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인기?…日 언론, “착각일 뿐” 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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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남성 아이돌 그룹 아라시 (아라시 소속사 쟈니스 갈무리)

“일본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인기 있다는 것은 일본인들의 착각이다. 대세는 한류다”

일본의 비즈니스매거진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16일 기사에서 태국의 사례를 예로 들며 ‘일본 콘텐츠의 위기’에 대해 알렸다. 기사에서는 일명 ‘국뽕’(국가에 대한 자부심을 과하게 드러내는 것)이 대세를 이루는 일본에서 보기 드문 냉철한 분석이 담겨 눈길을 끌고 있다.

일본의 주간 이코노미스트 온라인 기사

현재 태국에서는 현 총리의 퇴진과 왕실의 개혁 등을 요구하는 반(反)정부 시위가 한창 벌어지고 있다. 이에 현지 연예인 팬클럽들은 시위대에 힘을 보태고자 모금에 나서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모금 규모가 큰 것은 K팝 팬클럽이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현재까지 태국의 연예인 팬클럽에서 시위대에 기부한 금액은 약 470만바트(약 1억7239만원)이며 그중에서도 약 80%를 K팝 팬클럽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액순으로는 ‘소녀시대’의 팬클럽에서 77만9000바트를 모금해 가장 많았고, ‘슈퍼주니어’ 팬클럽은 70만바트, ‘방탄소년단’ 팬클럽은 45만9000바트을 기부했다. 반면 일본 팬클럽을 대표한 기부 사례는 록밴드 원오크록(ONE OK ROCK) 하나였고, 금액도 3만5000바트에 머물렀다.

소녀시대 멤버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팬클럽을 통해 기부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이코노미스트 기사에서 한 태국인 팬은 “‘동방신기’의 (태국) 팬클럽을 통해 200바트를 입금했다”며 “시위대 지원 계좌에 입금할 수도 있지만 (팬클럽에 기부하면) 다른 팬들과 연대감을 느낄 수 있고, 응원하는 아이돌의 이미지 향상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는 한류의 영향력이 일본 콘텐츠 대비 매우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과거 태국에서는 아라시를 비롯해 캇툰(KAT-TUN), 우타다 히카루 등을 중심으로 한 J팝의 인기가 높았다. 그러나 2000년경부터 한류의 바람이 불면서 영향력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2010년 이후부터는 소녀시대와 슈퍼주니어 등을 필두로 K팝의 인기에 불이 붙었고 이제는 대세가 됐다.

걸그룹 블랙핑크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코노미스트는 “과거 일본은 태국에서 동경의 대상이었으나 반정부 시위에 모이는 젊은이는 일본 쪽을 더 이상 적합하지 않다고 여긴다”며 “예전에는 J팝(J-POP)의 인기가 높았으나 그 자리를 대체한 것이 K팝”이라고 전했다.

음악뿐만이 아니다. 일본 콘텐츠는 한류와 비교하면 전방위적 열세에 놓여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한국 드라마의 수출액은 2018년 기준 2억4190만달러(약 2679억원)에 달했다. 이는 일본 드라마 해외 수출액(3148만달러)의 약 8배에 가까운 규모다. 세계 콘텐츠 산업 시장에서 3위를 차지하는 일본의 위상을 고려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tvN 제공)

또한 이코노미스트는 한류에 대한 오해도 언급했다. 일본에서는 한류의 성공이 한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이뤄지고 있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사실과 다르다는 설명을 에둘러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일본계 대형 연예기획사 관계자의 말을 빌어 “한국 기획사는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은 적이 한 번도 없다는 말을 듣는다”며 “한류 인기의 비결은 결국 민간 기업과 아이돌의 노력 덕분”이라고 보도했다.

‘쿨 재팬’ 로고

앞서 한류의 세계화를 지켜보던 일본 정부는 자국 콘텐츠의 수출 및 브랜드 파워의 구축을 위해 지난 2010년 6월 ‘쿨재팬’(Cool Japan)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2013년에는 아예 관민펀드 ‘쿨 재팬 기구’를 출범시키고 엄청난 투자를 단행했다. 올해 7월 기준 일본 정부와 민간기업이 출자한 금액은 1013억엔(1조739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쿨 재팬기구의 올해 3월 말까지 누적 손실은 215억엔에 달한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셈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몇 년 동안 주목할 만한 증가는 전체의 60%를 차지하는 애니메이션뿐”이라며 “국민 혈세를 투입해 엄청난 적자를 키우는 현실을 보면 자기도취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일본의 ‘국뽕’을 비판하는 내용도 있었다. 이코노미스트는 기사 말미에서 “콘텐츠 수출 증대를 위해 지금 일본에 요구되고 있는 것은 최근 국내 미디어에 넘치는 ‘일본 예찬’의 풍조가 아니다”라며 “해외 콘텐츠 시장에서 애니메이션 이외의 일본 콘텐츠는 경쟁력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현실과 이러한 상황에 대한 ‘올바른 위기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