해 적자를 냈다.

석유화학 부문의 사업성은 에쓰오일이 2단계 프로젝트의 투자 규모를 정하는 데 있어 주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에쓰오일의 2단계 프로젝트는 부생가스를 원료로 하여 스팀크래커와 고부가가치 복합석유화학 제품을 만드는 게 골자다. 스팀크래커는 나프타와 부생가스를 원료로 에틸렌과 기타 석유화학 원재료를 생산하는 시설이다. 에쓰오일은 앞서 5조원을 투자해 잔사유 고도화 시설과 올레핀 다운스트림 프로젝트를 완료했다. 2단계 프로젝트를 마치게 되면 에쓰오일의 ‘Oil to Chemical(석유서 화학으로)’ 목표는 완료된다. 정유사는 유가에 따라 실적이 좌우되는데, 석유화학 비중이 높아질수록 실적 변동성이 줄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