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 컨설턴트, “클라우드 핵심은 오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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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언제 처음 만났는 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2009년에 만난 것 같기도 하고 2010년 초에 만난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최근 좀 자주 만났다. 그와 인연을 맺어 준 건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이었다. 클라우드 컴퓨팅을 취재하면서 기술적인 내용에 대해 모르는 것 투성이었다. 언젠가 한번은 제대로 공부 아닌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와중에 그를 만났다.

그는 최근 ‘클라우드 컴퓨팅 구현 기술’이라는 책을 옛 직장동료들과 냈다. ‘구글, 페이스북, 야후, 아마존이 채택한 핵심 기술 파헤치기’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개발자들을 위한 책이다. 클라우드에 대한 소개서들은 있지만 기술 구현과 관련돼 정리된 것은 처음이지 아닐까 싶다.얼마 전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 갔더니 클라우드 관련 서적들 틈에서 이 책을 발견했다. 아는 인물이 낸 책을 보니 반가웠다.

이 책은 클라우드 개요와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 2부로 구성돼 있지만 524쪽에 이르는 책 내용 중 개요는 77쪽에 불과하다. 대부분 기술에 대해 다뤘다. 클라우드 컴퓨팅을 만들어 내는 개발자들이 많아야 실제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기 때문에 개발자들을 겨냥해 자신들의 지식을 공개한 것이다.

김형준 컨설턴트가 주인공으로, 그는 삼성SDS와 NHN을 거쳐 지금은 소셜 분석 서비스(www.searcus.com)를 준비중인 그루터에서 클라우드 컴퓨팅 관련 컨설팅 업무를 맡고 있다.

그는 지난 4년 동안 하둡이나 NoSQL 같은 분산 컴퓨팅,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를 연구하면서 실제 서비스에 적용하고 있다. 또 구글의 데이터 관리 시스템인 빅테이블(Bigtable)을 구현하고 있는 오픈소스 프로젝트인 클라우데이터(Cloudata, www.cloudata.org)도 진행중이다.

최근에는 페이스북에 ‘클라우드 컴퓨팅 구현 기술’이라는 그룹도 만들어서 많은 엔지니어들과 관련 기술에 대한 논의도 본격시작했다.

지난 주 저녁 7시, 서울 강남의 한 커피숍에서 진행된 인터뷰 도중 그의 목소리가 갑자기 커져 주위에 있던 다른 손님들까지 우리를 쳐다봤다. 클라우드 관련한 인터뷰였는데 인터뷰가 길어지자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생태계까지 주제가 넓어졌고, 지난 14여년간 경험했던 울분도 토로했기 때문이었다.

바쁜 와중에 언제 책을 냈냐고 물었다.

김형준 컨설턴트는 “NHN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원래는 책까지 낼 생각은 없었어요. 2009년 상반기에 NoSQL 관련해서 정리를 끝냈는데 새로운 분야기도 했고, 너무 기술적인 내용이라 책으로 내도 잘 안팔릴 거라 생각했죠. 이번 책 내기 전에 책도 한번 내봤는데 어려워서 그랬는 지 잘 안됐거든요”라고 웃었다.

NoSQL은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이 관계형 데이터베이스로는 급증하는 데이터들을 저장하고 관리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보고 만들어낸 새로운 개념이다. 원조는 구글로 구글은 자사의 파일시스템(GFS)과 빅테이블(Bigtable)라는 분산 데이터 관리 시스템을 논문으로 전세계에 공개했다. 이 논문을 보고 몇몇 개발자들이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로 유사한 기능을 구현했다. 야후, 페이스북, 트위터 등에서도 현재 내부 인력들이 파일 시스템들과 분산 데이터 관리 시스템들을 개발하면서 적용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물론 이 진영들은 RDBMS의 역할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인터넷 서비스 업계에 맞는 비용 효율적이면서 대용량 데이터들을 분산해서 관리할 수 있는 특화된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는 “책을 준비할 당시에는 NoSQL이 주류도 아니어서 책을 내는 건 포기했죠”라고 말했다.

그가 클라우드 관련 책을 내야겠다는 생각은 조금은 의외의 일을 맡으면서였다. 그는 2009년 하반기에 NHN의 서비스 운영 파트로 보직을 옮겼다. 개발만 하다가 운영 파트로 가는 것은 생소했지만 그곳에서 뜻밖의 경험을 했다. 전체 NHN 시스템을 운영하는 내용을 살펴보니 그것 자체가 클라우드 아키텍처였다. 그런 아키텍처 기반에서 매일 매일 수천만명의 방문자들용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었다.

매번 운영만 하는 인력들로서는 당연시 여기는 것이었지만 그에게는 대규모 트래픽을 어떻게 분산하고 있는지, 시스템들은 어떻게 확장성을 가지고 있는 지 알게됐다. 그도 SDS에서 J2EE 기반으로 분산 아키텍쳐를 설계, 개발해 왔지만 NHN 만큼의 대용량의 확장 가능한 인프라를 보지는 못했다.

김형준 컨설턴트는 “국내 대기업들이 클라우드 컴퓨팅 인프라를 설계하고 구현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런 걸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이죠. x86 기반으로 분산 아키텍처를 만들고 그 안에 다양한 오픈소스들을 결합시키고 매번 업그레이드, 수정을 해 본 인력이 필요하거든요. 운이 좋게 먼저 이런 경험을 했기 때문에 관련 전문가들과 논의를 해서 책을 내게 됐죠”라고 웃었다.

그는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국내 기업들은 반드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제조업체들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해외 경쟁 업체들은 자사의 지사나 기기들을 저렴한 x86 기반의 분산형 시스템으로 관리하는 데 지금같은 유닉스 기반의 시스템으로 할 경우에는 이미 원가 경쟁력에서 뒤쳐진다는 것이다.

“현대자동차 예를 들어보죠. 현대 자동차가 연간 400만대의 차량을 판매한다고 가정하고 소비자들이 차량을 10년간 사용한다고 봤을 때 10년이면 4천만대가 전세계를 누비죠. 이걸 휴대폰 같은 기기로 본다면 어떨까요? 향후 4천만대에 대한 기술 지원 인프라나 인포테인먼트를 지원하려면 클라우드 없이 가능하겠어요? 유럽 자동차 회사들은 기본적으로 작는 나라들이 많이 붙어 있다보니 기본적으로 글로벌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체계를 생각하게 되죠. 기술 지원과 신규 서비스를 위한 아키텍처를 만들죠. 이걸 해낼 수 있느냐 없느냐의 경쟁은 이제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 자체를 좌우하게 될 거예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세계 각 지역마다 분산시켜 놓은 인프라에 대한 통합을 고민하는 국내 기업들 입장에서는 새롭게 정비할 인프라를 구글이나 페이스북, 아마존 같은 형태로 고민해야 된다는 조언이다.

이 지점에서 그는 국내 기업들이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서비스 업체들의 공통점은 하나의 단일 플랫폼으로 세계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는 거죠”라면서 “이런 경험을 가진 곳들은 국내에 거의 없죠. 단일 플랫폼으로 나가려고 해도 국내 규제 때문에 국내 서비스는 다 뜯어 고쳐야 합니다. 정부가 지원은 못할 망정 수많은 규제로 인해 해외 업체가 경쟁할 수 있는 것도 막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죠”라고 씁쓸한 웃을 보였다.

그는 그렇지만 해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상황은 좀 다르지만 많은 제조사들이 NC소프트의 경험을 좀 배울 필요가 있다고 했다. 웬 NC소프트. 김형준 컨설턴트는 “NC소프트는 국내 인터넷 서비스 업체 중에 거의 유일하게 전세계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전략을 수립하고 개발된 게임을 배포, 관리, 운영해 본 노하우가 있죠. 그 안에서 많은 실패 경험들도 있었겠지만 당당히 해냈죠. 이런 경험들이 다른 산업 분야 전문가들에게도 공유되면 좋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이런 경험들을 배우기 위해서는 많은 기업들이 자신들의 인프라에 대해 당당히 공개를 할 필요가 있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예전에는 내가 가지고 있는 게 최고라는 생각을 했고, 절대 오픈을 안했죠. 그런데 오픈소스들이 등장하면서 이제는 오픈 자체가 기술 선택권을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어요. 서로 오픈하다보면 가장 최적의 상태를 선택할 수 있게 되고 그 기술들 오픈으로 인해 많은 엔지니어들도 등장할 수 있거든요. 최근 클라우드 분야에서도 많은 기업들이 뭔가 프로젝트들을 하고 있지만 모두 숨겨요. 당연히 어깨 너머로만 소식들을 듣죠”라고 안타깝다고 전했다.

그는 왜 구글이나 야후, 아마존, 페이스북 들이 자신들의 기술을 계속 오픈하고 있는 지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가 지금 적용하고 있는 것이 최선의 선택은 아니라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어딘가에 또 다른 최선의 선택권이 있을 수 있는 것이죠. 최근 클라우드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하둡을 보세요. 구글이 쓰고 페이스북이 씁니다. 서로 공개하면서 어느 것이 더 좋은 지 살펴볼 수 있게 되고 안에 있는 인력들도 더 좋은 것들을 만들어 내기 위해 경쟁하죠. 또 오픈으로 인해 앞으로 채용해야 될 인력들도 미리 미리 기술을 배웁니다. 기술력 있는 인력들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죠. 국내 기업들처럼 꽁꽁 숨기기 바빠가지고는 전사회적으로 한단계 발전도 불가능하고 전문 인력 확보도 어렵습니다”라고 말했다.

책 이야기가 산업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었다.

그가 이런 책을 공개한 것도 서로가 가진 것들을 공유하면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현재 자신이 본 것까지 공개하고 나면 또 다른 전문가들이 반론도 펼 수 있고, 서로 토론하면서 서로 성장할 수 있고, 이런 실력 향상으로 인해 각자가 맡고 있는 서비스들도 한단계 업그레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는 것.

그렇다면 인력도 부족하고 경험도 없는 글로벌 기업들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김형준 컨설턴트는 “기업들은 타임 투 마켓이 중요하다고 보고 무조건 IT 벤더들에게 모두 맡겼죠. 한 20년 넘게 그렇게 했죠. 당연히 기술이 내재화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죠. 개발자들에게 투자도 안했습니다. 무조건 언제까지 끝내도록 했죠. 그런데서 어떤 기술 인력이 남아 있고, 기술을 내재화할 수 있겠어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금은 구글이 하고 있는 방식, 아마존이나 페이스북이 하는 방식을 그대로 따라가봐야 합니다.  늦은 것을 두려워해 또 다시 기존 방식대로 했다가는 전혀 경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봅니다. 우리나라 개발자들이 상당히 유능하고 똑똑합니다. 또 애사심들도 높아요. 이들에게 기회를 다시 줘야 합니다. 서비스를 계속해서 업그레이드 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에게 계속해서 투자를 해줘야 합니다. 소프트웨어에 대한 투자 없이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구현하겠다는 건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전했다.

그와 인터뷰를 끝내고 나오면서 국내 최고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이 NHN이나 다음커뮤니케이션, NC소프트와 같은 인터넷 서비스 업체와 게임 업계에 상당히 많이 포진돼 있는 걸 새삼 느끼게 됐다. 최근 그 인력들이 다양한 제조 업체로 이직도 하고 있다.

김형준 컨설턴트는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경영진들에 대한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실무 담당자들을 해외에 보내고 나서 보고서를 써서 내라고 하는데요. 참 안타까운 일이죠. 경영진들이 가서 세상이 어디로 가고 있는 지 보고 나서 앞장서서 조직들을 이끌어 나가야죠. 새로운 사업을 기획해서 이야기할 때면 팔짱을 끼고 날 한번 설득해봐라라고 합니다. 이런 경영진들이 포진해 있는 이상 새로운 변화는 거의 불가능하죠. 바쁜 건 알지만 직접 가서 느끼고 와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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