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포럼] 본인 확인은 ‘인증’ 아닌 ‘관계’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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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사업을 하는 분들끼리 지난해부터 조촐한 친목 모임을 열고 있습니다. 한 달에 한 번씩 얼굴을 보며 안부도 묻고, 국내외 동향도 나누는 자리입니다. 이른바 ‘SNS 포럼’입니다. 블로터닷넷이 ‘간사’라는 이름으로 심부름꾼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대개 회원사가 돌아가며 자리와 간단한 요기거리를 마련하곤 합니다. 얼마전 2월 모임을 열었는데요. 트위터 생방송 서비스 ‘올레온에어‘가 자리를 마련해주었습니다. 마침 모임 이틀 전 새 사무실로 이사도 했다는군요. 사무실 구경도 할 겸 2월24일 저녁 홍대 근처 사무실을 찾았습니다.

트위터 생방송 서비스답게, 모임 장소도 ‘스튜디오’였습니다. 지금까지 모인 딱딱한 회의실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죠. 모두들 ‘이 곳은 뭐에 쓰느냐’며 김호근 아이쿠 대표에게 질문을 쏟아냈습니다. 이 자리엔 황룡 사이러스 대표도 참석했습니다. 아이쿠가 사무실을 옮기며, 같은 사무실을 나눠 쓰고 있더군요. 사무실에 스튜디오가 있는 이유는 사무실을 같이 쓰는 아이쿠와 사이러스의 사업 때문입니다. 사이러스는 블레이어라는 음원 공유 서비스를 합니다. 방송과 음악이라는 분야는 아무래도 스튜디오가 있으면 도움이 많이 되겠죠. 모두 7명이 새로운 장소에서 2월 SNS 포럼을 열었습니다. 어떤 얘기들이 오갔을까요.

  • 일시: 2011년 2월 24일 목요일 저녁 7시
  • 장소: 아이쿠, 사이러스 사무실
  • 참석자: 김태우 채널브리즈 마케팅본부장, 김범진 시지온 대표, 김호근 아이쿠 대표, 이동형 나우프로필 대표, 황룡 사이러스 대표, 블로터닷넷 이희욱/정보라 기자

일대일 커뮤니케이션은 유행 따라 변한다

첫 화제는 ‘네이버톡‘이었습니다. NHN에서 2월16일 내놓은 웹-PC-스마트폰 연동 메시징 서비스입니다. 이제 스마트폰 메시지 앱은 카카오톡과 다음 마이피플, 네이버톡의 싸움으로 그려지게 되었습니다. PC 메신저 강자인 네이트온이 스마트폰 영역에서 얼마나 저력을 발휘할 지도 눈여겨 볼 대목입니다.

그런데 이같은 일대일 커뮤니케이션 서비스에 대한 참석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싸늘했습니다. 특히 싸이월드 창업자로 알려진 이동형 나우프로필 대표의 평가는 신랄했는데요. 요컨대 “일대일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는 고객 충성도가 약하다”는 게 뼈대였습니다. 더 빠르고, 편리하고, 파일전송과 같은 기능이 우수한 서비스가 나타나면 언제든지 이용자가 갈아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버디버디, 다모임 채팅, 세이클럽, MSN 메신저, 네이트온 등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할 때마다 이용자들이 이동했지요.

개인간 의사소통에 집중하다 보니 광고를 삽입해도 집중도가 떨어지게 됩니다. 마치 커피숍에서 흐르는 음악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실제 네이트온 메신저에 쇼핑, 게임, 운세 등 여러 단추가 있어도 클릭률이 낮다고 합니다. 유행 따라 변하는 메시지 서비스가 스마트폰에서는 어떻게 판도를 바꿀 지 눈여겨봐야 할 이유이기도 합니다.

원조 SNS 싸이월드에 대한 아쉬움

황룡 사이러스 대표

화제는 자연스레 ‘원조 SNS’ 싸이월드로 옮겨졌습니다. SNS 포럼 회원들은 원조 SNS 싸이월드에 대한 아쉬움이 많았나봅니다. 김호근 아이쿠 대표는 싸이월드 미니홈피 일촌평을 ‘트위터 원형’이라고 평가하며 “일촌평을 빼내어 잘 활용했다면 어땠을까”라고 아쉬워했습니다. 싸이월드는 미니홈피가 아니라 클럽으로 먼저 시작했습니다. 뒤늦게 만들어진 미니홈피가 싸이월드를 대표하는 서비스가 된 셈인데, 한때 프리챌과 원조 논란도 있었습니다. 이때 비화는 이동형 대표가 전했는데요. 원조 논란이 법정으로 간 사연입니다.

당시 사업이 어려워서 싸이월드가 다모임에 미니홈피와 기프트샵의 아이템을 제작·대행했는데요. 다모임이 미니홈피와 아바타를 싸이월드에서 베낀 게 아니라 제작을 맡겼던 것이랍니다. 놀라운 점은, 당시 싸이월드의 인지도는 다모임을 앞섰지만 회원수나 트래픽은 다모임이 높았다고 합니다. 주 사용자층이 전라도 지역 남성이었다는 게 재미있는데요. 싸이월드는 초창기엔 주로 분당과 서울지역 사람들이 썼다고 하는군요. 세이클럽은 경상도와 충청도에서 인기있었다고 합니다. 요즘은 SNS가 연령별로 이용하는 서비스가 다른데 10년 전에는 지역별로 달랐나 봅니다.

싸이월드에 이야기가 나오면 네이트가 빠지지 않지요. 네이트 앱스토어가 ‘싸이월드’ 브랜드를 채택할 것이란 소식은 SNS 포럼 회원 모두 환영했습니다. 하지만 화제는 곧 페이스북으로 바뀌었습니다.

김범진 시지온 대표

페이스북은 올해 안에 비즈니스 플랫폼이 될까

소셜댓글 서비스인 라이브리를 운영하는 김범진 시지온 대표는 페이스북의 성장세를 직접 느낀다고 합니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소셜댓글로 페이스북 계정을 이용하는 비율이 22%를 차지했는데, 올해 1월엔 33%로 부쩍 늘었다고 합니다. 이 속도면 3월에 국내 페이스북 이용자수가 트위터를 넘어서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추측도 했습니다.

김태우 채널브리즈 마케팅본부장은 ‘기업 마케터라면 페이스북 이용자수가 500만명 정도면 마케팅에 본격 개입한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화두를 던졌습니다. 라이브리를 적용하는 회사들도 페이스북 페이지를 많이 운영한다고 합니다.

김태우 마케팅본부장은 페이스북에 비해 트위터가 많이 어렵다고 했습니다. 트위터에서 메시지가 직접적으로 전달되는 게 마케터로서 부담스러운 면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속보를 전하는 데는 트위터를 따라올 데가 없지요. 2월24일 KMI가 제4이동통신사 사업권 획득에 실패한 소식도 뉴스보다 트위터가 빨랐습니다.

김태우 채널브리즈 마케팅본부장

트위터는 속보나 정보 등을 전달하는 데 주로 쓰고, 페이스북은 싸이월드처럼 관계를 맺는 데 사용하는 경향이 짙습니다. 그건 이용자가 자연스레 만든 문화입니다. 실제로 트위터는 스스로 SNS가 아니라 ‘소셜미디어’라고 부르지요. ‘페이스북과 이미지나 활용도가 겹치면 안 되기 때문에 그러는 것 아닐까’라고 이동형 대표는 추측했습니다.

황룡 대표는 “이용자 처지에서 보면 페이스북이 트위터보다 친절하다”라고 평가했습니다. 트위터에 처음 가입해 어떻게 이용해야 할 지 난감할 때, 황룡 대표 말로는 ‘조난 신호를 보내면 트친소(트위터 친구를 소개)가 이어진다’고 합니다. 트위터에 비해 페이스북은 친구를 추천하거나 친구를 맺어보라며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제안해 줍니다. 둘의 차이를 느끼게 하는 대목입니다.

큰 그림에서 보면, 소통 도구가 트위터인지 페이스북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만나서 이야기하는 공간은 유행이 바뀔 뿐 계속 존재해 왔습니다.이동형 대표는 페이스북이 진화하듯 SNS도 더 편리하게 바뀔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페이스북은 이용자들에게는 관계맺기 도구이자 노는 곳이지만, 기업은 비즈니스 도구로 보기 마련입니다. 김태우 본부장은 올 하반기에 페이스북이 본격 소셜커머스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페이스북에서 이루어지는 상거래를 일컫는 ‘F커머스’라는 단어가 따로 있을 정도로 페이스북의 플랫폼 전략은 영향력이 커지고 있습니다. 김범진 대표는 페이스북이 소셜커머스 플랫폼으로서 이미 발걸음을 뗐지만, 싸이월드처럼 국내 대표 서비스가 될 것 같지는 않다고 내다봤습니다. 싸이월드 회원 2500만명을 페이스북이 모두 끌어오는 건 쉽지 않을테니 말입니다.

김호근 아이쿠 대표

신뢰는 주민등록번호가 아니라 ‘관계’에서 만들어진다

3월에는 인터넷 업계의 가장 큰 이슈 가운데 하나인 제한적 본인확인제 대상 사이트 발표가 예정돼 있습니다. SNS 포럼 회원들도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사안입니다. 김호근 대표는 이 제도로는 서비스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실명인증 절차를 위한 비용이 들고, 확보한 개인정보를 관리·보호하는 게 쉽지 않다고 합니다. 그런 점에서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같이 실명인증 절차가 없는 서비스가 매력적이겠지요.

이용자와 서비스 제공 업체 모두에게 불편한 본인확인제라는 제도가 우리 사회에 신뢰가 없다는 걸 반증하는 예가 아닐까요. 이동형 대표의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신뢰는 주민등록번호가 아니라 관계에서 생성되는 것입니다. 주민등록번호로 실명 인증을 했지만, 아무와도 관계를 맺지 않으면서 이상한 글을 쓰고 다니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와 달리 실명 인증은 안 했지만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는 사람도 있고요. 어떤 사람이 쓴 글에 더 신뢰가 갈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호근 대표는 트윗온에어를 운영하며 실명 인증을 거치지 않은 사람들이 올리는 영상물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트위터는 실명 인증을 안했는데도 이른바 ‘이상한’ 영상이 거의 안 올라옵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은 평판으로 신뢰가 이루어지는 공간이기 때문이죠.”

곰은 갑자기 사람이 되었다

이동형 나우프로필 대표

마지막으로, 재미있는 우화 한 편을 소개할까 합니다. SNS 포럼을 마무리할 무렵, 김호근 대표가 이동형 대표에게 ‘싸이월드가 뜬 걸 언제 느꼈느냐?’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동형 대표의 대답이 재미있습니다. “2003년 6월 출근길 버스에서 여고생 둘이서 싸이월드 이야기를 하는 걸 들었어요. 그때 느꼈죠. 아, 우리가 이제 뜨는구나.” 4년을 같은 버스로 출퇴근했지만, 그때까지 단 한번도 버스 승객 중 싸이월드 얘기를 꺼내는 사람은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들려준 얘기가 단군설화인 ‘곰과 호랑이’를 각색한 우화입니다. 한 번 들어보실까요.

“곰과 호랑이가 사람이 되고 싶어 동굴에서 100일 동안 쑥과 마늘만 먹었습니다. 도중에 호랑이는 참지 못하고 도망쳤지만, 곰은 끝까지 버텨 사람이 됐죠. 사람이 되기 바로 전날, 곰의 모습은 어땠을까요? 저는 곰 모습 그대로였을 것이라 생각해요. 하룻밤 사이에 곰에서 사람으로 확 변한 겁니다. 서비스도 마찬가지입니다. 대개 도중에 못 참고 주저앉는 이유는, 변화가 서서히 이뤄지지 않고 한순간에 찾아오기 때문입니다. 변화가 점진적으로 이뤄진다면, 누구나 끝 시점을 예측할 수 있잖아요. 견디지 못할 이유가 없죠. 곰이 서서히 털이 빠지고 인간의 몸으로 조금씩 바뀌었다면, 호랑이가 동굴에서 뛰쳐나갔을까요?”

이동형 대표는 ‘진짜 원하는 건 갑자기 찾아온다’고 말했습니다. 보석을 발견할 때도 마찬가지죠. 땅 속에 숨어 있던 보석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게 아니라 갑자기 보이는 것처럼 말입니다. 막 창업에 뛰어든 기업들이라면 특히 새겨들어야 할 대목입니다.

SNS 포럼 회원들은 모두 SNS와 공유를 통해 긍정적인 사회가 올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이동형 대표의 말로 SNS 포럼 회원의 생각을 대신 전합니다. “사람들은 무언가를 공유하고 싶어합니다. 지구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마치 한 사람인 것처럼 신뢰가 높아질 겁니다. 그렇게 되면 아프리카에 있던 사람이 서울에 와도 사기를 당하지 않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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