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는 블로터로]삼성전자가 세바스찬 승을 전면에 내세운 이유

가 +
가 -

삼성전자는 11일 오후 11시(한국시간)부터 30분간 CES2021 라이브세션을 열었다. 제품설명회를 방불케 하는 여타 행사들과 다르게 삼성전자는 이번 세션에서 ‘Better Normal for All(모두를 위한 보다 나은 일상)’이란 주제로 일관되게 ‘개인’이라는 키워드에 맞춰 스토리텔링을 풀어나갔다.

삼성전자는 11일 열린 CES2021 행사에서 세바스찬 승 삼성리서치 소장을 전면에 내세웠다. (사진=삼성전자 CES 영상 갈무리)

삼성전자의 ‘CES 스타세바스찬 승

재미있는 점은 이번 삼성전자의 CES 행사에 줄곧 얼굴을 내밀고 있는 한 명의 인물이 있다는 것이다. 바로 세바스찬 승(한국명 승현준) 삼성리서치 소장이다. 앞서 CES 행사 트레일러에 등장해 열연을 펼쳤던 그는, 이번 삼성전자 CES 세션에 주요 연사로 출연해 삼성전자의 진보된 제품들에 대해 유려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삼성전자가 승 소장을 스타로 만들기 위함일까. 그렇게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단 승 소장의 이력이나 그가 위치한 삼성리서치라는 곳에 더 주목된다. 승 소장은 과거 MIT 물리학과 교수, 프린스턴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뉴런 연결망(네트워크)을 뜻하는 ‘커넥톰(Connectome)’ 개념을 연구해 세계적 석학으로 거듭났다. 또한 삼성리서치는 삼성의 차세대 선행기술을 연구하는 기관이기도 하다.

삼성전자의 CES2021 행사에서 세바스찬 승 삼성리서치 소장이 큰 소리로 ‘봇 핸디’를 부르는 모습.(사진=삼성전자 유튜브 갈무리)

그리고 이번 CES에서 삼성의 키워드가 ‘개인’이라는 점에서 스토리를 끌고 가는 인물이 승 소장이라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선보인 제품 대부분이 인공지능(AI)에 기초해 가전제품을 개인화할 수 있는 것들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승 소장이 삼성에서 인공지능에 전문성을 갖춘 공신력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그만큼 삼성의 인공지능을 잘 설명할 사람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행사 영상에서 주로 언급되는 단어도 비교적 일관된다. ‘나’ ‘당신’ ‘개인’ ‘취향’ ‘개성’ ‘맞춤형’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인공지능을 설명하기 시작한 중간부터 그는 더욱 ‘개인화’라는 주제에 천착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인공지능이 가미되면 우리 개인의 삶이 나아지고, 더 창조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로봇공학으로 들어서면서 삼성전자가 어떻게 우리 일상을 도와주고, 또 편리하게 해나가는지를 더욱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가정에서 사용자 행동을 인지해 도움을 주는 ‘봇 핸디’, 공공장소에서 쓸 수 있는 도우미 로봇 ‘봇 리테일’,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의 보행을 보조하는 로봇 ‘GEMS’가 그러하다.

삼성전자는 11일 열린 CES2021 행사에서 세바스찬 승 삼성리서치 소장을 전면에 내세웠다. (사진=삼성전자 CES 영상 갈무리)

이성적 판단을 놓게 만드는 스토리텔링

삼성전자가 이번 30분간의 세션을 위해 적지 않은 준비를 해왔다는 게 느껴지는 지점들이 있다. ‘삼성헬스’를 통한 운동 이후 봇 핸디 로봇이 승 소장에게 물을 갖다주는 장면이나, 인공지능을 설명하는 그의 화면 바로 옆에 ‘딥페이크’를 활용해 만든 모나리자를 띄운 모습. 집안에 개와 고양이가 벌이는 한 판 결투 장면, 승 소장이 봇핸디의 능력을 보여달라고 외치는 장면들이 그렇다. 다소 지루할 수 있는 30분의 시간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나가는 순간들이다.

세션 중간 승 소장의 얼굴이 딥페이크 모나리자로 바뀐 모습은 웃음을 자아낸다. (사진=삼성전자 유튜브 갈무리)

그리고 영상 후반부부터 삼성전자는 개개인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미래, 개선돼야 할 사회적 문제,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며 자사가 어떤 식으로 사용자의 건강한 삶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를 설득한다. 청각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TV를 쉽게 볼 수 있도록 하는 ‘자동 수화 기능’이나 색맹이 TV를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씨컬러스(SeeColors)’, 전력과 물 소비를 줄이는 삼성의 가전제품들이 그러하다.

삼성전자가 이번에 선보인 제품들이 사실 딱히 ‘특별하다’고 부를만한 게 없는 건 사실이다. 대체적으로 기존에 출시된 제품들의 연장선상이며, 또 전에 없는 새로운 제품들이 보이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이번 세션이 기존의 여타 대중 연설보다 특별하게 느껴졌던 건 ‘온라인’이라는 제약된 환경을 역이용해 ‘스토리텔링’이란 방식으로 30분이란 시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며, 또한 이를 이끌어간 승 소장의 ‘설득력’이 대단했기 때문이다. ‘이성’이 아닌 ‘감성’으로 삼성전자의 CES 세션을 바라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