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수다떨기] 디도스 공격자여, 그댄 상도의도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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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4일 오전 10시 23분. 안철수연구소에서 메일을 한통 받았소. 청와대를 비롯한 국내 40개 웹사이트가 오전 10시부터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을 받고 있고, 오후 6시 30분부터 두번째 공격이 있을 거라는 보도자료였소.

안연구소는 이번 공격이 지난 2009년 7월 7일~9일까지 국내 17개 웹사이트를 겨냥한 것과 유사한 방식이지만, 공격 패턴이 변해 분석과 대응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더 들었다고 하오. 실력이 일취월장, 일신우일신하시니 참 좋으시겠소. 2년 동안 공부 많이 하신 모양이오. 다행히 우리나라에도 안철수연구소와 국정원이 제대로 대응했다오. 국정원은 요즘 호텔에서 당한 망신을 그나마 이 건으로 조금 만회하는 듯 하오.

그나 저나, 정말 불만이요.

3월 4일은 금요일이었소. 봄바람 살랑대는 3월의 첫 토요일을 기대하고 있다가 기습 공격을 받았고, 꿈 같은 주말이 날라갔소. 그 심정을 좀 아시오. 이건 아니지 싶소. 긴장이 풀린 시간을 노린 듯 한데 이러면 안되오. 최소한의 상도는 있기 마련이란 말이오.

공격 대상 40군데 중 국내 양대 포털이 들어가 있었소. 게다가 금융권에 상거래 사이트까지. 뭐 정부 사이트야 원래 별로 들어가 보는 사람도 얼마 없으니 그려려니 하지만 먹고 살기 힘들어서 한푼이라도 아껴보려고 인터넷뱅킹하는 서민들, 스트레스를 ‘지름신’ 섬김으로 풀거나 ‘맞고’로 푸는 이들까지 괴롭히는 건 좀 너무했소.

무엇보다 화가 나는 건 야근을 밥먹듯 하는 개발자들과 하루종일 모니터를 쳐다보면 모니터링을 해야 하는 IT관리자들을 괴롭힌 죄요. IT 개발자와 관리자들 신세가 어제 오늘 이렇게 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주말을 기대하면서 일주일 야근을 버텨냈는데 그 시간을 그렇게 뺏어버리는 게 어딨소. 당장 나와보시오. 광화문 앞에서 돌 맞아 죽을거요. 세종대왕 할아버지도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하이킥을 날리고 이순신 장군 할아버지도 칼집에서 칼을 꺼내 단칼에 그댈 쳤을 거요. 현빈의 해병대 입대 광경을 보려고 귀한 시간을 내 그 현장에 찾아가 눈물을 흘리던 팬들도 분개해 서울에 올라와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라고 말했을 거요. 현빈이 귀신잡는 해병대에 들어갔다오. 귀신도 잡는데 당신을 못잡을 것 같소. 7주간 훈련 받고 나온다고 하오. 난 6주간 훈련 받아서 귀신 못잡지만, 해병대는 6주 후 나머지 1주에 귀신 잡는 거 가르친다오. 경찰관 아저씨 손 쏙잡고 감옥들어가는 게 목숨을 부지하는 덴 유리할거요. 몸은 망가지겠지만.

차라리 지난 2009년 7월 7일부터 9일까지의 공격이 그나마 나았소. 어차피 야근하는 화수목이었잖소. 그 땐 그래도 참았소. 물론 당시는 지금과 달리 무방비로 당해 충격이 크긴 했지만 그래도 평일 공격은 참을 수 있소. 다 이해하오. 그러나 이번처럼 주말 직전은 절대 안된단 말이오. 우리도 좀 사람답게 살아봅시다.

어차피 월화수목금금금 일하는 데 뭐가 어떠냐고. 아니 그것도 알고 있소? 쩝. 뭐 이 정도 패턴으로 공격하는 걸 보니 우리나라 상황을 손바닥 보듯이 알고 있겠구나 생각은 했지만 그것까지 알고 있을줄이야. 감추고 싶은 치부라고나 할까. 괜히 내가 다 얼굴이 빨개지오. 그렇소. 그렇게 일하오. 그래서 더 열받소. 그래도 주말에 일하라고 부른 인간도 최소한 미안해 한단 말이오. 조금 일찍 집에 보내주는 경우도 있소. 상황 뻔히 알면서 했다니 더 열받소.

IT쟁이들 그만 좀 괴롭히시오. 말도 안되는 ‘갑’들의 뒤치닥거리도 미칠 지경인데, 이런 일까지 처리하라면 어쩌란 거요. 상황 봐가면서 코너에 몰아야지 않겠소. 당신도 개발자 아닌가 말이요.

하드디스크는 왜 또 파괴하는 거요. 소중한 가족들의 추억들이 그곳에 저장돼 있는 건 모르시오. 뭐요? 유클라우드와 엔드라이브 때문에 괜찮다고. 아니 그런 거 알 정도의 사용자면 애초에 뉴스보고 안티바이러스 신형 엔진으로 업데이트하거나 전용 백신 다운받아서 대응했소. 가뜩이나 살림도 쪼들리는데 자꾸 그러지 맙시다. 물가도 엄청 올라서 허리가 휘고 있소. MB 물가가 전체 소비자물가보다 2배 높다는 경실련의 발표도 못봤소. 그게 뭐냐고? 우리나라 사정 뻔히 알면서 모른 척 하기는. 경제엔 관심없다고? 이런 된장!

정 공격하고 싶으면 국민들에게 총질하는 카다피에게 하시요. 탱크나 로켓포 작동 못하게 하면 전세계 영웅될 것 같은데 말이오. 네트워크 연결이 안돼 탱크는 어렵다고? 이런, 그럼 내년 칠순 잔치 준비로 정신없는 저 윗쪽 김 할아버지와 그 추종 세력들도 있잖소. 적어도 대한민국아빠엄마연합회 같은데서 무등 태우고 난리날거요. 공격하고 박수받고 얼마나 좋소. 별 관심 없다고? 길 잘 닦이고 빈틈 많은 나라 좋아한다고?

이제 며칠 있으면 막바지 추위도 물러간다고 합디다. 그렇다고 추위가 찾아올 때 다시 오란 소린 아니오. 긴 겨울을 이겨내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이 찬란하고 위대한 3월. 이 생명의 달에 생명들을 괴롭히지 마셨으면 좋겠소. 우리도 봄날 따사로운 햇살 아래 맘 편히 쉬고 싶소이다. 특히 주말은 정말 피해주시오. 다시 온다고 해도 그날만은 절대 안된단 말이오. 꼭 오고 싶어도 금요일 낀 주말은 피해주시오.

우리네 고단한 삶, 그때가 유일한 휴식이란 말이요.