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스]가격인상 풀무원, 아슬아슬 공정위 규제 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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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풀무원 로고.

풀무원이 최근 두부 가격을 인상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장바구니 물가를 걱정하는 보도들이 나왔습니다. 풀무원이 전국 주요 할인점에 두부 납품가격을 최대 14%, 콩나물 납품 가격을 최대 10% 인상한다는 공문을 보냈다고 합니다. 원재료 가격이 올라 어쩔 수 없이 제품 판매가를 올렸다고 하는데요. 2020년 3분기 보고서에 기재된 국산콩 부침두부(380g‧4150원), 풀무원 콩나물(340g‧2300원)에 최대 가격상승분을 대입해보면 부침두부는 4731원, 콩나물은 2530원까지 상승 가능할 것으로 계산됩니다. 두부 1모 5000원 시대가 곧 열릴지도 모르겠습니다.

풀무원의 두부, 콩나물 가격 인상에 장바구니 물가 걱정이 나오는 이유는 풀무원의 엄청난 시장지배력에 있습니다. 풀무원은 국내 두부와 콩나물 시장에서 절반에 가까운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2020년 3분기 기준 풀무원의 두부와 콩나물 시장 점유율은 각각 45%로 집계됐습니다.

45%의 시장 점유율도 점유율이지만, 풀무원의 시장지배력을 엄청나다고 표현한 이유는 지난 10년 동안 이러한 점유율이 흔들림 없이 유지됐다는 데 있습니다. 아무리 시장 지배력이 강하다 하더라도 오랜 기간 일정한 점유율을 기록하기는 쉽지 않죠.

풀무원식품 주요 제품 시장점유율 추이.(출처=풀무원 사업보고서 및 분기보고서.)

과거 10년간 점유율이 어떤 그래프를 그렸는지 한 번 보겠습니다. 풀무원의 10년치 사업보고서를 모두 들여다본 결과 2011년부터 풀무원의 두부시장과 나물시장 점유율은 일정하게 40% 중후반대를 유지했습니다. 2011년 풀무원의 두부시장 점유율은 48%였는데요. 2020년 3분기까지 점유율이 높게는 49%, 낮게는 45% 사이에서 움직였습니다. 10년 동안 점유율이 고작 4% 포인트 안에서 오르고 내린 것입니다.

나물시장 점유율 추이도 크게 다르진 않습니다. 2011년 48%를 기록한 이후 2015년 42%까지 떨어지긴 했지만, 다시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며 2020년 3분기 45%로 집계됐습니다. 점유율 변동은 6% 포인트 내에서 이뤄졌습니다.

눈에 띄는 점은 풀무원의 두부와 나물시장 점유율이 지난 10년간 단 한 차례도 50%를 기록한 적이 없다는 데 있습니다. 사업연도의 특수 상황이나 시장경쟁력 변화에 따라 한 번쯤은 50%를 초과할 법도 하지만 절묘하게 48~49%에 멈췄습니다. 사업적 측면에서 이를 바라본다면 시장 점유율 50%의 벽에 가로막혔다고 볼 수 있죠. 풀무원이 오래전부터 적자에도 불구하고 해외시장 진출에 공을 들이는 것 역시 이러한 국내 시장 성장의 한계성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시장지배적 사업자 정의.(출처=공정위 홈페이지 갈무리.)

반면 풀무원의 시장점유율이 50% 미만을 유지함에 따라 얻는 이익이라면 이익도 있습니다. 바로 공정거래위원회가 규정하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를 회피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공정거래법 ‘제4조 시장지배적사업자의 추정 1항’은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100분의 50이상’인 경우에는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한다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를 갖고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가격남용 △출고조절 △사업활동 방해 △진입제한 △경쟁사업자 배제 또는 소비자 이익 저해 등 지위 남용 행위에 따라 처벌이 가능합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위와 관련해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위는 관련 불공정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선제조건”이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풀무원이 불공정행위를 한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시장 점유율 50%를 초과한다고 나쁘다는 것도 아니구요. 또 높은 시장점유율과 불공정행위는 별개의 이슈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다만 결과적으로 공정위의 깐깐한 감시망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죠.

모든 기업들이 그렇지만 풀무원도 정부 눈치를 상당히 많이 보는 업체 중 하나입니다. 특히나 장바구니 물가와 직결되는 상품을 만들어 팔다 보니 정부로부터 직접적인 압박을 받기도 합니다. 실제로 과거 2011년 말에는 식료품 가격을 평균 7% 올린다고 발표했다가 정부가 소비자물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협회를 통해 압박하자 반나절만에 가격 인상안을 번복한 바 있습니다.

사기업이 가격을 올리는 것에 대해 정부가 압박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는 모르겠지만, 이러한 판단을 제쳐두고 보면 어쨌든 풀무원은 정부가 주시하는 업체 중 하나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게다가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이유도 있습니다. 실제로 과거 담합에 가담했던 사례도 있습니다. 2011년 7월 <조선비즈>가 보도한 ‘업체는 담합 인정, 공정위는 담합 무혐의’ 기사에 따르면 풀무원은 동원 F&B, CJ제일제당, 대상 등 3개 업체와 함께 포장김치 제조 및 판매사업자 간 가격 담합행위를 인정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결과적으로는 무혐의 판결이 났는데요. 당시 배추값 폭등에 따라 김치 회사들이 원가 상승을 이유로 가격 인상에 나섰다가 공정위가 담합 여부 조사에 나섰고, 김치업계 4위와 5위였던 동원과 풀무원이 처벌을 덜 받기 위해 자진신고를 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대상과 CJ가 담합 사실을 강하게 부인해 증거 부족으로 무혐의로 결론났습니다.

이듬해 2012년 풀무원은 식품업계에서는 처음으로 가격담합 금지를 선언했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원칙을 선언까지 한 것을 보면 당시 풀무원이 가격담합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풀무원식품 주요 제품 가격변동 추이.(출처=풀무원 사업보고서 및 분기보고서.)

어쨌든 정부의 압박때문인지 국산콩 부침두부 380g 기준 풀무원의 두부 가격 인상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년 동안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2016년 3950원으로 오른 뒤 2018년까지 3년동안 같은 가격을 유지했고요.

다만 최근 들어 가격인상 주기가 다소 빨라지고는 있습니다. 풀무원이 올해 두부가격을 최대 14% 인상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지난 2019년 2월 가격을 인상한 지 약 2년 만입니다. 풀무원은 원재료 가격 인상을 근거로 꼽고 있습니다만, 사업보고서에 기재된 원재료 가격 추이를 보면 제품가격 상승과 정비례하진 않았습니다.

풀무원식품 주요 원재료 가격변동 추이.(출처=풀무원 사업보고서 및 분기보고서.)

예를 들어 백태 1㎏의 가격은 2011년 6189원이었으나 2020년 3분기에는 4480원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수입백태의 1㎏당 가격 역시 2011~2020년 동안 1093원~1133원 사이에서 오르고 내렸습니다. 콩나물콩의 가격은 들쑥날쑥입니다. 2013년 1㎏당 7237원까지 오르기도 했다가 2016년에는 4937원으로 떨어지기도 했죠.

이는 풀무원이 어느정도 제품가격을 결정하는데 여유가 있다는 뜻으로도 읽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NICE신용평가(이하 나신평)는 리포트를 통해 ‘국내 신선식품시장 내 우수한 브랜드력을 토대로 일정 수준의 가격결정력을 보유하고 있어 안정적인 수익성을 유지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풀무원식품 별도기준 매출원가율 변동 추이.(출처=풀무원 사업보고서 및 분기보고서.)

풀무원의 제품가격 인상은 매출원가율 방어를 위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풀무원은 시장점유율과 함께 지난 10년 동안 고집스럽게도 일정한 매출원가율을 지켜왔습니다. 풀무원 대부분 식품 및 식자재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 풀무원식품의 별도 기준 매출원가율 추이를 살펴보면 2011년부터 2018년까지 매출원가율이 67~69.7% 사이에서 움직였습니다. 70%를 초과한 것은 2019년이 유일했습니다. 2020년 3분기 매출원가율은 67.4%로 곧장 다시 60%대로 떨어졌습니다.

이를 역으로 추론하면 풀무원은 매출원가율 67%를 기준으로 제품가격을 산정하고, 또 지배력을 통해 이렇게 책정한 제품가격을 시장에 통용시킨다는 해석도 가능하죠. 풀무원이 지난 10년간 급변하는 경제상황 속에서도 몇몇 지표들을 일정하게 유지해온 것은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과연 앞으로도 시기적절한 가격 인상을 통해 시장점유율 50% 미만, 매출원가율 60%대 후반의 원칙을 지켜나갈 수 있을지 궁금해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