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는 블로터로]위기의 워너미디어? “HBO 맥스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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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피한 선택이다”

앤 사노프 워너미디어 스튜디오&네트워크 회장은 단호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극장을 찾는 손님이 줄면서 관련 수익이 줄어든 만큼 주요 작품들을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HBO 맥스’에서 동시 공개할 수 밖에 없다는 이유다. 워너미디어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개봉한 ‘원더우먼 1984’를 비롯해 올해 개봉 예정작 17편을 HBO 맥스에서 공개하는 방안을 채택했다.

(사진=HBO 맥스 유튜브 영상 갈무리)

이는 영화 중심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온라인 영역으로 경쟁 무대를 넓히는 계기이자, 극장 수익의 위축이 장기화 될 수 있는 위험 요소로 평가받고 있다. 코로나19 여파의 장기화 속에서 엔테테인먼트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는 ‘영화’ 부분의 리더 기업은 OTT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글로벌 가전·기술 박람회 ‘CES 2021’을 찾은 앤 사노프 워너미디어 스튜디오&네트워크 회장의 입장은 지난해와 다르지 않았다.

테넷으로 본 불확실성

앤 사노프 회장은 14일(한국시간) 온라인 비대면으로 진행중인 CES 2021에 참여해 워너미디어의 엔터테인먼트 대응 전략에 대한 비전을 공유했다. 해당 세션은 마이클 카산 미디어링크 최고경영자(CEO) 겸 회장이 좌장을 맡아 인터뷰를 진행했다.

비대면 온라인 화상회의를 통해 모습을 드러낸 앤 사노프 회장은 워너미디어의 OTT 동시 공개 전략이 극장 사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의견에는 동의하면서도 ‘이용자의 볼 권리’를 위한 선택이었음을 강조했다.

마이클 카산 미디어링크 최고경영자 겸 회장(왼쪽)과 앤 사노프 워너미디어 스튜디오&네트워크 회장이 CES 2021 세션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CES 2021 온라인 화상회의 영상 갈무리)

그는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해 8월 개봉한 영화 ‘테넷’을 들었다. 테넷은 지난해 8월 말과 9월에 걸쳐 전 세계 극장가에 모습을 드러냈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당초 계획했던 7월 개봉 일정을 수 차례 연기한 끝에 비로소 상영을 진행할 수 있었다.

예상과 달리 초반 흥행 부진을 겪으며 전 세계 박스오피스에서 3억6000만달러(약 3957억원)의 수익을 거둬들였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명성과 영화계의 예상 손익분기점(5억달러)을 감안하면 흥행으로 보기 어려운 수치다. 일각에서는 영화의 스토리가 대중성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점을 흥행 부진의 이유로 꼽지만,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마케팅 및 개봉 일정을 조절한 것이 ‘변수’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앤 사노프 회장은 CES 2021 온라인 화상회의에서 “테넷 개봉 일정은 스프린트가 아닌 마라톤이 될 것이라고 한 적이 있다”며 “일정에 맞춰 마케팅을 진행해야 함에도 코로나19 여파로 특정 지역에 개봉이 취소되거나 재개되는 등 다양한 변수가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개봉 8주 전에 마케팅을 준비해야 하는데 특정 지역이 얼마나 개방될 것인지 불확실성이 컸다”며 “그래서 우리는 그냥 긴 레이스라 생각하고 영화를 개봉했다”고 덧붙였다.

(사진=워너브라더스 픽처스, 네이버 영화)

워너미디어는 테넷 사례를 통해 얻은 교훈을 참고한 후 OTT를 새 돌파구로 꺼내들었다. 앤 사노프 회장은 “코로나19 시대에 살면서 영화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전염병의 유행이 끝나야 겠지만 여전히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작품들이 많았다”며 “전염병 확산으로 미국과 유럽의 극장 60% 이상이 문을 닫은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팬들에게 영화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극장 개봉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다”며 “원더우먼 1984와 올해 개봉작들이 극장 상영 기간인 한 달간 HBO 맥스와 제공되는데 이것은 글로벌 극장 개봉이나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시간 지날수록 OTT로 모인다

워너미디어가 극장 개봉과 함께 꺼내든 HBO 맥스 동시 공개 전략은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월트디즈니컴퍼니의 경우 영화 ‘뮬란’을 비롯해 주요 작품들을 OTT 플랫폼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공개하며 넷플릭스도 독점 공개 영화를 대거 수급하고 있다. 한국 영화 ‘사냥의 시간’, ‘콜’, ‘차인표’에 이어 ‘승리호’도 다음달 5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앤 사노프 회장은 OTT를 통한 수익성이 극장의 흥행 기준과는 다르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CES 2021 온라인 화상회의 갈무리)

그는 “업계가 측정하기 어려운 다른 기준이지만 스트리밍 서비스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며 “전 세계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고 그 안에서 성과를 내는 등 시간이 지날 수록 변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앤 사노프 회장은 “극장을 찾지 못하는 많은 영화 팬들이 HBO 맥스를 통해 더 폭넓게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익숙하지 않은 영화 팬들의 혼란을 극복하기 위해 서비스를 고도화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