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IT 기업들이 지난해 미국 콜롬비아강 유역에 초대형 IDC들을 잇달아 짓기 시작했다. 콜롬비아 강변은 더 달라스 댐, 존 데이 댐 등 수력 발전소들이 많아 미국에서 전기료가 가장 싼 지역으로 꼽힌다.
“글로벌 포털 업체들이 전 세계 에너지 시장에 뛰어 들었습니다. 최근엔 천연가스를 싼 값에 공급받을 수 있는 우크라이나까지 가서 에너지 가격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IDC를 직접 짓기 위해서입니다.”
야후코리아 최용석 운영팀장은 “야후의 최대 관심사는 에너지”라면서 “고집적·고기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풍부한 전력 공급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야후코리아는 현재 6000여대의 서버를 운용한다. 네이버나 다음의 서버 숫자는 이보다 더 많은 1만대 안팎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색을 비롯한 포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숫자의 서버를 쉼 없이 가동시켜야 한다. 여기에는 전력의 안정적 공급이 필수적이다. 만약 잠깐이라도 정전이 된다면 인터넷 세상은 ‘암흑의 바다’로 변해 버리기 때문이다. 전력선은 포털에게 생명선이나 다름없다.
포털의 서버 숫자는 매년 꾸준히 증가한다. 이용자의 증가와 동영상 컨텐츠의 증가 등이 모두 서버 숫자를 늘리는 요인들이다. 소비자 요구를 따라잡고 자사의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서버를 늘려야 하는데 문제는 전력 확보다.
현재 IDC들의 전력 공급 능력은 한계에까지 왔다. 전력을 더 달라는 입주 업체들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지만 들어줄 수가 없다. 그동안 IDC들은 서버가 차지하는 공간과 트래픽 등을 기준으로 과금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랙(서버 보관 장치)마다 전기계량기를 달아 일정량 이상의 전력을 초과하면 전기세를 더 물리는 방향으로 바꾸고 있다. 전기세 부담을 줄이려는 고육책이다. 또 전기를 많이 먹는 고집적 서버인 블레이드 서버는 받지 않으려고 해서 고객들과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한다.
중앙처리장치(CPU) 1개가 장착된 서버 한 대의 평균 전력소비량은 최근 몇 년 사이 2배로 증가했다. 한국IDC 최진용 연구원은 “최근에는 300∼400W의 전력을 소모하는 서버들이 출시되고 있어 전력 문제가 IDC 운영의 핵심 문제로 대두했다”고 말했다.
전력 공급 능력과 서버 수용 능력에서 모두 포화상태에 이른 IDC들은 전력선을 증설하거나 신규 IDC 건축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는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 1만4000㎾급 전기 인프라를 2만㎾급으로 교체하는데 약 30억원이 든다. 경기 성남 분당에 위치한 호스트웨이 IDC의 경우 IDC 시설이 없던 5층 800평을 IDC 시설로 바꾸면서 200억원을 쏟아부었다.
신축에는 1000억원 이상이 든다. KT는 서울 목동 IDC 바로 옆에 지상 12층 지하 3층 연면적 1만8600평 크기의 신규 센터를 구축 중이다. KT 박경석 상무는 “1500억원 가량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LG CNS가 올해 완공한 서울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 내 IT센터(지상 12층 지하 4층 연면적 1만3400평)에도 최소 1000억원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몇 년간 전력 문제로 속앓이를 해온 국내 IDC들은 지난해 협의회를 결성하고 정부를 상대로 문제 해결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한국IDC협의회 안순식 실장은 “전력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회원사 사이에 팽배하다”고 전했다. 협의회는 현재 일반용으로 측정된 IDC의 전기요금을 산업용으로 바꿔줄 것, 전력 인프라 증설 비용의 일부를 정부 재원에서 보조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글로벌 IT 업체들은 직접 IDC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대형 IT 업체들 중에는 자체 IDC 구축을 검토하는 곳도 있다. 그러나 막대한 비용 때문에 선뜻 실행에 나서지는 못 하고 있다. 대신 저전력 서버로 교체하는 방식을 통해 급한 불을 끄는 실정이다.
다음의 이종근 팀장은 “2002년 이전까지만 해도 전력 문제는 장비 구매시 우선순위가 못 됐다”며 “그러나 지금은 성능이나 가격 만큼 전력 효율성이 중요한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옥션 측도 “IDC로부터 양껏 전력을 공급받지 못하기 때문에 일단 적정 수준의 시스템을 운영해 전력 소모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저전력 장비에 대한 요구는 매우 크다. AMD는 지난해 저전력 칩을 발표하면서 고전력 칩을 제공해왔던 인텔을 궁지로 몰아세웠고 기업용 서버 시장에서 25%가 넘는 시장 점유율을 확보했다. 화들짝 놀란 인텔은 새로운 저전력 칩을 공개하면서 맞서고 있다. 저전력 경쟁은 칩에 이어 그래픽카드 분야로도 확장되고 있다.
원하는 만큼의 전력이 공급되지 않는다면 신규 서비스도 제공하기 어려워진다. 최용석 야후코리아 팀장은 “전력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국내 인터넷 업체들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고 결국엔 IT 서비스 강국의 입지를 축소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공동기획] 블로터닷넷, 한국전기연구원, 국민일보 탐사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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