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일원 될까…’보스턴 다이내믹스’에 쏠린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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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을 통해 소프트뱅크가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 BD)를 현대자동차에 매각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거래 성사 가능성 및 BD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BD는 로봇 보행 기술 분야의 오랜 선두 기업이자 만약 거래가 성사된다면 구글, 소프트뱅크에 이어 현대차라는 또 하나의 글로벌 기업을 새 주인으로 맞이하게 된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놀라운 보행 로봇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1992년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의 레그랩(Leg Lab, 다리연구소)에서 독립한 회사다. 보행 로봇의 권위자인 마크 레이버트(Marc Raibert) 박사가 창업했다. 그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사람과 동물은 다리를 통해 어디든 갈 수 있지만 바퀴 달린 로봇은 한계가 명확하다”고 말하며 보행 로봇이 지닌 이점과 미래 가치에 대해 강한 확신을 보여 온 인물이다.

그런 창업자의 의지로 지금껏 2족, 4족 로봇 개발에 몰두해 온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2000년대 중반부터 놀라운 결과물들을 내놓기 시작한다. 2005년에 이미 개처럼 자연스럽게 걷는 건 물론이고 미끄러져도 재빨리 자세를 바로잡는 물자 수송용 4족 로봇 ‘빅 독(Big dog)’을 선보였으며, 미 국방부 산하 고등기획연구원(DARPA)로부터 100억원 상당의 연구자금을 지원받기도 했다.

2005년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공개한 ‘빅 독’. 균형을 잃어도 재빨리 바로 잡는다 / 유튜브 갈무리

이후 수년에 걸쳐 개량·후속 모델인 ‘리틀 독’, ‘LS3’, ‘치타’, ‘스팟’ 등을 공개했고 그때마다 매우 진보한 결과물을 보여주며 이목을 끌었다. BD의 로봇 시연 영상은 유튜브를 통해 일반인들에게도 다수 알려져 있으며, 실제 생물체 같은 로봇의 움직임에 착안한 패러디 영상들도 적지 않다.

이후 2013년,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당시 첨단 기술 스타트업을 하나씩 인수하던 구글의 눈에도 띄어 구글의 로봇 계열 자회사 중 하나로 새로운 시작을 알리게 된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 시제품들

기술력에는 모두가 고개를 끄덕…상업성은?

하지만 구글과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궁합이 좋지 않았던 것 같다. 구글이 고작 3년 만에 BD를 다시 매물로 내놓은 것. 당시 많은 외신과 전문가들이 구글과 BD는 로봇에 대한 근본적인 견해 차이가 있었다고 진단했다. 기술 개발에 더 투자하길 바랐던 BD와 달리, 상업성을 중시했던 구글의 입장이 돌이키기 어려운 대립을 일으키는 상황이었다.

설상가상 BD의 자유로운 연구 활동을 보장하던 앤디 루빈(Andy Rubin) 부사장이 구글을 떠나고 내부에서도 BD에 대한 회의적인 평가들이 나오면서 두 회사는 결국 결별하고 만다. 당초 구글이 BD를 매물로 내놨을 때 유력한 거래 대상은 일본의 도요타가 꼽혔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을 깨고 2017년 구글과의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건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다. 과감한 투자와 인수로 유명한 손정의 회장에게 ‘로봇 유망주’ BD는 분명 매력적인 매물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당장의 수익성이 낮아도 미래 가치에 베팅하는 손 회장의 성향과도 맞는 선택이었으며 BD 인수는 930억달러(한화 103조원) 규모의 IT 기술펀드인 ‘비전펀드’ 설립 이후 나온 첫 번째 결과물이기도 했다.

당시 손 회장은 “스마트 로봇 공학은 정보혁명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핵심 동력”이라고 강조했으며, MWC 2017에서는 “2040년께 스마트 로봇이 세계 인구보다 많은 100억대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로봇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를 밝혀왔다. 게다가 소프트뱅크 역시 이미 ‘페퍼’ 같은 유명 휴머노이드 로봇을 상용화했던 기업이기도 하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그러나 환상의 궁합을 보여줄 것 같았던 소프트뱅크와 보스턴 다이내믹스도 예상보다 이른 결별을 준비하게 됐다. 소프트뱅크도 약 3년여 만에 BD 매각에 나섰다. 구체적인 배경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정황상 구글과 마찬가지로 로봇의 낮은 상업성이 이유일 수 있다.

다만, 성격은 조금 다르다. 구글은 그 자체로 BD에 상업적 가치를 지닌 로봇 개발을 원했던 거라면 소프트뱅크는 야심차게 준비한 1000억원대의 비전펀드가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하면서 다소간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1호의 실패로 2호 비전펀드도 목표한 투자금 마련에 실패하자 손 회장도 5월 실적 발표 당시 “코로나 위기 속에서 보다 안전운전을 하겠다”며 한발 물러선 태도를 보였다. 이는 곧 펀드 실적 개선을 위해 BD처럼 수익성이 낮은 기업들을 정리하는 수순과 연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대차와 어떤 궁합 보여줄까

현대차가 정말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할 경우를 가정한 BD와 현대차의 궁합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당장 두 기업의 연관성은 낮아 보인다. 현대차는 아직까지 바퀴 달린 ‘모빌리티’ 중심의 회사이고 BD는 앞서 설명한 대로 보행 로봇 개발에 집중하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BD의 최신 로봇들이 투입되는 현장도 주로 험지 탐색, 군용 물자 이송, 제조 시설 등에 국한돼 왔다.

하지만 미래를 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올해 현대차는 계속해서 차세대 ‘모빌리티 혁신’을 경영 모토로 내세우고 있다. 지난달 10일 취임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현대차의 미래 동력원 중 하나로 도심항공모빌리티(UAM)와 함께 로보틱스, 스마트시티 등을 핵심 키워드로 언급했다.

나아가 단순 자동차 제조사를 넘어 ‘서비스 기업’으로의 변모를 준비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BD가 현대차의 미래 청사진에서 의외의 역할을 해낼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밖에 부수적으로 ‘보스턴 다이내믹스’라는 유망주를 보유했다는 점만으로도 현대차 브랜드 가치 제고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구르고, 뛴다 / 자료=유튜브 갈무리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분명 로봇 분야에서 가장 선두에 선 기업이라 봐도 과언이 아니다. 긴 시간 상업화 영역에서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이를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적지 않지만, BD의 2족 보행 로봇은 이미 인간의 모든 신체 활동을 대체할 수 있을 만큼 정교하게 움직인다.

또 앞으로도 어떤 놀라운 기술적 진보를 보일지 알 수 없는 기업이기도 하다. 이번 인수설을 계기로 두 회사의 행보에 많은 이가 이목을 집중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