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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IN]‘수수료 30% 인상’ 연기한 구글? “급한 불 껐을 뿐”

2020.11.23

‘앱 통행세’ 논란으로 수세에 몰렸던 구글이 한 발 물러섰다. 내년 1월부터 신규 앱에 시행하기로 했던 인앱결제(IAP·In-App Payment)  정책을 둘러싸고 ‘갑질’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자, 적용 시점을 9월말로 연기한 것이다. 한국에서만 시행되는 이례적인 조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구글을 겨냥한 이른바 ‘구글갑질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상정을 무산시키기 위한 의도가 담긴 조치라는 지적이다. “급한 불 끄기 전략이죠. 뜨거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보고 있습니다.” (국내 인터넷업계 관계자)

구글 “개발자, 전문가 목소리 들었다”

23일 구글코리아는 구글플레이 결제 정책변경에 따라 수수료 30% 적용을 받게 되는 신규 앱의 경우 2021년 9월30일까지 적용 시점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주 금요일 비공개 진행된 ‘앱 생태계 상생 포럼’ 등을 비롯해 한국 개발자와 전문가로부터 전달받은 의견을 수렴했다”는 게 구글측 설명이다.

구글은 “한국 개발자들이 정책을 시스템에 적용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제공하겠다”며 “2021년부터 시행될 크리에이트(K-reate) 프로그램 관련 프로모션도 활용할 수 있게 유예기간을 연장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개발자들이 전세계적으로 성장하고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도 강조했다.

앞서 구글은 지난 9월28일 자사 앱 장터인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결제되는 웹툰·음원 등 디지털 콘텐츠에 대해 인앱결제를 의무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각국 신용카드를 비롯해 간편결제, 이통사 소액결제 등을 통해 결제할 때 구글이 자체 개발한 내부 결제 시스템을 거치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수수료는 결제금액의 30%다. 신규 앱은 내년 1월20일부터, 기존 앱은 내년 10월부터 이 같은 방침을 적용할 예정이었다.

왜 ‘유예’ 카드 꺼냈나

구글이 정책을 유예하기로 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도에서도 수수료 인상안 적용 시점을 6개월 연기하기로 했으나, 구글측은 현지 결제시스템에 따른 조치로 국내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구글의 태세 전환에는 애플의 수수료 인하 방침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애플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중소개발사에 한해 앱 장터 수수료를 기존 30%의 절반인 15%로 낮춘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구글도 ‘반값 수수료’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국내 산업계·학계의 전방위적인 압박과 함께 정치권에서 구글을 겨냥한 소위 ‘구글갑질방지법’이 잇따라 발의되는 등 각계의 반발이 들끓은 데 따른 대응으로도 풀이된다.

네이버·카카오 등이 속한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스타트업 업계를 대표하는 코리아스타트업 등은 “인앱결제만을 강제하는 것은 다른 콘텐츠 창작자와 플랫폼의 기능은 인정하지 않고, 오로지 앱 장터 사업자(구글)가 모두 독식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쓴 소리를 내왔다. 국내 콘텐츠 산업 매출이 단기적으로 3조원은 감소하게 될 거라는 추정치도 제시했다.

국회에서는 관련법 처리를 놓고 여야 논의가 진행돼 왔다. 구글갑질방지법은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 등 앱 장터 사업자가 특정 결제수단을 강제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오는 26일 정기국회 마지막 전체회의를 열고 해당 법안의 본회의 상정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었다.

산업계·정치권 ‘일단 환영’

산업계와 국회는 구글의 유예 방침에 일단 환영의 뜻을 표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관계자는 “구글이 어려운 결정을 했다. 앞으로 디지털 생태계 발전에 있어 좋은 방향에 대해 더욱 더 논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욱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환영한다”면서 “앞으로 수수료 15% 인하를 결정한 애플에 버금가는 수수료 인하 정책을 통해 국내 건강한 앱 생태계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번 구글 조치는 위원장과 더불어 여야의 구글을 향한 지속적 촉구로 인해 결정됐다”고 강조했다.

과방위 소속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구글의 결정은 정책을 세계 최초로 연기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며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속적으로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해온 결과”라고 말했다.이어 “구글 정책도 단순히 유예하는 데서 그치지 않아야 한다”며 “수수료 인하 등에서 어떠한 형태라도 애플의 인하 발표내용보다 더 전향적으로 결정하도록 해 개발자와 소비자의 이익이 충돌하지 않도록 계속해서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 그대론데…‘눈 가리고 아웅’하나

그러나 일각에서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처리가 흐지부지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야당인 국민의힘이 법안 처리를 두고 ‘신중론’을 내세우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번 구글의 수수료 인상안 유예 결정으로 “시간을 가지고 검토하자”는 야당측 의견에 힘이 실리면서,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법안이 처리될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구글이 법안 통과를 최대한 지연시키기 위해 ‘꼼수’를 부린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원욱 의원실 관계자는 “국내 앱 개발사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구글 본사 차원에서의 수수료 인하 문제를 촉구하는 한편, 국내 앱 개발자들과의 협의를 거쳐 입법 방향에 대해 시간을 갖고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라며 “법안을 처리할 의지는 있지만 야당에 달려 있다. 여야 합의를 통한 법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내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야당의 신중론을 뒷받침해주는 정치적인 전략은 아닌지 의심된다. 유예책이 법안소위 상정이 늦어지는 핑계거리가 돼서는 안 된다”며 “조속히 (구글갑질방지법이) 통과돼야 국내 기업들이 받는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인터넷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구글이 각계의 우려를 듣고는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정책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는 데서 의미를 찾을 순 있겠다”며 “수수료율은 나중 문제고, 선택권을 빼앗고 결제수단을 강제하는 (구글의) 정책이 철회되는 것이 먼저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공동소송 플랫폼 ‘화난사람들’과 법무법인 정박의 정종채 변호사를 포함한 공동변호인단 14인은 구글의 이른바 ‘앱 통행세’로 피해를 입은 스타트업을 대리해 오는 24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공동변호인단은 “구글의 인앱결제 정책은 ‘끼워팔기’에 따른 시장지배적 지위남용 및 불공정거래행위”라며 “모바일 생태계는 결코 정치적 고려대상이 아니다. 여야 국회의원들은 조속히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를 촉구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