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머티리얼즈, 日 OLED 소재회사와 손잡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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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머티리얼즈가 일본 종합화학 회사 JNC 코퍼레이션과 손잡고 OLED 소재 공장을 만든다. 세간에선 ‘왜 일본 기업과 손 잡느냐’는 말이 나오지만, 업계에선 OLED 청색 소자가 가진 특허에서의 한일 간 격차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SK머티리얼즈는 25일 JNC와 합작법인 ‘SK JNC’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합작회사 지분율은 SK머티리얼즈가 51%, 일본 JNC가 49%이다. 초기 자본금은 약 480억원 규모로 회사는 한국에 지어진다.

합작사는 지난 10월 경기도 동탄에 국내 R&D 센터 부지를 확보했다. 2021년 초까지 경기도 일대에 생산 공장을 구축하고 청색 도판트를 만들기 시작한다. SK머티리얼즈는 OLED 소재 외에도 고성장 소재분야의 핵심기술 역량을 선제적으로 확보해 제품 포트폴리오를 지속적으로 고도화 할 계획이다.

SK머티리얼즈 측은 “합작회사를 통해 OLED 소재 산업에 새롭게 진출함으로써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SK머티리얼즈가 보유한 생산 능력, 영업 네트워크에 JNC로부터 확보한 OLED 관련 원천 특허가 더해져 높은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합작사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SK의 판로, JNC의 기술력 합친다

양사 제휴는 국내 소재 유통 판로를 확보한 SK머티리얼즈와 OLED 소재, 특히 청색 소자 관련 기술력을 갖춘 JNC 사이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SK머티리얼즈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재를 만드는 회사다. 패널 제조에 사용되는 특수가스와 전구체, 산업용 가스 등을 만들며 높은 순도의 소재들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자체 기술력의 설비를 갖추고 있다. 국내 반도체,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주요 소재 공급사가 된 이유다.

JNC는 디스플레이 액정과 배향막(PI), CF용 오버코트가 주요 제품이다. 또 OLED 청색 소자 관련 원천 특허를 비롯해 잉크젯용 전자재료, 헬스케어, 태양광, 섬유, 배터리 소재 등에서 특허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JV의 핵심은 OLED 소자 중에서도 청색 ‘도판트’다. OLED 소자는 빛을 내는 주재료 호스트(Host)와 호스트에 첨가하는 불순물 도판트로 나눠진다. 도판트는 호스트의 전도율을 높이며 발광효율과 안정성 색 순도를 개선하는 역할을 한다.

SK머티리얼즈 관계자는 “이번 JV 설립은 JNC가 가진 청색 도판트 관련 특허를 양도받아 기술을 내재화하는 게 핵심”이라며 “국내 메이저 OLED 디스플레이 제조 회사들이 제품 공급을 좀 더 빨리해주면 좋겠다는 요구가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SK머티리얼즈, 일본 업체와의 제휴가 당연한 이유

SK머티리얼즈가 일본 업체와 제휴한 걸 업계에선 당연하게 바라보고 있다. 관련 특허와 기술력에서 일본을 따라잡을 만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 시장조사업체 유비리서치가 지난 8월 공개한 ‘2020년 8월 OLED 발광재료 특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OLED 발광소재 관련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이다. LG화학이 96개로 가장 많고 삼성SDI(13개), 두산솔루스(10개) 등이 뒤를 잇고 있다.

다만 청색 소자 분야는 전 세계에서 일본이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관련 핵심 특허 대부분을 갖고 있다. RGB(적색-녹색-청색) 소자 가운데 에너지가 가장 높아 소재가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100개 전자를 주입해도 빛을 발하는 소자는 40여개에 불과하다.

OLED 발광 소재 특허를 가장 많이 가진 곳은 우리나라지만 청색 소자는 매출이나 특허 모두 일본이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자료=유비리서치)

유비리서치에 따르면 청색 호스트 관련 매출 점유율은 이데미츠코산(Idemitsu Kosan)과 SFC 두 회사가 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다. 시장을 70%가량 차지하고 있는 이데미츠코산은 일본 기업이며 SFC는 일본 기업 호도가야화학이 만든 한국 회사다.

미국 듀폰이나 우리나라 머티어리얼사이언스도 관련 기술력을 갖고 있다. 다만 듀폰의 경우 점유율이 높지 못하고 머티어리얼사이언스는 일본 기업들 대비 상대적으로 소재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머티어리얼사이언스의 실적은 매출 21억9600만원, 영업손실 38억4800만원이었다.

관련 시장 점유율이 높지 않은 JNC로서도 SK머티리얼즈와의 제휴가 긍정적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JNC는 청색도펀트를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에 공급하고 있지만 SK가 구축해놓은 디스플레이 소재 공급망 생태계를 이용해 점유율을 더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 공장을 지어 고객사 피드백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생긴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JNC는 2019년 SDC의 청색 도판트 재료 업체로 선정된 이력이 있다. 특허를 소유한 보론계 청색 발광 재료는 효율과 수명 측면에서 유리하지만 원가 부담의 가능성이 있다”라며 “2020년 SDC 재료 선정에서 탈락한 이유 중에 소재 국산화의 흐름이 있음을 감지하고 한국에 JV 설립을 결정했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분석했다.

이충훈 유비리서치 대표도 “JNC는 매출은 많지 않아 메이저 회사론 분류는 안 되고 있는데, 일본 회사다보니 생산 거점이 필요할 것이며, 그런 차원에서 SK머티리얼즈와 제휴를 맺은 것으로 보인다”라며 “청색 소자를 만드는 특허가 대부분 일본에 있어 일본 업체와의 제휴는 당연한 것”이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