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숫자 3.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숫자다. 왜 3을 좋아하는지는 모르겠지만 3이라는 숫자는 완벽한 균형을 의미하는 것 같아 좋다. 오라클 오픈월드가 열리고 있는 이곳 상하이에서 새삼 숫자 3이 떠오른다.
IT 업체들은 IBM이라는 회사의 사업 구조를 상당히 부러워한다. IBM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서비스 사업을 전개하면서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마련했다. 한 축이 약해지더라도 다른 한축이 이를 지탱하면서 시간을 벌고 약한 지점을 보강할 수 있다. 이런 전략은 많은 기업들이 채택하려고 한다.
이 숫자 3과는 전혀 상관이 없을 것 같았던 오라클은 3개의 무기를 바탕으로 IT 최고의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오라클은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개방형 시스템 분야의 관계형데이터베이스관리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업체였다.
(사진은 닉 에버라드 아태지역 테크놀로지 세일즈 담당 수석 부사장)
유닉스나 윈도, 리눅스 같은 개방형 시스템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데이터베이스 시장에서 막강한 수익을 올리고 있고, IBM과 마이크로소프트와의 데이터베이스 경쟁에서도 한발 앞서 있다.
오라클은 데이터베이스 업체로서 안주하지 않고 전사적자원관리(ERM), 고객관계관리(CRM), 공급망관리(SCM), 인적자원관리(HRM)와 같은 애플리케이션 업체로 거듭났다. 또 금융, 공공, 통신, 제조, 교육 시장은 각 산업별 시장에서도 그 경쟁력을 높여나가고 있다. 데이터베이스와 수많은 이기종 애플리케이션들을 통합하는 미들웨어 시장도 뛰어들었다.
각 분야의 경쟁력을 지금 예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각 분야의 선발 업체를 인수했더라도 수많은 제품들을 어떻게 통합할지의 과제가 남았기 때문이다. 오라클은 지난 회계연도에서 180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매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황금알을 낳고 있는 데이터베이스 제품이 있어 한발 삐끗하더라도 쉽사리 쓰러지지 않는다.
오픈월드 상하이에서는 이런 오라클의 야심을 고스란히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아시아는 지금 가장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다. 오라클 입장에서 이런 신흥 시장은 데이터베이스 제품의 판매를 넘어 미들웨어와 애플리케이션 분야에서 확실한 위치를 점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다. 아시아 지역을 담당하고 있는 대부분의 임원들은 강한 자신감을 내보였다. 오라클의 전략이 시장에서 통하고 있다는 설명들도 빼놓지 않는다.
마크깁스(Mark Gibbs) 오라클 아태지역 애플리케이션 담당 수석 부사장은 "최근 2~3년간 패키지 소프트웨어 도입 비율이 급증하고 있다. 고객들은 자동차를 구매할 때 엔진과 핸들, 바퀴를 별도로 구매하지 않듯이 이미 검증된, 수많은 동일 업종의 기업들의 경험이 축적된 패키지 소프트웨어를 구매하려고 한다"고 전하고 "ERP, SCM, CRM, HRM는 물론 정부,의료,교육이나 금융, 통신, 제조, 리테일, 유통 등 각 산업별로서도 확실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오라클은 이런 성과가 ‘애플리케이션 언리미티드’의 결과라고 말한다. 오라클은 자체 기업용 응용프로그램을 비롯해 피플소프트나 J.D. 에드워드, J.D 에드워드 골드, 시벨 제품에 대해 고객이 원하는 날까지 각 제품에 대한 새로운 버전과 패치, 기술 지원을 약속했다. 보통 인수합병을 하면 하나의 제품으로 통합 하는 것이 관례인데 고객 이탈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런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또 이와는 별도로 오라클은 각 영역별 장점을 통합한 퓨전 차세대 응용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새로운 제품은 2008년에 출시되는데 정확한 출시 시기는 밝히지 않았다.
고객들은 J.D. 에드워드 제품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다가 퓨전 차세대 응용프로그램으로 업그레이드 할 수도 있고, 아니면 계속 J.D. 에드워드 제품을 사용해도 된다. (물론 경쟁사 제품을 도입해도 되지만 말이다.) 마크 깁스 수석 부사장은 "각 분야의 5개 솔루션 내에 퓨전과의 통합을 위한 기능들을 임베디드 시켜놨다. 고객들의 어떤 요구가 있더라도 이를 수용해 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기업용 응용프로그램에서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더라도 미들웨어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볼 수 없다. ERP 1위 업체인 SAP도 ‘넷위버’라는 미들웨어 플랫폼을 출시했지만 여전히 시장 영향력은 IBM과 BEA 같은 전문 미들웨어 업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IBM은 미들웨어 시장에서의 확실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소프트웨어 산업의 새로운 부상을 꿈꾸고 있을 정도다. 오라클이 미들웨어 시장에 모든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통합의 문제는 고객의 문제인 동시에 오라클이 해결해야 할 문제다. 수많은 기업용 응용프로그램들을 통합해 내지 못하면 오라클의 꿈은 물거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롤랜드 슬리(Roland Slee) 오라클 아태지역 오라클 퓨전 미들웨어 담당 부사장은 "오라클의 퓨전 미들웨어는 아시아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제품"이라고 강조하고 "이미 전세계적으로 BEA를 제쳤다. IBM이 바로 코 앞에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 대목에서 오라클 측 임원과 국내 기자들간 견해 차이가 있었다. 오라클은 서비스기반아키텍처(SOA), 아이디관리(IDM), 엔터프라이즈콘텐츠관리(ECM), 비즈니스인텔리전스(BI)를 모두 합쳐 미들웨어라 부르고 있다. 기자들은 너무 광범위하게 잡은 것 아니냐는 지적을 했고, 롤랜드 슬리 부사장은 "새롭고 폭넓게 시장을 볼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 점은 앞으로도 논쟁이 필요한 부분임에는 틀림없다.
오라클은 애플리케이션 인티그레이션 아키텍처(AIA)라는 통합 프레임웍을 제공한다. 이 프레임웍은 오라클이 인수한 수많은 기업용 응용프로그램들을 통합하기 위해 마련된 것들을 고객용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오라클이 경험한 통합의 노하우를 고객들과 공유하겠다는 전략이다.
롤랜드 슬리 부사장(옆)은 "2007년 3분기말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퓨전 미들웨어 분야 라이선스와 유지보수료로 총매출 10억 달러를 초과 달성하기도 했다. 특히 아시아의 경우 2006년에는 전년도 대비 46% 성장하면서 BEA 35%, IBM 28%를 누르고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아시아 통신사 중 한 고객은 오라클 e-비즈니스 스위트와 시벨의 CRM, 빌링 업체인 포털의 솔루션들을 IBM 솔루션으로 통합하려다가 오라클을 선택했다. 이미 우리가 인수한 업체들이고 통합을 다 해봤기 때문이다. 고객은 통합의 수월성은 물론 비용도 상당 부분 절감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한다.
롤랜드 슬리 부사장의 상관인 닉 에버라드(Nick Everd) 오라클 아태지역 테크놀로지 세일즈 담당 부사장은 "저희는 기업용 소프트웨어들을 수없이 인수하고 통합하면서 어떤 기능들이 필요한지 알고 있다. IBM이나 마이크로소프트, BEA가 과연 이런 문제를 제대로 알수 있을지 의문이다. 우린 지금 미들웨어 개발과 테스팅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고, 이런 투자 기조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닉 에버라드 부사장은 미들웨어 뿐 아니라 오픈 소스에 대해서도 상당히 흥미로운 발언을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동료 기자 중 한명이 데이터베이스, 미들웨어, 애플리케이션에 운영체제까지 더 하면 금상첨화가 될 것 같고, 리눅스가 좋은 대상이 아니냐는 질문을 던졌다. 닉 에버라드 부사장은 "우리가 왜 리눅스에 대해 막대한 투자를 하고, 지원을 한다고 보느냐"고 반문하면서 "11g도 리눅스 버전부터 가장 먼저 발표됐다. 리눅스가 기업 내 정보 시스템으로 일정 수준에 도달한 이상 리눅스 확산은 더욱 활기를 띌 것이고, 오라클은 리눅스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는 답변으로 대신했다.
오라클은 최근 오라클 데이터베이스 11g을 발표했다. 새로운 제품인만큼 그에 대한 기능 소개도 많지만 확실한 텃밭보다는 새로운 시장으로의 진출에 대해 더 많은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아시아 시장과 함께 동반 성장하는 오라클의 전략, 또 데이터베이스에서 미들웨어와 기업용 응용프로그램 업체로 기반을 다진 오라클의 변화, 역동성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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