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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통행세’? 韓 콘텐츠 산업, 내년만 매출 2조원 날아갈 것”

2020.11.20

구글이 내년부터 모든 앱에 자사 ‘인앱결제(IAP·In-App Payment)’ 시스템 적용을 확대, 디지털 콘텐츠 결제 시 수수료 30%를 물리겠다고 예고하면서 ‘앱 통행세’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구글의 정책이 강행되면 국내 콘텐츠 산업의 예상 매출감소액이 올해만 2조원, 2025년에는 3조5000억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영업이익률이 낮은 중소개발사들의 피해가 극심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대학교 교수는 20일 사단법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인기협) 주최로 열린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정책 확대에 따른 콘텐츠 산업의 피해 추정 및 대응방안’ 온라인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발제를 맡은 그는 ‘구글 플레이 앱 수수료 인상에 따른 인터넷 콘텐츠 산업의 피해 추정 및 개선방향’을 담은 연구결과를 공유했다.

(사진=유병준 서울대 경영대학교 교수 발표 화면 갈무리)

구글 ‘통행세’ 여파…5년 뒤엔 3.5조

유 교수는 작년 기준 국내 콘텐츠 산업 총 거래액 중 모바일게임과 커머스 등을 제외한 구글플레이 콘텐츠 거래액을 9조2726억원으로 추정했다. 이는 구글코리아가 국회 국정감사에서 외부 앱 분석 업체를 인용해 지난해 국내 구글플레이 결제액이 1조4000억원 정도라고 밝힌 것과는 대조되는 주장이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구글에 수수료 30%를 내면서도 기업이 콘텐츠 가격을 조정하지 않을 경우 기업들의 매출 감소액은 최대 2조781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 교수는 기업들이 수익 감소를 피하기 위해 콘텐츠 재화 가격을 16.7% 인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경우 수요가 줄어들면서 2019년 기준 매출 감소액은 약 1조9102억원으로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또한, 내년 구글의 인앱결제 수수료로 인한 매출 감소 규모는 2조3366억원으로 예상했다. 전체 모바일 콘텐츠 산업은 3조5838억원의 매출이 급감할 거라는 분석이다. 특히 모바일 콘텐츠 산업이 2016년 이후 매년 10.3%씩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구글플레이(3조4963억원)와 앱스토어(1조8662억원) 등을 합해 2025년 5조3625억원까지 매출이 감소할 수 있다고도 예측했다.

이 같은 콘텐츠 산업 매출 감소 규모로 인해 2조9408억원의 생산 감소 효과와 1만8220명의 총 노동 감소효과가 추정된다고도 전했다. 유 교수는 “모바일 콘텐츠 분야는 주로 젊은 고용자가 많아 이들이 일자리를 잃으면 한국경제와 산업계 전반에 부정적 효과를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은 수수료 정책 변경에 따른 영향을 받는 대상이 국내 개발사의 1%, 앱 100개 정도라고 주장해왔으나 이에 대한 반박도 이어졌다. 유 교수는 연구결과를 토대로 “구글은 (정책 영향을 받는 기업이) 국내 100개 기업으로 한정된다고 했지만 중소기업의 경우에 영업이익률 변화가 더 크게 작용하게 된다”며 “구글 수수료 인상에 더 큰 피해를 입게 돼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의 영업이익이 더 영향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콘텐츠 가격 인상(16.7%)으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1760억원의 소비자잉여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가격 오르면 콘텐츠 산업 위축 ‘불가피’

토론회 참석자들은 구글의 인앱결제 정책이 적용되면 국내 콘텐츠 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공감을 표했다. 황승흠 국민대 교수는 “콘텐츠 산업의 미래가치 확보를 위해서는 콘텐츠사업자에 특정 비즈니스 모델을 강요하지 않아야 하며, 수수료 부과 수준을 기간에 따라 단계별로 차등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권헌영 고려대 교수는 “과학적인 근거 없이 구글 인앱결제 강제정책을 논의하는 것이 문제를 흐지부지하게 만들지 않을지 우려된다”며 “정부는 일상적인 상황에서 데이터 축적을 해두어야 하고, 필요한 상황에서 데이터를 통해 검증해주어야 한다. 이를 통해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체계를 가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가격이 인상되면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진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소비자 입장에서 가장 우려가 되는 부분은 구글의 인앱결제 가격 인상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점”이라며 “대부분 소비자는 구글의 인앱결제 확대 정책이 구글과 사업자의 문제이고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이다”라고 짚었다. 이어 “결제수수료를 보면 신용카드 2.7%, 계좌이체 1.4%, 휴대폰 결제 6% 등이 부과되는데 구글은 왜 30%의 수수료여야 하는지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콘텐츠 산업의 주축인 창작자들 사이에서도 구글의 정책 변화가 미칠 영향을 염려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웹툰 ‘독고’의 오영석 작가는 토론회에 참석해 “우리나라 안에서 많은 콘텐츠가 생성되고 시장이 형성돼야 작가들도 양성되고 성장할 수 있는데, 과도한 수수료 부과로 그런 환경 조성이 어려워진다”며 “수수료 30%가 소비자들이 내는 비용으로 전가되면 (독자들은) 결제할 콘텐츠를 고르게 될 것이다. 플랫폼사도 흥행작만 선택하게 되면서 시장이 축소돼 신인작가의 등단 기회가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김동희 한국저작권위원회 선임연구원도 “음원 전송서비스의 경우 매출의 65~70%는 권리자 몫이고 서비스 사업자는 30~35%를 가져가 네트워크 유지비용과 결제수수료 등을 낸다”며 “구글이 30%를 가져가면 서비스 사업자는 네트워크 유지 비용도 낼 수 없어 존폐위기에 내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인 19일에는 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한국웹소설산업협회·한국인터넷기업협회·코리아스타트업포럼·민생경제연구소·금융정의연대·올바른 통신복지연대·시민안전네트워크 등 8개 단체가 국회 정론관에 모여 긴급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들은 “인앱결제는 기업과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결제수단 중 하나여야 한다”며 “콘텐츠 유통 플랫폼, 저작권자, 제작사를 비롯한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부당한 인앱결제 강제정책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국회에서도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이다. 구글 등 앱 장터 사업자가 특정 결제 수단이나 부당한 계약조건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으나 여야의 입장차로 법안 상정은 현재 교착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