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살 표철민 대표, “IT 벤처로 12년 지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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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철민(27) 대표를 만나면 명함을 두 장 받는다. 하나는 루비콘게임즈 명함이고 다른 하나는 위자드웍스 명함이다. 그와 나이가 비슷한 스물일곱 또래들은 취업해서 명함 하나 만들기도 벅찬 것에 비하면 성공한 삶 같다. 게다가 올해로 창업한 지 12년째란다.

2000년 봄, 그는 16살에 인터넷 도메인 등록을 대행하는 사업에 뛰어들었다. 창업하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것은 아니었지만 ‘돈이 될 것’ 같은 느낌이 왔다. 중학교 3학년 학생이 사업한다며 학교를 그만둘 순 없는 노릇이었다. 부모님껜 잔다고 거짓말하고 밤에 몰래 거실로 나와 컴퓨터를 켜기 일쑤였다.

나이가 어리다고 무시할까봐 전화 문의가 오면 일부러 아저씨 목소리를 냈고, 주민등록증도 없어 어머니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했다. 대학교에 진학할 무렵 사업은 자연스레 정리됐지만, 인터넷 사업에 대한 꿈은 꾸준히 간직했다.

프로그램 개발 언어도 모르지만 2006년, 표철민 대표는 위자드웍스라는 웹서비스 회사를 설립했다. 지난해에는 게임 개발사 루비콘게임즈도 만들었다. 전혀 다른 두 회사를 동시에 운영하는 건 어떤 느낌일까? 위젯 사업을 내세운 위자드웍스와 소셜게임을 개발하는 루비콘게임즈는 서로 사업 영역인지라,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 “재미있습니다. 마치 제 정체성이 두 개인 것 같아요. 위자드웍스에서 게임분야의 조언이 필요하면 루비콘게임즈 직원에게 도움을 받는 일도 종종 있습니다.”

그렇다고 시너지를 크게 만들려고 일부러 두 회사를 연결하진 않는다. 설립한 지 5년 된 위자드웍스와 이제 막 소셜게임에 첫발을 디딘 루비콘게임즈의 운영 방식과 사내 분위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지난해 설립된 신생회사인 루비콘게임즈는 설립 5년에 접어든 위자드웍스에 좋은 자극제다. 표철민 대표는 루비콘게임즈가 벤처 정신을 잊지 않도록 신경을 많이 쓴다. 자칫 긴장이 풀리면 루비콘게임즈가 위자드웍스의 사내 팀이 되는 것을 경계한다.

루비콘게임즈의 목표와 사업 영역은 명확하다. 소셜게임 개발사로서 국내 시장인 네이트 앱스토어와 네이버 소셜앱스, 일본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믹시에 게임을 출시했다. 그에 비해 위자드웍스의 정체성은 모호한 것 같다. 위자드웍스는 위젯 바람을 일으켰지만, 요즘 블로그보다 SNS가 더 많은 인기를 끌면서 위젯 사업도 잠잠해진 모양새다.

“위자드웍스는 웹서비스회사입니다. 위젯 사업만 하는 곳은 아니지요. 재미있는 웹서비스를 내놓는 환경이 데스크톱에서 모바일로 변화하면서 위자드웍스도 변화했습니다.” 지난해 위자드웍스가 안드로이드 T스토어에 60여 종의 앱을 내놓았고, 내려받은 횟수는 200만 회에 이른다.

최근 인터넷 업계에 다양한 사업 모델이 등장했다. 지난해부터 인기를 끈 소셜쇼핑과 SNS, 소셜게임과 위치기반서비스, 단문블로그 등 다양한 서비스가 나왔다. “소셜쇼핑이 뜬 것을 보고 소통이 중요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이용자의 눈높이에 맞춰 이용하기 쉬운 서비스를 내놓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은 거죠.” 그래서 그는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면 인터넷을 잘 쓰지 않는 사람들에게 먼저 보여준다고 한다.

그가 생각하는 고객은,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해 인터넷 서비스에 대해선 네이버와 다음 같은 포털사이트와 싸이월드뿐인 사람들이다. 인터넷 서비스를 잘 모르는 사람이 써봤을 때 재미를 느끼는 제품이어야 ‘되는 제품’이란다. 하지만 작년부터 고객 나이를 더 낮췄다. “점점 인터넷 이용자들이 능동적으로 변합니다. 오히려 제가 초보자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는 강연도 많이 다닌다. 중소기업청 주관 강연회인데, 주로 대학생을 대상으로 창업과 대학생활에 대한 주제를 맡는다. 그 나름 사회 공헌한다는 생각으로 지방대 강연을 주로 다닌다. 그렇게 지방대 강연을 다니다 그의 회사 직원이 된 학생도 있다.

강연에서 그는 주로 남들과 다르게 살아보라고 이야기한다. 스펙을 쌓기 위해 도서관에 가는 것보다 보따리 장사를 해보라고 권하기도 한다. 몸으로 부딪혀 물건을 직접 팔아보는 용기 있는 학생이 많아지길 기대하는 마음에서다.

그가 IT에 대한 실력이 처음부터 있었기 때문에 웹서비스 회사와 소셜게임 개발사를 만든 건 아니다. 그는 능력을 기르는 것보다는 용기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가 보기에 실력은 용기 다음에 온다. “일단 시작하는 용기가 있으면 자연스레 공부하면서 실력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물론, 어느 정도 기간은 필요합니다.”

스물일곱, 그에겐 꿈도 많고 욕심도 많다. 우선 그에겐 위자드웍스가 옛 명성을 되찾아야 하는 과제가 있다. “지난 12년간 사업을 하며 느낀 건 죽지 않으면 기회가 온다는 겁니다. 당장 큰 성과가 없다고 낙담하는 게 아니라 웹서비스에서 차근히 실력을 다져나갈 겁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과제인 루비콘게임즈가 있다. “B2C 사업에 대한 꿈이 있습니다. 지난해 등장한 소셜쇼핑 서비스는 이용자가 쉽게 이용하는 서비스입니다. 이 서비스의 장점은 이용자의 눈높이에 맞춘다는 것과 소통입니다. 위자드웍스와 루비콘게임즈 모두 소통에 중점을 두고 인터넷을 모르는 사람들도 우리 서비스를 쉽게 이용하도록 할 겁니다.”

표철민 대표는 12년 IT 벤처 생활의 경험을 담은 책을 최근 썼다. 같은 사업가 꿈을 키우는 청년들에게 자기 경험과 노하우를 나눠주고 싶어서란다. 이 책은 3월7일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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