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스]1위 여행사 하나투어, 자본잠식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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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하나투어 광고 이미지 컷.(사진=하나투어 페이스북 계정 캡쳐)

팬데믹(Pandemic), 정말 무섭습니다. 코로나19에 고사위기에 처한 항공사 빅딜(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이 요즘 화제죠. 항공사 만큼의 경제적 파급력은 없으나 또 하나의 ‘팬데믹 이펙트’의 당사자인 여행사도 죽을 지경입니다. 급기야 1위 여행사 하나투어의 자본잠식까지 시작됐습니다.

항공사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해주고 있는 정부, 이제 여행업계에도 좀 눈을 돌려주는게 어떨지요. 코로나 때문에 어려운 업종은 여행업 뿐만이 아니긴 합니다. 다만 “항공사 지원액의 10분의 1이라도 어떻게 안될까요”라느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힘들다는 소리가 들립니다.

1위 여행사 하나투어의 자본잠식은 설립이래 처음있는 일입니다. 이미 ‘노(NO) 재팬’ 운동이 몰아진 2019년부터 힘들어지기 시작했다가 올해 팬데믹 사태에 넉다운 되는 상황입니다.

2분기까지도 하나투어는 자본잠식이 아니었습니다. 2분기 기준(연결 기준) 하나투어의 이익잉여금은 148억원, 자본금 및 기타불입자본은 2123억원입니다. 자본총계는 2425억원이고요.

하나투어 자본항목 변화 추정치.(자료=하나투어 실적 자료)

그러나 3분기 당기손실이 312억원이 나면서 3분기 기준 이익잉여금은 마이너스(-)가 될 전망입니다. 결손금이 났다는 것은 곧 자본잠식이 시작됐다는 것입니다. 자본잠식이란 적자 누적으로 잉여금이 마이너스가 되면서 자본총계가 납입자본금보다 적은 상태를 말하죠. 대형 여행업체 중에서는 롯데관광개발이 자본잠식 상태이고요. 아마 하나투어가 그 이후 가장 처음 자본잠식에 들어가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하나투어는 아직 3분기 보고서를 공시하지 않았으나 3분기 재무검토보고서엔 이런 내용의 사항이 반영돼 재무제표가 작성됐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나투어의 자본잠식은 상징하는 바가 큽니다. 코로나19 영향에 대부분 여행사가 고사위기에 직면해 있는 가운데 1위 여행사 하나투어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오고 있다는 해석 때문입니다. 1위가 이런데, 죽을 것 같다는 나머지 업체들은 오죽할까요.

하나투어 10년간 매출·당기손익·잉여금 추이.(자료=감사보고서, 단위:억원)

하나투어의 어려움은 하나투어가 스스로 자초한 면이 없잖아 있습니다. 이 점은 하나투어가 사업전략을 짤 때 성찰해 봐야 할 아젠다로 보입니다.

바로 ‘연관사업 다각화의 덫’에 빠진 겁니다. 먼저 에스엠면세점 사업이 극약이 됐습니다. 하나투어는 2014년 8월 에스엠면세점을 설립하고 야심차게 면세 사업에 뛰어들었죠. 6년간 100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자했습니다. 그러나 정말 어이없게도 한 해도 이익을 거두지 못한채, 설립 6년만에 현재 청산 여부를 검토 중입니다. 에스엠면세점은 올해 상반기 기준 완전자본잠식에 빠졌습니다. 자본총계가 마이너스(-)65억원으로 결손금이 자본금을 이미 초과해 버렸네요.

호텔 사업도 마찬가지입니다. 마크호텔을 지어 야심차게 호텔업에 도전했죠. 그러나 웬걸요. 올해 상반기 기준 마크호텔은 부채(1519억원)가 자산(1439억원)을 초과,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습니다. 상반기 기준 141억원의 당기손실에 작년까지 가까스로 남겼던 자본총액(83억원)을 까먹은 거죠.

이종사업 다각화가 아닌 연관사업 다각화가 가져다 준 비극이라고 볼 수 밖에요. ‘여행·면세점·호텔’, 환상의 3각 콤비로 보이지만 코로나19 한방에 무너져버렸습니다. “한 바구니에 달걀을 담지 말라”는 투자 격언, 이럴 때 쓰는 말이죠.

에스엠면세점과 마크호텔의 완전자본잠식은 올해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해있던 하나투어 재무를 더욱 어렵게 만든 요인입니다. 여기에 본류인 여행사업마저 휘청이고 있죠. 매출은 지난해 대비 4분의 1토막 났고, 다수 직원은 고용노동부의 고용유지지원금에 의지했습니다. 여전히 무급 휴직 상태고요.

여행사별 잉여금·결손금·누적손익 추이.(자료=감사보고서)

하나투어의 손실액은 올해 여행사 중에서 단연 으뜸입니다. 3분기까지 1330억원의 당기손실을 봤습니다. 2위 모두투어의 손실액(252억원)의 다섯배가 넘습니다.

문제는 “과연 버티면 되느냐” 입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오긴 올까요”라는 물음과 같습니다.

6월과 7월만해도 ‘포스트 코로나’, ‘포스트 팬데믹’이라는 용어가 등장하며 코로나 이후의 삶에 대한 전망이 많았죠. 백신 개발도 곧 완료될 것처럼 얘기됐고요. ‘보복 소비’ 전망도 많아, 코로나가 사라지면 여행업·항공업 등 ‘팬데믹 이펙트’에 직접적 영향을 받은 업종이 ‘브이(V)자’ 업황 회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그리 빨리 오지 않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의 말을 들어보시죠.

미국 정치전문지 폴리티코가 지난달 내놓은 분석을 <뉴스1>이 발췌해 소개한 기사 내용입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미국의 경우, 2021년 11월이면 전국민의 백신 접종을 완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빠르면 올 연말이나 내년 연초에 백신이 출시되겠지만 대중화되려면 내년 중반에나 가능하다는 것이다. 내년 중반부터 백신의 대중화가 시작돼 모든 국민은 아니더라도 대부분 국민이 백신을 접종 받는 것은 내년 11월이 되어서야 가능하다. 물류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고, 두 번씩 접종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 대부분이 백신 접종을 완료하면 11월부터 코로나가 쇠퇴하게 될 것이다”.

이필상 전 고려대 총장은 지난 8월 한 매체의 기고문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는 언제 끝날 것인가? 코로나19의 치료제와 백신의 개발이 쉽지 않아 현재의 사태가 언제 멈출지 예측불허다. 세계 경제는 1930년대의 대공황 이상의 재앙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1930년대의 경제 대공황은 금융시스템의 붕괴로 인해 발생한 인재(人災)로서 정부정책으로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 이번의 경제위기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의한 천재(天災)로서 어떤 정책으로도 확산을 막기가 어렵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난다 해도 각국 경제가 과거로 돌아가기는 어렵다. 이렇게 되면 농업 생산과 유통에서도 새로운 전환이 불가피하다”.

불행하게도 부정적 전망 일색이네요. 하지만 버티면 ‘최후의 승자’가 된다는 데 이견은 없습니다. 하나투어는 다행히 충분히 자금을 비축해 놓긴 했습니다.

하나투어가 비축해 놓은 자금은 대략 2000억원 가량입니다. 올해 2월말 IMM PE로부터 1289억원의 자금을 미리 수혈해 놓았죠. IMM PE가 ‘하모니아 1호 유한회사’라는 블라인드 펀드 성격의 사모펀드를 만들고 국민연금과 금융회사 등으로부터 자금을 모아 하나투어 지분 16.67%를 보유하는 구조로 자금을 투입해 놓았습니다. 당시엔 지금과 같은 팬데믹을 예측하지 못했던 때이니, 하늘이 하나투어를 돕고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