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트워크 통합(NI) 업체들을 취재할 때마다 새로운 수익 모델에 대해서 묻곤 했다. 그 때마다 "솔루션 사업을 강화합니다"라는 말이 습관적으로 따라왔고, 헤드라인도 "국내 NI 업체 솔루션 사업 강화로 새로운 돌파구 마련"이라고 썼었다.
그런 기사를 쓸 때마다 "도대체 그 말을 몇년째 하냐? 그리고 그 헤드라인은 매번 똑같냐? 제대로 안 할래? 우려먹어도 정도껏 해야지 사람이 말야"라는 선배의 지적이 뒷따라오곤 했다. 그런데 어떻게 하나? 기업들에게 기존 사업 말고 신성장 동력을 물어보면 매번 그렇게 대답을 하는데 말이다.
그래서 이번엔 해외 업체 중심의 거시적 접근보다 국내 파트너 중심의 미시적 접근 방식을 택해봤다. 새로운 시도 자체에 대해 돋보기를 가지고 들여다보는 것이다. 또 해외 업체들이 자사의 제품이나 솔루션을 국내 가지고 와도 이를 현지화하고 고객에게 전달하는 것은 고스란히 국내 업체들의 몫이다. 그동안 이 분야를 너무 소홀이 다룬 측면을 반성하는 기회로도 삼고 싶다.
그 첫번째 업체로 인성정보(www.insunginfo.co.kr)를 선택했다. 인성정보는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 한국EMC, 한국IBM, 한국쓰리콤 등 네트워크와 스토리지, 서버 벤더들과 협력하고 있다. 많은 협력과 성과 중에서도 인성정보가 혼신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IP텔레포니와 IP컨택센터, 통합 커뮤니케이션 사업에 대해 백승룡 인성정보 총괄본부장(전무)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백승룡 전무는 "음성과 데이터, 비디오의 통합이 대세지만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관련 기술에 대한 이해, 전문 엔지니어 양성, 회사의 지속적인 투자와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적절한 전략이 맞아 떨어져야 합니다. 지난 4년간 뿌린 씨앗이 이제 땅을 뚫고, 건강히 자라 열매를 얻는 수준입니다"라고 말했다.
많은 NI 업체들이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때 인성정보는 IP텔레포니와 IP컨택센터, 통합 커뮤니케이션(UC) 시장에 투자를 했다. 투자 배경이 궁금했다. 네트워크 분야의 변화를 보려면 전세계 시장을 이끌고 있는 시스코시스템즈를 보면 된다. PC 사업의 미래를 보고 싶다면 IBM의 행보를 주위깊게 관찰하듯이 말이다. 시스코는 전세계 네트워크 시장의 72%를 장악하고 있는 거대 기업이다. 그 회사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시스코는 최근 ‘휴먼 네트워크’라는 말을 밥먹듯이 한다.
인력 양성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유무선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때 없어서는 안되는 역할을 시스코가 한다는 말이다. 장비 사업 위주에서 솔루션과 서비스 사업으로 세를 확장하고 있다. 시스코는 음성 시장과 비디오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백승룡 전무는 "우리도 변화를 모색했었고, 시스코의 의도와 우리 의도가 동일했다고 봅니다. 데이터 중심에서 이제는 음성과 비디오 등 커뮤니케이션 분야에 뛰어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라고 설명한다.
시스코는 5년 전 IP텔레포니 시장에 뛰어들었다. TDM 기반의 교환기가 전세계를 호령하고 있을 때 시스코는 마이크로소프트 윈도 서버나 리눅스 서버 위에서 가동되는 순수 IP PBX 제품을 선보였다. 이 기술은 네트워크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습득되는 분야가 아니었다. 인성정보는 네트워크 기술과 응용프로그램 개발 기술을 확보하고 있었다. 성과를 내지는 못했었지만 인성정보는 전사적자원관리(ERP)나 고객관계관리(CRM) 등의 솔루션도 개발했었다.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그런 경험들이 이제 자산이 되고 있는 셈이다.
기술이 등장했다고 해서 바로 적용할 수 없다. 기술을 이해하는 ‘사람’이 문제였다. 또 일반 전화기의 경우 기업들이 대량 구매를 하면 8천원 선에서 구매가 가능했는데 IP PBX와 함께 제공되는 IP 전화기는 대량 구매를 해도 20만원 수준이었다. 또 음질이 떨어진다는 고객들이 선입견도 관련 업계가 헤쳐 나가야 할 난관이었다.
백 전무는 "사람, 가격, 고객 선입견 등 진입 초기부터 많은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기업 내 전화 인프라를 교체하는 쉬운 길보다는 기술과 응용프로그램이 한데 엮이는 IP 컨택센터 시장을 정조준하기로 했는데 이 점이 주효했습니다"라고 당시를 설명했다. 컨택센터는 5년에서 6년 주기로 교환기를 교체한다. 한번 구입하면 십여년간 사용하는 기업용 교환기 시장보다는 기회가 더 많은 시장을 첫번째 공략 시장으로 삼았다. 이런 전략은 잘 먹혀 들어갔다. IP컨택센터로 교체한 후 시스템을 사용해 본 고객들이 오히려 IP텔레포니 장비와 솔루션들을 도입했다.
대표적인 고객이 바로 대신증권이다. 대신증권은 IP컨택센터로 기존 컨텍센터 인프라를 탈바꿈 시키고 나서 고객들에게 맞는 상담을 위해 각 지점 전문가들도 참여시킬 수 있도록 했다. 고객을 응대할 때 컨택센터에서 처리하는 것이 나은지 아니면 더 많은 정보를 지닌 전문가가 상담해야 할지 파악해 이를 유연하게 대응한 것. 컨택센터 상담원이 보는 고객 상담 화면을 자연스럽게 전문가의 화면에도 제공될 수 있도록 했다. 이 때는 네트워크 기술이 한 몫을 했다.
그럼 앞서 거론됐던 사람 문제와 기술 습득은 어떻게 해결했을까 궁금했다. 백승룡 전무는 "방법이 뭐 있습니까? 교육 밖에 없죠. 주말에도 교육 프로그램을 돌렸습니다. 직원 중 한명은 집에서 얼굴을 잊어먹었다는 농담 아닌 농담을 할 정도였습니다"라고 껄껄 웃었다. 인성정보는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투자에 게을리하지 않았다. TDM 기반 교환기 전문가들은 IP 분야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다. IP 지식을 쌓은 인재들은 교환기 기술이 없었다.
시스코 본사에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 인력들이 교육을 받으러 갈 때 인성정보 인력들도 파견해 관련 지식을 습득토록 했다. 그가 놀란 것은 TDM 전문가라 하더라도 IP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최소 1년 정도의 시간이 들었다는 점이다. 이런 전문 인력들도 선뜻 IP 진영으로 몸을 움직이지 않았었다. 내부 양성에 더 많은 노력을 쏟아부은 이유다.
교육을 위한 장비 투자도 빼놓을 수 없다. 백승룡 전무는 "저희들이 데모하고 연습할 수 있는 장비가 다른 회사에 비해 5배 정도가 많습니다. 설치해보고, 내부도 다 까보고 했습니다. MCS 서버도 13대 정도 들여놨습니다. 실습 기자제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고, 기술 습득에 열성인 인력들이 이를 통해 전문가들로 거듭났습니다"라고 전한다. 그는 "경쟁 업체들이 장비를 빌려달라고 할 정도입니다"라고 자사의 시설 투자가 얼마나 앞서 있는지 자랑도 잊지 않았다.
이런 결과 이제는 인성정보 인력들이 타 경쟁 업체의 스카우트 표적이 되고 있다. 애써 키워놨더니 잘못하다간 알짜들을 다 빼앗길 위기에 있다. 백 전무는 "다행히 한명의 인재도 이탈하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오히려 다른 전문가들이 인성정보에 들어오려고 하는 추세입니다. 올해 경력자를 뽑는데도 아주 수월했습니다"라고 밝혔다.
음성과 데이터, 비디오가 하나의 인프라에서 통합이 된다는 기술적인 문제만 해결한다고 해서 시장에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서로 다른 영역이 한데 합쳐지기는 하지만 이미 기업들은 별도의 조직을 통해 관련 업무를 맡기고 관리해 왔다. 네트워크 분야는 전산실 소속이다. 전산실에서는 네트워크와 서버 운영, IT 기획과 소프트웨어 개발을 담당하지만 컨택센터는 별도 팀이 존재한다. 또 전화도 통신 부서인 총무부서에서 담당하고 있다. 네트워크 업체가 거의 접촉하지 않았던 부서들이다.
그 분야의 장비 업체와 오랜 기간 동고동락한 관계를 기술의 흐름 하나로 깨기가 쉽지 않았다. 새로운 조직원과의 만남에서 백승룡 전무는 기술적인 접근보다는 "흑백텔레비전에서 컬러텔레비전으로 가면 더 이상 흑백텔레비전을 안찾습니다. 이건 완전히 다른 세상인 점을 고객들에게 설명을 했더니 한 두 고객들이 우리의 전략에 동참해 주셨고, 그 성과들이 이제 결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라고 초기 시장 진입시 겪었던 애로점을 밝혔다.
IP텔레포니 시장 초기 장비 업체들이나 시장 조사 기관들은 TDM 기반의 PBX와 전화기를 IPPBX와 IP 전화기로 교체하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었다. 그런데 지금 그들은 비용 절감이라는 소리는 쏙 빼고 기업 내 수많은 응용프로그램들과 IPPBX와 IP전화기와 연동하면 생산성 향상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한다.
너무 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백 전무는 "저도 처음엔 비용 절감 하나 가지고 고객 만났다가 엄청 깨졌습니다. 국내 유선 통신 시장은 세계적으로도 상당히 저렴한 수준이었거든요. 그런데 그냥 자료에 나온 걸 가지고 갔으니 깨질만도 했죠"라고 웃으면서 "필요한 업무를 지원하는 시스템이라는 점을 부각시켰고, 이 때부터 응용프로그램 개발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깨달았습니다"라고 밝혔다.
백 전무는 기업의 규모와 도입하려는 업무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기업 고객들은 투자를 아끼지 않는 만큼 이에 대응한 제품과 솔루션을 제공하고 중소고객들에게 시스코 이외의 단말기와 솔루션을 제공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무조건 대기업용 제품을 중소, 중견 기업까지 제공하면 시장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성정보가 애스터리스크(www.Asterisk.org)라는 오픈 소스 PBX를 비롯해 유사한 것들을 검토하고 중저가 IP 단말기들도 연동해 테스트를 끝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젠 애플리케이션이다
인성정보는 최근 IP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과 이런 것들이 좀더 고객에게 다가설 수 있도록 하는 응용프로그램 개발에 부쩍 신경을 쓰고 있다. 이 점은 후발 주자들과의 격차를 벌리면서 관련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지속화시킬 수 있는 전략이다. 시스코는 IPT 장비에서 가동되는 응용프로그램들을 개발하면 자금 지원을 하고 있다. 백 전무는 "지난 4월 시스코 파트너 행사 때 보니까 미국에서만도 30개의 응용프로그램들이 제공되더군요. 국내에 맞는 것들을 개발하고 있습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응용프로그램은 아이디어 싸움이다. 쉽사리 공개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얼마나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했는지, 고객의 환경은 어떤지 이해하는 업체들에게 기회가 되는 분야라서 알려달라고 하기도 어려웠다. (물론 한 두 가지 정도는 공개를 했지만 이곳에 설명할 수 없음을 이해해주시기 바란다.)
응용프로그램은 UC 분야에서 빼놓을 수 없다. UC 분야는 마이크로소프트와 IBM 등 소프트웨어 양대 산맥이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시스코 같은 인프라 업체도 웹엑스 같은 업체를 인수하면서 선발 업체와의 경쟁을 선언한 상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대만의 제조 전문 업체들에게 자사의 UC 솔루션과 매끄럽게 연동되는 IP 기기와 단말들을 개발해 달라고 요청했다. 말 그대로 경계가 점점 없어지고 있다. 이런 경쟁 상황에서 독특한 응용프로그램을 확보한 기업은 한발 앞설 수 있다.
인성정보는 시스코와의 협력은 물론 한국마이크로소프트와의 유대 관계도 맺고 있다. 국내 마이크로소프트 3대 총판 중 하나인 인성디지털의 지분을 100% 확보하면서 이미 협력하고 있고, 인성디지털을 통해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할 내용들을 찾고 있다. 또 인성정보 스스로도 썬의 소프트웨어 제품들을 국내 공급하면서 기업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응용프로그램들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백승룡 전무는 "이 분야는 서버 운영체제에 대한 이해, 네트워크 기술, 응용프로그램 구현 능력들이 합쳐져야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많은 경쟁 업체들이 등장하겠지만 이런 것들을 하루 아침에 습득하기도 쉽지 않습니다"고 자사의 경쟁 우위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NI 업체들은 90년대 말 닷컴 붐을 타고 엄청난 성장을 하다가 닷컴 붕괴와 함께 성장 동력을 잃고 오랜 기간 많은 방황의 길을 걸어왔다. 신천지가 눈 앞에 있는 듯 했는데 신기루처럼 하루 아침에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 후 생존을 위한 몸부림은 처절했다. 그 많은 업체 중 인성정보는 위기를 뚫고 이제 새로운 길을 찾은 듯 보였다.
인성정보를 주목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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