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스]’드랙스 모델’ 추진한 두산그룹, 자금력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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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드랙스 그룹의 천연가스 발전소.(사진=드랙스 그룹)

‘넷 제로(Net Zero)’ 시대를 맞아 산업계 안팎의 관심을 받는 글로벌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영국의 발전 회사인 드랙스 그룹(Drax)입니다. 드랙스가 운영하는 발전소는 영국에서 규모가 가장 큽니다. 대부분이 화력 발전인 탓에 온실가스의 주범이라는 지적을 받았죠.

드랙스 그룹은 현재 넷 제로를 가장 모범적으로 추진하는 기업으로 변모했습니다. 드랙스 그룹은 영국 내 6기의 화력발전소를 운영 중입니다. 이중 4기는 천연가스를 에너지원으로 운영하고, 나머지 2기는 석탄으로 운영됩니다. 이마저도 2023년까지 천연가스 발전소로 바꾼다고 합니다.

2019년 상반기 기준 드랙스가 생산한 전력 중 석탄으로 생산된 비중은 6%에 불과합니다. 드랙스그룹은 발전 시설을 친환경으로 바꾸는 것 외에도 온실가스 포집에도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드랙스 그룹은 ‘씨-캡처(C-Capture)’의 기술을 바탕으로 ‘바이오에너지 탄소포집저장기술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드랙스 그룹은 매일 약 1톤 분량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있습니다.

영국 정부는 연간 4만톤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계획입니다.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해 204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0으로 유지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드랙스 그룹은 영국 정부가 넷 제로의 퍼즐을 풀어가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할 전망입니다.

국내에도 드랙스 그룹을 벤치마킹하는 회사가 있습니다. 두산그룹은 국내 유일의 원자력 발전 설비 제조 업체인 두산중공업을 계열사로 두고 있습니다. 두산중공업은 화력과 수력 등 각종 발전소와 플랜트를 국내외에서 수주하고 있습니다. 국내 유일의 원전 회사인 만큼 원자력 사업에 시장의 주목도가 높았죠.

전세계적으로 탈원전과 탈화력 발전 움직임이 불면서 두산중공업의 미래에 대한 시장의 우려도 커졌습니다. 지난해 두산건설에서 비롯된 경영난이 그룹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두산그룹이 와해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습니다. 두산그룹은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솔루스 등을 애끊는 심정으로 매각하면서 사태를 진화했습니다.

이제 두산그룹은 ‘넷 제로’와 함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발전 설비는 친환경을 중심으로 재편하고, 수소 연료전지 생산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물(H2O)에서 수소(H2)를 추출하는 ‘그린 수소’ 연구 개발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두산그룹 친환경 에너지 사업 현황.(자료=두산그룹 등)

넷 제로 시대를 맞아 친환경 에너지 전문기업으로 변모할 계획이죠. 친환경 에너지를 공급해 지구 온난화를 앞당겼다는 부정적 이미지도 씻겠다는 설명입니다. 두산그룹은 과거 맥주와 패스트푸드 등 소비재를 주로 판매했는데, 2000년대 들어 중공업 분야로 그룹 포트폴리오를 바꿨습니다. 현재 친환경 에너지 시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드랙스 그룹과 공통분모가 생긴거죠.

두산그룹 계열사 중 친환경 에너지 설비를 생산하는 곳은 두산중공업과 두산퓨얼셀입니다. 두 회사 모두 M&A를 통해 그룹에 편입됐습니다. 두산중공업(옛 한국중공업)은 2000년, 두산퓨얼셀(클리어엣지파워, 이하 CEP)은 2014년 인수됐습니다. 두 회사는 14년의 시차를 두고 두산그룹에 인수됐습니다. 두 회사는 두산그룹의 ‘수소 경제’ 사업에 최선봉에 있습니다.

두산퓨얼셀은 수소를 동력으로 전기를 만드는 연료전지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연료전지는 LPG와 천연가스를 통해 수소를 추출한 후 산소와 반응시켜 전기와 열을 생산합니다. 발전 효율이 높고, 온실가스를 거의 배출하지 않아 친환경적입니다. 연료전지는 △발전소 △냉동창고 △대형빌딩 △스마트팜 △데이터센터 등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컨테이너 크기의 연료전지가 발전소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됩니다.

최근 SK그룹이 지분을 투자한 미국 플러그 파워도 연료전지와 수소를 생산하는 회사입니다. 플러그파워는 아마존과 월마트 등의 물류센터와 데이터센터에 연료전지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수소 경제가 가까워지면서 두산퓨얼셀의 CI가 붙은 연료전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으로 국내에서 연료전지가 대중화되면 국내 기업에 관련 설비를 공급할 것으로 점쳐집니다.

두산퓨얼셀은 한국퓨얼셀이 품질 문제로 논란이 되면서 현재 국내 1위의 연료전지 사업자입니다. 두산퓨얼셀은 한국퓨얼셀과 블룸SK퓨얼셀과 함께 연료전지를 제조해 판매하고 있습니다. 에너지관리공단이 작성한 신재생 에너지 보급통계와 두산퓨얼셀의 내부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두산퓨얼셀의 점유율은 64%, 한국퓨얼셀은 26%입니다. 블룸SK퓨얼셀은 지난해 9월 구미공장 준공을 마친 만큼 이제 사업 초읽기 단계입니다.

국내 주요 연료전지 사업자 현황.(자료=금융감독원)

두산퓨얼셀의 연료전지는 국내 발전 시설 669곳과 주택 등 건설현장 318곳에서 활용됐습니다. 미국과 영국에도 판매됐습니다.

연료전지 시장은 이제 막 성장기에 접어들었습니다. 2018년 발전용 연료전지 수요는 307.6메가와트(MW)였는데 2040년 15GW 이상으로 증가할 전망입니다. 약 50여배 늘어날 전망이죠. 연료전지는 가정에도 보급될 예정입니다. 2018년 가정용 연료전지 수요는 7MW인데, 2040년 2.1GW로 300여배 증가할 전망입니다.

두산퓨얼셀의 연료전지 사업도 성장 중입니다. 두산퓨얼셀은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매출 3041억원, 영업이익은 204억원(영업이익률 6.7%)을 기록했습니다. 두산퓨얼셀은 2019년 10월 ㈜두산에서 분할됐습니다.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서는 두산퓨얼셀의 3개 분기 실적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두산퓨얼셀(옛 ㈜두산 연료전지BG) 실적 현황.(자료=㈜두산 IR북)

㈜두산의 IR북을 통해 두산퓨얼셀의 수주 실적과 매출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두산퓨얼셀은  2018년 매출 3592억원의 매출을 냈습니다. 전년(2093억원)보다 72% 증가한 수치입니다. 두산퓨얼셀은 연 1조원 이상을 수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8년 1조2000억원을 수주했고, 지난해 약 1조3000억원을 수주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업계에 따르면 두산퓨얼셀은 지난해 6% 안팎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전망입니다.

이렇듯 두산퓨얼셀은 국내 연료전지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재무구조도 비교적 안정적입니다. 지난해 3분기 두산퓨얼셀의 유동비율은 205.5%로 유동성이 풍부합니다. 부채비율은 164.7%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같은 기간 영업현금흐름은 마이너스(-) 410억원인데, 이는 기수주 물량을 납품하지 않아 잔금을 받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두산퓨얼셀 재무상태 현황.(자료=금융감독원)

두산퓨얼셀은 국내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시장의 높은 점유율 또한 성장을 뒷받침하는 동력이죠. 정부도 수소 경제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어 두산퓨얼셀의 전망은 밝습니다.

정부는 탄소 배출 제로를 달성하기 위해 수소 발전 의무화 제도를 도입할 계획입니다. 이 제도는 전력시장에 수소 연료전지로 생산한 전력을 의무적으로 공급하도록 한 제도입니다. 정부는 2040년까지 연료전지 공급량을 8GW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연료전지 소비자가 발전 비용을 낮출 수 있게 천연가스 판매 가격을 최대 43%까지 낮춰 판매한다고 합니다.

수소 연료전지의 발전 가격은 1KWh 당 250원, 태양열은 120원입니다. 풍력은 90원입니다. 수소 연료전지의 채산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하는거죠. 이는 연료전지 제조사의 성장에 기여할 전망입니다.

두산퓨얼셀이 ‘수소 경제’를 위한 발전 설비를 제조한다면, 두산중공업은 에너지원인 수소 생산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이지만 2040년을 전후로 도래할 수소 경제를 준비하고 있는 거죠.

두산중공업의 해상풍력 발전설비.(자료=두산중공업)

두산중공업은 제주도 동복·북촌 풍력단지에서 풍력으로 생산한 전기를 활용해 ‘그린 수소’를 생산합니다. 그린 수소는 물을 전기분해해 생산된 수소입니다. 그레이 수소(화석연료를 활용해 추출한 수소)와 블루 수소(천연가스를 활용해 수소를 생산하고, 이산화탄소는 땅 속에 매집하는 방식)보다 친환경적입니다.

다만 물을 전기분해하기 위해서는 다량의 전기를 필요로 합니다. 이때 태양광 또는 풍력을 이용할 경우 친환경적이지만, 채산성이 떨어지죠.

두산중공업은 제주도에서 생산된 그린 수소를 저장하고, 운반하는 전 과정을 맡게 됩니다. 플랜트 건설 기술을 활용해 수소 플랜트 건설과 에너지 관리 전반을 총괄하죠.

두산중공업은 창원공장 내 수소 액화플랜트를 건설합니다. 하루 5톤 가량을 액화해 수소 충전소에 공급할 계획이죠. 수소는 영하 253도로 액화할 경우 기체 상태보다 부피가 800분의 1로 줄어듭니다. 기체 수소는 탱크에 저장하기 위해 압축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일부가 손실되죠. 액화 수소가 기체 수소와 비교해 경제적입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두산중공업은 에너지 전문기업으로서 미래 혁신 기술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에너지 밸류 체인 분야에서 신사업을 발굴하고 있고, 수소 시장에서 신규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렇듯 두산그룹은 ‘수소 경제 시대’를 맞아 에너지 전문기업으로 정체성을 내세웠습니다. 수소를 에너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난제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이 때문에 포스코그룹과 SK그룹 등 수소 경제를 목표로  세운 대그룹들은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포스코그룹은 호주 철광석 회사인 FMG(Fortescue Metal Group)와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FMG는 친환경 에너지로 그린 수소를 생산하는 계획을 추진 중입니다. 두 회사가 그린 수소 개발을 목표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죠.

SK그룹은 수소 연료전지 분야에 늦게 진출한 만큼 미국 블룸 에너지와 합작사 블룸SK퓨얼셀을 만들었습니다. 그린 수소 생산을 위해 미국 플러그 파워의 지분도 1조6000억원에 매입했습니다. 한화그룹은 수소 저장탱크 제작사 시마론과 딜레이 홀딩스 인수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후발주자의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M&A 등에 나선 거죠.

두산그룹은 M&A를 통해 배터리용 동박(현 솔루스 첨단소재)과 수소 연료전지(두산퓨얼셀)를 생산할 수 있었죠. 1000억원 미만의 소규모 딜을 통해 그룹의 성장 동력으로 일군 전례가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 딜을 보고 ‘신의 한수’라고 추켜 세웠죠.

수소 분야도 적극적으로 M&A에 나서야 하는 분야입니다. 대부분의 기업이 먼 미래의 사업성을 보고 수소를 개발하고 있어 장기간 적자가 불가피합니다. 업계에 따르면 수소 분야의 유망 기업들이 매물로 나와 있어 M&A를 추진할 적기라고 합니다.

왼쪽부터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사진=각사)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의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산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3조6000억원을 지원받았습니다. 재무구조 개선 계획을 달성할 때까지 신규 M&A에 나서기는 어려울 전망입니다.

수소 경제를 확대하려면 설비도 늘려야 하고 설비 투자도 공격적으로 확대해야 합니다. 결국 두산그룹은 수소 경제를 추진하는 데 있어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자금력은 한계로 보여집니다. 두산그룹이 ‘드랙스 모델’로 전환하는 데 있어 아쉬움이 남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