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세이]리처드 파인만으로 수능 수험생 위로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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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알고리즘의 힘은 참 신묘합니다. 때때로 우릴 신기한 만남의 세계로 이끌죠. 최근 유튜브가 이끈 가장 신기한 만남은 바로 양자전기역학 원리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이론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Richard Feynman)이었습니다.

그는 1983년 BBC와의 인터뷰 영상에서 왜 자석이 서로 밀어내는지에 대해 답변합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왜 자석이 서로 밀어내는지 묻는 인터뷰이에게 ‘왜’라는 질문이 얼마나 심오한 의미가 있는지를 답변하죠.

예컨대, 누군가 빙판길에서 미끄러졌다고 했을 때 ‘왜 미끄러졌느냐’고 물어보죠. 얼음 위에선 미끄러지는 게 상식과 같은 일인데, 과학적으론 얼음 위에 섰을 때 그 압력으로 순간 얼음이 녹아 물로 변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왜 얼음은 그러느냐’는 질문으로 가면, 물이 얼음이 되면 부피가 늘어나는데 압력을 가하면 부피가 줄어들려는 성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왜 물은 얼었을 때 부피가 늘어나느냐는 질문이 가능해집니다

자석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자기력이 있기 때문에 밀어내고 당기는 성질이 있지만, 왜 그런 성질을 갖느냐 물어보면 한도 끝도 없어집니다. ‘왜’라는 질문은 발화자의 지식수준뿐만 아니라 청자의 수준도 필요하며, 나아가 인간의 힘으론 아예 알 수 없는 영역도 있습니다. 그런 질문에 다달았을 땐 그저 자연의 섭리, 또는 ‘당위’로서 받아들여지곤 합니다.

BBC가 리처드 파인만과의 인터뷰를 담은 ‘Fun To Imagine’. (사진=유튜브 갈무리)

리처드 파인만의 이야기를 장황히 꺼낸 건, 다름이 아니라 오늘이 수학능력시험을 앞둔 마지막 모의고사 날이었기 때문입니다. 예년이었으면 진작에 시험을 끝내고 마음의 짐을 덜었을 수험생들이, 코로나19라는 재앙적 전염병이 창궐한 올해는 수능이 미뤄진 탓에 앞으로도 13일을 더 공부해야 합니다.

수험생들이 왜 어려운 공부를 해야 할까요.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서’라는 답이 으레 나오지만, 그로선 부족합니다. 왜 좋은 대학을 가야 하는지, 왜 대학을 가야 하는지, 이런 질문들 끝에 종국에는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왜 무언가를 배워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이 나올 겁니다.

배움의 당위를 찾는 건 참 쉬운 일이 아닌 듯합니다. 다만 무미건조한 수험생의 삶을 살다가 대학교에 가고, 더 넓은 사회와 마주하다 보면 때때로 배우고 쓰는 일에서 즐거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실제로 우리의 삶은 반복되는 배움의 연속이고, 그 과정을 통해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됩니다.

천재로 불린 그였지만 실제 IQ는 125로 비교적 평범한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결국 중요한 건 가진 재능이 아니라 원리를 찾는 순수한 탐구 정신과 열정인 듯합니다. 유난히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올해 대입 수능 수험생분들이 시험이라는 관문을 무사히 통과하고 배움의 즐거움을 찾는 일에 좀 더 가까워지길 기원합니다. 수험생 여러분들, 모두 파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